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지렛대 삼아 권영국이 보여준 진보의 존재감
[복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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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출구조사 지켜보는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선거캠프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의 21대 대선 득표율은 출구조사 직후 개표상황실에서 터져 나온 말대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당초 민주노동당의 목표 득표율이었던 3%(공직선거법은 직전 대선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 후보에게 TV 토론 참가 자격 부여)를 넘기진 못했지만 권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민주노동당을 향한 후원금이 11억원 이상 답지하면서
최종 득표율이 다 보여주지 못하는 응원·지지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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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 집에서 열린 대구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 복건우 |
이번 대선에 출마해 완주하면서 진보 대선후보로서 존재감을 부각한 권 후보가 진보정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진보 계열 정당 대부분이 '민주당 2중대'처럼 돼 있다. 민주당에 기대어 의석을 확보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라며 "반면 정의당은 심상정 사퇴 이후로 상당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권 후보가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선명성을 무기로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장혜영 민주노동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통화에서 "이번 대선으로 권 후보는 '왜 진보가 필요한가'를 보여줬다. 앞으로 진보 정치를 만들어 나갈 동력과 진보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자리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그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계단을 하나 올라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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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20일 오전 경북 경주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 ⓒ 복건우 |
당 내부에선 TV 토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장혜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마포구에서 아침저녁 지하철 인사를 하는데 훨씬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고 손을 흔들어주더라. 토론을 챙겨 본 어르신들은 '권영국 그 사람 괜찮더라'고 얘기해주더라"라며 "1차 TV 토론이 끝나고 수치로 잡히지 않는 바닥 민심이 많이 체감됐다"라고 전했다.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진 대선 국면에서 권 후보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권 후보는 TV 토론 때 나온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뿐 아니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설난영 비하 발언'에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를 두고 강남규 민주노동당 공보차장은 "여성 유권자들이 많이 흔들리는 이슈에 권 후보가 진중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른 후보들처럼 네거티브를 일삼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짚었다.
권 후보의 존재감은 선거운동 기간 응원글에서도 확인된다. <오마이뉴스>가 민주노동당을 통해 받아본 지지자들의 응원 문장은 '노동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후보' '차별금지법과 여성 의제를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권 후보가 대변하고자 한 사회적 의제들과 닿아 있었다. 이들은 '법조인이자 성소수자' '워킹맘이자 딸아이를 둔 엄마' '계약직 노동자'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권 후보에 대한 지지를 후원금과 같이 보내오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도 계속 줄 잇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오후 8시부터 4일 1시까지 11억5000만원이 후원으로 모였다. 앞서 5월 8일 민주노동당에서 대선 후보 후원 계좌를 개설하고 들어온 전체 후원(8억 7800만 원) 보다 많은 금액이 모인 것이다(관련 기사 : '권영국 1.3%' 뜨자 "기적 같은 일"... 1시간만에 쏟아진 후원금 3억 https://omn.kr/2dz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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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마지막날 유세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통령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를 향해 하트를 만들고 있다. |
| ⓒ 이정민 |
"후원금이 들어올 때 한 마디씩 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분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표는 못 주겠지만 지지하는 마음으로 후원한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면서 저희의 현실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선거운동 기간 진보 정당에 대한 조명이 부족해 생기는 아쉬움도 있었다. 여론조사나 언론보도 등에서 이재명·김문수·이준석 세 후보가 중심이 되면서 권 후보가 소외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기 때문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통화에서 이러한 상황을 "불균형"이라고 지적하며 "원내 정당이 아니라는 편의적인 기준으로 언론이 진보 진영 후보를 조명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권 후보는 말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자신이 대변하고자 했던 노동자·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광장의 주역들을 적극 이야기했다. TV 토론에선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를 호명했고, 고공농성에 나선 해고노동자 동료와 장애인 탈시설 활동가와 함께 TV 토론장을 찾기도 했다. 대선 당일엔 최근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뒤 서울로 복귀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권영국과 함께 토론장 찾은 SPC·고공농성 동료들..."이런 목소리 필요" https://omn.kr/2dqlh ).
장혜영 공동선대위원장은 권 후보의 '광장 정치'가 드러난 결정적 장면으로 "고공농성 499일째 날 박정혜 동지를 찾아간 것"을 꼽았다. 장 위원장은 "광장이 열어냈지만 광장의 목소리가 지워진 대선이란 역설 속에서 광장의 목소리를 되살려내고자 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관련 기사 : '499일의 하늘'로 올라간 권영국의 약속 "땅에서 뵙겠다" https://omn.kr/2doj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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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공·옥쇄·단식 농성 노동자와 함께 입장한 권영국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에 고공·옥쇄·단식 농성을 했던 노동자, 활동가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권 후보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두고 농성해야 간신히 목소리가 들리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라며 "오늘 사회 분야 토론회에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심정으로 임하겠다"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임금 회복을 촉구하며 0.3평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거통고지회 당시 부지회장,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촉구하며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랐던 민푸름 활동가, 권 후보, 이틀 전 고공농성 500일을 넘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최현환 지회장, SPC의 노조파괴에 맞서 53일 단식 농성을 벌였던 임종린 파리바게트지회장. |
| ⓒ 남소연 |
권 후보도 대선 출구조사가 발표되고 밝힌 소감에서 진보 정치의 대표성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사회 대개혁이란 과제가 이번 정부에 주어진 것"이라며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 진보 정치의 가장 선두에 설 것임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대한 준비도 병행할 계획이다. 강남규 공보차장은 "이번 대선에서 노동당·녹색당을 비롯해 노동조합·사회단체들로 꾸려진 연합 전선을 당장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라며 "대선을 치르면서 쌓은 정책들을 홍보하고 이재명 후보의 중도 보수 단독 질주를 진보 정치 세력으로서 어떻게 견제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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