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코만 보면서 이준석 선택? 이걸 읽어보세요

이하나 2025. 6. 5. 06: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대 청년들 삶의 경로와 2025대선 결과...이 현상을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봐야 하는 이유

[이하나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역 광장 유세에서 연설을 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을 지지하는 그 마음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길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제21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그의 행보를 유의깊게 봤다. 3차 토론회 이후 그나마 있던 일말의 기대를 깡그리 걷었지만 이준석을 미워하는 것만으로 그를 지지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의 지지세력에 펨코유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준석과 국민의힘은 젊은층에서 꽤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중년 사이에서도 굳건하고 단단한 지지층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지지는 민주당과 이재명이 싫어서 시작했다고 본다. 2030으로 뭉뚱그려 재단하는 세대론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왜 4050과 다른 경향을 나타내는가에 대해 질문해볼 수는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은 2007년생. 1996년생까지를 20대로 보고, 1995년부터 1986년생까지를 30대로 보자. 30대는 10대 때, 또는 그보다 어릴 때 IMF를 겪었다. 가정이 풍비박산나거나 주변이 박살난 것을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사회를 지배한 무력한 기운을 가득 느꼈을 것이다. 이들은 성장 후에 불확실성에 투자하지 않는다. 부동산 임장을 다니고 코인과 주식에 더 관심이 높은 것은 현재를 유지하거나 조금은 더 올라가야한다는 의지다. 무슨 대단한 부를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노동소득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것 뿐이다.

30대 후반은 IMF구제금융에서 인생을 시작했고 2002년 월드컵과 노무현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대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박근혜 탄핵을 지켜봤으며 이태원 참사도 가까이서 겪은 세대다. 박근혜 탄핵심판이 있던 2017년 3월 10일, 각 학교에서는 박근혜 탄핵장면을 함께 봤다. 기뻐 날뛰는 남고생들의 영상이 여러 번 회자되었다. 그때 초중고등학교에 다녔던 이들이 지금 20대다. 지금의 20대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진보교육감이 각지에 자리잡았고, 경기도의 경우 민주시민교육을 받았으며 창의적 체험활동과 모둠활동에 익숙한 세대다. 시험을 많이 보지 않았고 무상급식을 제공받았고 청소년후기에는 교복지원도 받았다.

이들의 부모세대는 책으로 육아를 배웠고, 이후 TV 프로그램에서 육아컨설팅을 받았다. 가장 풍요로운 문화적 혜택을 받았다는 X세대가 이들의 부모세대다. 진보적이고 진취적이며,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며 시끄러운 세대다. 30대는 IMF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20대는 이전과 다른 교육을 받은 세대다. 이들은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어린시절 차별 받았다 기억하는 남학생들
▲ 2019년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한 교실 학생들은 협동작업과 모둠활동에 매우 능숙했다.
ⓒ 이하나
20대 중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경기도 20대 청년의 생애를 상상해본다. 이들은 진보교육감이 바꿔낸 학교에서 사회를 시작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지나 학교에 갔다. 1학년이 되자마자 남녀학생의 행동은 분명 구분된다. 글자를 다 떼고 들어왔지만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은 여학생이고, 남학생들은 아무래도 오래 앉아 있는 일이 힘들다(물론 모든 남학생, 여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여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교사는 90%가 여성이다. 학교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곳이고 여성중심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엘리트 모범생으로 교사직종에 안착한 사람들이 남학생들을 이해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한 직장 내에 90%가 여성이라는 것은 불균형을 낳는다. 남녀차별없이 키운다고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여학생은 생활체육으로, 남학생은 축구부로 묶인다. 다수가 태권도를 다니고 태권도가 아이들의 방과후 보육을 담당한다. 아이들이 어른 남성을 발견하는 곳은 태권도학원일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태권도학원에서는 남성성을 강조하고 태권도 유단자가 되면 군대에서 휴가를 자주 나올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그들 중엔 충효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고, 어버이날 부모에게 편지를 쓰게 한기도 한다.

학교에 갔더니 남학생은 화장실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 충격적이다. 나는 왜 오줌싸는 것을 남에게 보여줘야 하나. 여학생들은 모두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곤욕이다.

여학생들은 언어가 빨리 발달하고 체격도 훨씬 크다. 대부분 4학년까지의 학급회장은 여학생이고 공부도 우위다. 남학생들이 회장단에 진출하는 건 대체로 5학년부터다. 그때쯤 되면 남녀의 학업수행능력이 비슷해진다. 이미 4학년 전에 남학생들은 불평등을 경험한다. 학교에서는 칭찬받기 어렵고 단정하지 못한 품행을 늘 지적받는다. 남학생들은 아주 어린 시절에 차별을 받았다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자기 인생의 팔할이 구박받은 기억인 셈이다.

