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속 부산시장직까지 팔았다'…가상자산 투자사기 다단계 조직 일망타진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10년 가까이 2138명에게 468억원 규모의 다단계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일당은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아하(AHA)그룹’이란 회사를 차려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이어 가상자산 투자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장기간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투자 명목의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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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 수익 보장”…아하그룹, 불법 다단계였다
경남경찰청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아하그룹 관계자 22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중 조직 총책인 아하그룹 의장 A씨(50대)와 회장 B씨(60대), 계열사 대표 C·D씨(각 50대) 등 임원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아하그룹이 다단계 판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다단계 조직으로 판단했다.
A씨 일당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아하그룹 사업에 투자하거나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면 일정 수당을 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금의 5~10% 수당으로 지급한다거나 신규 투자자 모집 시 2~10% 후원 수당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늘렸다. 실상은 이윤 창출이 거의 없는데도 새 투자자를 모아 그들이 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당을 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다.
A씨 등은 9년 동안 이 조직을 회사 형태로 운영하면서 직접 투자액, 투자자의 아하그룹 제품 거래 실적 등에 따라 팀장, 국장, 대표로 승진시키며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 조직적으로 투자자를 관리했다. 피해자는 한동안 약속된 수당을 받기도 해 의심없이 계속 투자했다고 한다.
건강식품·스파·요식업·가상자산…투자 유치하려 ‘문어발’ 확장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속 투자를 받아낼 명목으로 회사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했다. 당초 건강기능식품, 스파(spa), 요식업에 집중하다 가상 자산이 뜨자 가상 캐릭터 NFT(대체 불가 토큰), 가상 부동산 분야에도 눈을 돌렸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아이템을 수시로 변경한 것이다. 이들이 만든 법인만 21개였다. 하지만 대부분 법인은 페이퍼 컴퍼니로 실체가 없었다.
심지어 이들 일당은 다단계 투자 사기 특성상 직급이 높을수록 배당이 크단 점을 악용, 추가 배당을 미끼로 팀장·국장 등 기존 직급과 별개로 가상 현실에만 존재하는 직책까지 판 것으로 파악됐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를 구현해 이곳의 동장·구청장·시장 직책을 만든 뒤, 이들 직책을 사기 위한 별도의 투자금을 내면 기존에 받던 수당 등에 5~8% 돈을 더 얹어주겠다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가상 현실에만 존재하는 동장 직책은 5000만원, 창원시장·부산시장은 각각 5억원·7억원이었다”며 “막판까지 온갖 명목으로 투자금을 뽑아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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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은 7억원…이 직책 사면 수당 더 줄게”
경찰은 이들이 투자금을 차명 계좌로 이체해 개인적으로 가로채거나, 피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적발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수익금을 추적해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도록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또 부동산·분양 대금 반환 채권·예금 채권 등 150억원 상당의 재산 처분을 금지시켰다.
김종석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장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민들의 절박한 심리와 투자 열풍을 악용한 각종 금융 범죄에 엄중 대응하겠다”면서 “단기간에 원금·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 투자 사기 등 범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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