자소서 제출 기관만 25곳... 나를 찾아가는 아주 찐한 경험
[안민서 기자]
고양자유학교 고등 과정인 숲터(고등학교 1학년~3학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웃턴십'이다. 이 활동은 숲터의 꽃이자 초·중등 과정 학생들과 부모님의 관심을 지대하게 받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다.
아웃턴십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인턴십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구한 후 직접 현장에 나가 배움을 쌓는다. 그런데 아웃턴십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활동의 주된 방향이 '일' '취업'이 아니라 '배움', '사회와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얻는 배움뿐만 아니라 직접 사회로 나가(out) 배움을 얻고 고민을 확장시키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활동한다.
|
|
| ▲ 이동 중에도 바쁘게 자기소개서를 쓰는 12학년들 |
| ⓒ 안민서 |
그 이후로는 담임교사와 소통하며 아웃턴십 기간 동안 활동할 기관을 찾고, 무한의 자기소개서를 써서 보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린다. 이렇게 보면 꽤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지만 이 과정이 정말 힘들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넣고 기관과 연결되는 과정은 사회의 쓴맛을 맛보기에 참 적절한 활동이다. 다양한 이유의 거절 연락을 받고 슬퍼할 틈도 없이 다음 기관의 자소서를 쓰고 또 거절당하고...
실제로 나는 10학년 때 25곳의 기관에 자기소개서를 넣었다. 그렇다는 건 24개의 기관에서 거절당했다는 뜻이다. 24개의 거절 중 '사무실에서 맥을 사용하여 고1이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는 어이없는 이유도 있었다(현재 난 맥북을 3년째 사용 중인 사람이다). 물론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럭키비키로 한 번에 기관과 연결되는 사람도 있다. 나의 친구 중 한 명은 3번의 아웃턴십 모두 1순위 기관에 연결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친구... 참 럭키가이다.
이렇게 기관과 연결이 되면 그 이후에는 실제로 기관에 나가 활동한다. 나의 경우 10학년 때는 북디자인 스튜디오에 나가 인쇄소에 가보기도 하고, 어떤 흐름으로 북디자인이 진행되는지 배웠다. 그리고 다음 해인 11학년 때는 고양시의 지역신문인 고양신문에서 직접 취재를 해서 기사를 써보고 기자님이 진행하는 인터뷰에 동행하기도 하였다. 고양신문 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몇 개의 기사를 볼 수 있는데 볼 때마다 뿌듯하다. 그리고 현재 나는 세 번째 아웃턴십을 진행 중이다.
차원이 다른 무게의 부담이 따른다. 일단 기간이 길다보니 적절히 체력을 분배해야 하고 기관과의 일정 조율에도 품이 더 많이 든다. 만약 기관과 일정 기간만 연결되거나, 아예 개인작업을 선택할 경우에는 약 3개월 동안 혼자 어디서 무엇을 할지 꼼꼼하게 기획해야 한다.
|
|
| ▲ 11학년 아웃턴십, 첫 출근날이자 첫 취재 동행을 했던 날 |
| ⓒ 안민서 |
위에 잠깐 등장했던 럭키가이는 오랜 시간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아웃턴십으로 한 농장에서 숙식하며 일을 돕고 있다. 아웃턴십 기간 동안 매주 주말에 한 주의 일지를 학교 카페에 올리는데, 럭키가이의 일지를 읽고 있으면 정말 찐 농사꾼의 일과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의 수준에 놀라기도 하고, 그 일을 해내는 럭키가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럭키가이 외에도 디자인 회사에 간 친구, 연대 행사 기획 단체에 간 친구도 있다. 각자 자기 몫의 일을 해내느라 매우 바쁘게 사는 중이다. 서로의 일을 대신 해줄 수는 없지만 고민이 있을 때 물어보기도 하고, 응원을 보내기도 하며 우리의 마지막 아웃턴십을 천천히 해나가는 중이다.
아직은 찾아가는 중
이렇게 아웃턴십을 마무리하면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혹은 '나는 절대 이런 건 안 하고 살아야지' 중 적어도 하나는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으로 앞으로 살아갈 삶의 선택지를 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며 흐릿하던 미래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
|
| ▲ 나의 든든한 동료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아웃턴십을 진행하고 있는 멋진 숲터의 12학년들 |
| ⓒ 안민서 |
즉 고양자유의 배움은 나를 찾아가게 하기도 하지만, 찾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며 나에게 맞는 방법이 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평생 학교에 다닐 수 없으니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그 방법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졸업 이후에 나에 대한 고민이 들 때 써먹을 수 있게 훈련하는 그런 것 말이다.
만약 방법을 모르는 채로 나를 찾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정말 막막할 것 같은데 고양자유의 학생들은 참 축복받은 것 같다.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학교와,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는 교사분들과, 이 모든 과정을 믿고 지지해주시는 부모님들까지. 비록 이런 삶이 일반적인 삶이나 평범한 삶은 아니지만, 내가 즐겁고 의미가 있다면 '평범'함이나 '일반'적 같은 단어들은 삶에서 지워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이 삶이 가끔은 힘들기도 하고 목적글을 때려 치우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 생활 숲터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발견하게 될 나의 모습이, 친구들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하니까!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내일도 나는 나를 찾아갈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순 정권교체 넘어...' 외신이 한국선거에 특히 주목한 지점
- '내란·김건희·채 해병 3대 특검' 국회 통과...박수 터져 나온 국회 본회의장
- 이재명 "인허가보다 국민 생명·안전 부서에 유능한 인재 배치하라"
- '러브하우스' 기대하다간 큰코다친다... '내집 짓기'의 실상
- '김학의 출금' 전부 무죄 대법 확정... "검찰에 책임 묻겠다"
- 이 대통령,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철회
- 롤케이크의 성패를 가르는 한끗
- 군인권센터 "육사·방첩사 해체, 내란 특조위·특검·특별재판부 설치"
- [오마이포토2025] 채해병 특검법 통과 후 '나가자 해병대' 군가 떼창
- '검찰 특수통' 첫 민정수석 내정설에 "친윤 검사 환호할 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