5학년이 넘어가면 무리를 짓거나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다. 구박받던 '코찔찔이'가 키가 커지면서 반항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6학년쯤 되면 남여가 서로 말을 안 할 지경이 된다. 사춘기가 빨라지는 것도 있고 이들이 습득하는 정보의 경로가 달라져 있다. 여학생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트를 수집하고 관계망을 형성한다. 남학생들은 가장 화날 때는 게임하다 접속이 끊겼을 때, 가장 좌절할 때는 게임에서 졌을 때라고 대답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한다. 그 주변부에 네이버웹툰과 유튜브가 있다.

남녀 모두 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압축해서 놀 수 있는 미디어를 활용하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미디어수업을 진행하면서 여학생들은 관심과 애정에 더 집중하며 관계망을 형성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남학생도 게임으로 친구와 동료를 만들며 동지애를 갖고 존재를 확인한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면 부모들이 먼저 걱정한다. 남학생은 성적으로 여학생을 이길 수 없다며 남자 중학교를 찾아 이사를 하는 아들 부모들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동네는 학군상 당연히 남자중학교를 가는 곳이었는데 그 남중을 보내려고 이사를 오는 가족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는 양육자들은 딸일 경우 공학을 선호하고 아들일 경우 남중을 선호한다.

2015년, 2016년, 어떤 징후가 있었다
▲ 셔틀버스와 양육자들의 승용차로 늘 막히는 경기도 신도시의 학원가 저녁 6시와 밤 10시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 이하나
어떤 징후가 있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부터 여성혐오와 극우세력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인크래프트 등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게임유튜버들이 득세했고 일부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한 지 꽤 됐을 때다. 박근혜정권 때는 새마을운동이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당선 이후 부정선거론이 시작되었고 전광훈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다. 2018년부터 학교에서 성평등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평등교육 강사에게 "여성단체에서 왔으면서 무슨 평등에 대한 토론을 얘기하자는 거냐"고 대들던 남학생이 출연한 게 이때쯤이다. 2019년, 조국사태가 터지면서 세상의 모든 입들이 입시를 뒤흔들었다. 정시확대 수시축소 등 계급화되어 있는 입시제도에 대한 불합리와 진보교육의 실체, 민주화운동세대의 부조리에 대한 성토가 극에 달했다. 그해 가을에는 설리와 구하라가 잇달아 세상을 떴다. 민주시민교육을 신청한 교사들도 성별갈등이 심각하니 성평등 이야기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성별갈등이 심각하면 젠더 이야기를 더 해야 하는데 아예 출구를 폐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게 학교가 한 일이다.

내가 갔던 학교 중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아예 분리해서 자리를 배치한 곳도 있었다. 웃기는 건 이런 학교들이 시끄러운 연애사건이 더 크게 터지거나 학교 내 희롱과 추행같은 성폭력 사건도 더 많이 일어나 지역 내 이미지가 계속해서 추락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사들이 백래시에 용감하게 대응하는 쪽은 학교내 분위기도 훨씬 좋았다. 교사가 학생을 두려워 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모든 징후는 동시에 일어났다.

다양성의 배제, 젠더갈등의 은폐, 학생의 교권침해, '문재앙'과 '이찢'이라는 단어의 등장, 민주당이 조롱거리가 되던 것, 이런 것들이 2018년부터 시작되었고 2019년에는 선명해졌다. 이때쯤 경기도의회에서는 평화통일교육에 대한 통계를 요구하거나 평화통일교육에 대한 백래시가 있었고, 빨갱이교육 중단하라는 민원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졌다. 아이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뛰어들어갔다. 온라인교육은 저학년에게 더 집중되었고 그동안 미디어를 차단해왔던 양육방식도 모두 깨버렸다. 그리고 진보교육감 시대에 어린 시절을 자유롭게 보냈던 아이들은 내가 갈 대학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학입시가 치열해진 것은 진보교육감 때문이라고 볼 수 없지만, 초중학교 때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성적관리에 소홀했다는 식으로 진보교육과 혁신교육이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박근혜 탄핵 때 춤을 추던 아이들이 민주당과 이재명을 조롱거리, 장난감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준석과 김문수에 대한 지지율은 반이재명, 반민주당 연대와 같다. 이들은 중산층 엘리트를 대변하는 민주화세력 자체를 부정한다. 그들이 가식적이라고 이미 마음을 닫은 상태다. 일련의 성비위 문제, 부동산 폭등, 이준석이 들고 나온 공정에 대한 흐트러진 개념, 무임승차론이 반이재명, 반민주당 연대를 공고히 했다.

