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도 이렇게 했는데, 누가 서재페에 '재즈 없다'고 했나
[이현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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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
| ⓒ 프라이빗커브 |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아래 서재페)'이 열리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릴 때마다 한 생각이다. 입장 팔찌를 수령하기 위해 한 시간가량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는 이를 의아하게 느낄 법도 하다. 재즈 음악이 대중의 눈에서 멀어진 지 수십 년 정도 됐기에 그렇다.
물론 최근 몇 년 간 서재페의 흥행을 이끌어온 주인공은 미카, 데미안 라이스 등 인지도가 높은 팝 뮤지션들이다. 지난해에는 밴드 데이식스가 라인업에 합류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티켓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매년 라인업에 좋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포함됐지만, 이들이 서재페의 흥행을 책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해 서재페는 1차 라인업이 발표될 때부터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카마시 워싱턴 등 현재진행형의 거장을 포함해,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호화로운 라인업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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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친 유세프 데이스(Yussef Dayes) |
| ⓒ 프라이빗커브 |
색소폰 연주자 카마시 워싱턴은 단연 이 페스티벌을 통틀어 최고의 거물이다. 최근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켄드릭 라마의 노래 'luther'를 프로듀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마일스 모슬리(베이스), 토니 오스틴(드럼) 등 쟁쟁한 재즈 뮤지션들은 물론, 서부 힙합의 전설 디제이 배틀캣을 대동하고 무대에 오른 워싱턴은 단연 '장인'이었다. 카마시 워싱턴을 필두로 다양한 사운드가 층을 쌓으며 거대한 의식과도 같은 '스피리츄얼 재즈'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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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썬더캣(Thundercat) |
| ⓒ 프라이빗커브 |
이외에도 라틴 재즈의 거장 엘리아니 엘리아스, 그리고 밴조와 하프, 드럼으로 재즈를 재구성한 베테랑 연주자들의 연합인 벨라 플렉, 에드마 카스타네다, 안토니오 산체스 트리오, 오랜 재즈 명곡들을 재구성해 부른 호세 제임스 등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재즈는 춤을 추기에도 좋은 음악이었다. 자미로콰이, 브랜 뉴 헤비스와 함께 애시드 재즈를 대표하는 40년 차 밴드 인코그니토, 그리고 소울, 시티팝의 감성을 결합한 일본 밴드 펜트하우스, 그리고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 타워 오브 파워가 이를 증명했다.
특히 타워 오브 파워의 리더 에밀리오 카스티요는 "우리는 57년 동안 펑크(Funk) 음악을 해 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부심에는 이유가 있었다. 노장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풍성한 혼 섹션의 그루브는 같은 날 공연한 천재 뮤지션 제이콥 콜리어의 파격마저도 압도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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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
| ⓒ 프라이빗커브 |
레이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한 'Ice Cream Man'을 부르면서도 "슬픈 노래지만, 음악은 치료제이기도 하다"라며 오히려 관객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이어진 히트곡 'Escapism'에서는 마이크 줄을 목에 건 채 팝스타의 위용을 과시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을 계승하는 R&B 보컬, 더 나아가 새로운 시대의 디바를 목도하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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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서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수민 & 슬롬 |
| ⓒ 프라이빗커브 |
존박과 권진아, 이영지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들 역시 재즈 밴드를 대동했다. 무대와 무대 사이를 이동하는데, 음악 크리에이터 조매력과 그가 이끌고 있는 마칭 밴드 '어노잉박스'가 행사장을 돌아 다니며 관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관객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듯, 이들의 행진에 합류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여자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 분)는 재즈를 "엘리베이터 배경 음악으로 울려 퍼지는 편한 음악"이라 여긴다. 이에 재즈 뮤지션인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열변을 토하며 재즈가 얼마나 치열하고 창의적인 음악인지를 강변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역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전통을 계승하는 재즈, 그리고 끊임없이 해체되고, 변주되고 있는 현재 시제의 재즈를 3일 내내 부지런히 만났다. 그 누가 '재즈 없는 재즈 페스티벌'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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