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꿈" 부산서 이재명 득표 1위 기록한 이곳

김보성 2025. 6.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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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지역 결과 분석] 부산서 '마의 40%' 넘긴 민주당... 빨간색 짙지만 강서구 등 '균열'

[김보성 기자]

 21대 대통령선거 부산 지역 개표 결과.
ⓒ 오마이뉴스
"도농복합 자치구이면서도 30·40대 세대가 많은 곳이에요. 내란심판의 의지가 표출된 거죠."

밤잠을 설친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 강서지역위원장은 개표가 끝난 4일 <오마이뉴스>의 질문을 받자마자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부산 강서구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53.50% 득표를 안겼던 곳이다. 그러나 21대 대선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기도 한 그는 뜬눈으로 이 과정을 지켜봤다.

부산 강서는 45.75%(이재명)대 45.17%(김문수)로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긴 지역이 됐다. 득표수도 직전 대선에서 거뒀던 3만6016표에서 4만580표로 늘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은 4천여 표 이상 줄었다.

40% 돌파했지만, 벽 여전... 부산 강서구는 이재명 1위

이곳은 선거시기 한 번씩은 '바보 노무현'이 소환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서울 종로를 포기한 뒤 선택한 마지막 지역구(북강서을)였기 때문이다. 무려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부산의 굳어진 선거 구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상징성을 띤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번 "노무현의 꿈 실현"을 호소하곤 했다.

변 위원장은 "부산에서 강서만 승리해 그런 의미가 크다"라며 "선거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의 청중 없는 공터 연설로 알려진 명지시장을 갈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는 젊은층이 많아 투표율이 좀 낮은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높아졌다. 심판의지가 작용했다"라며 변화를 실감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이 확실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기 대선의 투표함을 모두 열어보니 부산 민주당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40%의 벽'은 근소한 차이로 무너졌다. 40.14%, 89만5213표. 16대 노무현 29.85%, 18대 문재인 39.87%, 20대 이재명 38.15%를 넘어선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12.3 비상계엄·내란 사태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국민의힘이 17석을 석권해온 부산도 그 여파를 받았다.

구별로 보면 강서에 이어 사상구(41.09%), 사하구(41.73%), 북구(41.44%) 등 이른바 '낙동강 벨트'가 40%대를 넘겼고, 영도구(42.88%), 기장군(43.76%) 등이 40%대의 결과를 기록했다. 원도심(중·동·서구)을 제외하면 지난 대선과 비교해 민주당의 득표율은 조금씩 더 높아졌다.

직전 대선과 지난 지방선거, 총선, 금정구청장 재보궐까지 부산은 보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선거마다 빨간색으로 지도가 채워졌다. 한때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을 석권한 적도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보수 강세 회귀 기류였다. 이런 까닭에 조기 대선 결과는 여기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 민주당은 최소 40% 돌파, 역대 대선 최대 득표율을 목표치로 세웠다.

"전국 내란 준엄한 심판, 부산도 변화 호응"

민주당 부산선대위를 이끈 이들 중 한 명인 김영춘 총괄선대위원장은 "전국 결과로 보면 내란, (친위)쿠데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이런 호소에 더해 부산에서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선거운동에 주력했는데, 일정 정도 호응을 얻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대통령 윤석열씨와 완전히 단절하지 못한 결과가 '이재명 당선'으로 이어졌단 말도 덧붙였다. 김영춘 위원장은 "그러다 보니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보단 오로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만 퍼부었고, 큰 패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3일 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상대를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개표방송을 기다리던 민주당 부산선대위 캠프가 들썩이고 있다.
ⓒ 민주당 부산선대위
전재수 총괄선대위원장은 "최초로 40%대를 돌파한 건 경쟁의 정치 질서가 복원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과 부산은 상황이 다르단 이야기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거둔 평균 득표율은 45.11%다. 이에 미치진 못했지만, 전 위원장은 점점 전진하고 있다고 봤다.

국민의힘 부산선대위도 이런 결과를 인정하며 허리를 바짝 낮추는 분위기다. 하루 전 투표 이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지켜보던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김문수' 연호와 카운트다운 속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선대위 핵심 인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고개를 숙였다. 정동만 총괄선대본부장은 "아쉬운 결과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며 "더욱 낮은 자세"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치적 균형 측면에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79.4%로 높았지만, 부산은 78.4%. 다만 지난 대선(75.3%)에 비해 상승폭(3.1%p)이 가장 컸다. 주권 행사 의지가 강해졌으나, 사상 초유의 내란 이후 거둔 결과로는 부족하단 지적이다. 민주당 부산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내란심판 선거였는데도, 여전히 벽이 높다는 걸 느꼈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전문가 역시 과제를 언급했다. 차재권 국립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 선거였던 만큼 민주당의 입장에선 기대보다 낮은 득표율이라고 평했다. 선거 통계를 기초로 부산이 마냥 '보수 텃밭'은 아니라고 보는 그는 "이제 이재명 정부가 초기 어떤 성과를 내느냐,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계엄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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