이번에 국힘에서 홍준표가 나왔으면 2030의 지지율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들은 홍준표가 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시원시원하게 대답은 잘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홍준표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나마 국힘 정치인 중에 가장 정치꾼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굽힘 없는 모습이 대쪽같은 이미지가 되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들이 봤을 때 김문수는 너무 힘이 없는 후보였다. 이들은 파워풀한 것을 원한다. 홍준표는 그동안 청년층에 대한 밭농사를 잘 해놓은 상태다.

X세대 부모들, 그들에겐 이 사회의 주류·기득권·지배계층
ⓒ 이은영
이들은 구박당하고 왕따 당하는 대상에게 이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준석이 노인네들한테 구박받고 쫓겨날 때 '우리 이준석'이 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 초년생이라고 민주당의 관록있는 정치인들에게 탄핵, 탄핵, 탄핵 당할 때 이들은 윤석열쪽으로 더 기울었다. 약자가 아닌데 약자가 아닌 아웃사이더들에게 더 끌린다. 포퓰리즘이 극우로 발전해가는 단계에 흔히 나타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반이재명+반민주당' 연대는 스스로 아웃사이더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교실에서도 아웃사이더 폼을 잡고 앉아 있는 아이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들의 자세는 중학교 2학년부터 또렷하게 구분된다. 한 반에 30% 정도, 여학생 10% 정도가 된다. 이준석 지지율과 비슷하다. 이들이 이준석의 혐오를 모르는 게 아니다. 이들의 문화에서 그 정도는 용서해줄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게 혐오와 차별이다. '남자애들 더러워, 냄새나, 공부 못하면 죽어야지, 지잡대 나온 주제에, 저 새끼 짱께래요'. 장애인 차별하면 폐급이지만 신분과 능력은 차별해도 된다. 이게 지금의 학교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일진이라 하면 애들이 존경하지 않아도 무시하진 않았다. 지금은 일진이 없다. 과거의 일진은 돌봄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강인한 폭력을 내세워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면 지금 돌봄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저 '찐따'에 불과하다. 폭력으로 강제전학을 당했거나 밖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면 그냥 쓰레기다. 아예 없는 존재로 여긴다. 말도 걸지 않을 정도로. 누군가 폭력성을 드러내도 쉽게 굴복하거나 지배받지 않는다. 모두가 귀하게 큰 아이들이다.

이들이 이준석을 선택하는 것은 젊음이 크다. 고리타분한 꼰대들 사이에서 그나마 비슷한 연령대고, 노인네들에게 거침없이 대들 수 있고, 똑똑해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다. 그 정도의 혐오와 차별은 용인할 수도 있다. 민주당류로 대표되는 기성세대가 더 꼴사나운 것이다. 꼭 젊지 않더라도 패기 넘치는 태도로, 아웃사이더의 성향을 띠고 있을 때, 주류에서 조금 벗어난 포지션을 선점했을 때,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이들이 펨코만 쳐다보고 있는 한심이들이라 이준석을 선택한 게 아니다. 모든 젊음은 기본적으로 주류에 대한 반감이 있다. 이준석의 모든 맥락을 통찰해볼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이들은 반이재명반민주당 연대를 선택했으며, 탄핵에는 찬성하고 기성세대를 들이받을 용기가 필요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민주당류가 이 사회의 주류, 기득권, 지배계층이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장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혜택을 받았다는 X세대의 자녀들. 자녀들은 당연히 부모세대에 반기를 들며 성장한다. 그것이 옳다. 평등과 자유를 외치며 바득바득 기득권으로 기어 올라간 부모세대가 가식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소수진보를 지지하면서 주식차트를 들여다보는 것이 부조리라고 느꼈을 것이다. 저따위로 위선적으로 사느니, 홍카콜라나 준스톤을 선택하는 게 자기 삶에 진실한 판단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20대가 멍청해서도 아니고 세뇌당해서도 아니고 자기가 살아온대로 판단하고 지지한 것이다. 이들은 '일단 내 인생은 망했고'에서 일상이 시작된다. 이 현상을 우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선 때 이준석 안양범계역 유세현장을 방문했었다. 저 구역자체가 토요일 오후 유동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남녀구분 없이 정말 많이 모였다. 초등학생과 청소년들도 이준석을 스타처럼 인식하고 바라봤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준석과 포토타임을 가졌고 이준석은 모든 지지자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이번 선거는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절대 진 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지역과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히 선전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에 고르게 투표했다는 것도, 여성청년들이 권영국에게 꽤 많은 표를 줬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5월 31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로데오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개혁신당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