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법 선고·국힘 후보교체 파동… 요동친 대선판
‘어대명’ 사법리스크로 한때 술렁
김문수 자격 박탈에 당원이 제동
보수 후보 단일화 선거 내내 진통

제21대 대선 선거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힌 상황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뒤늦게 합류해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 후보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이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으나 오히려 지지층을 규합했다. ‘후보 교체’ 파동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출마한 김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범보수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내부 경선 전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던 이재명 후보는 지난 4월 27일 89.77%라는 유례없는 최종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선 본선에 진출했다. 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후보의 통과가 아니라 다른 후보의 완주 여부가 관심이 될 정도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구대명’(90% 득표율의 이재명)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나흘 뒤인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절차를 앞당길 경우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대선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유죄가 확정되면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대선 출마조차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이 이례적으로 신속해 사실상의 정치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 특검법 발의를 검토했다.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철회했으나, 이재명 후보는 공약에 ‘대법관 증원’을 포함시켰다. 이재명 후보의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모든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이 일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사법개혁’과 ‘사법부 흔들기’로 나뉘었다.
이재명 후보가 ‘사법리스크’와 씨름했다면, 김 후보는 경선부터 본선까지 내내 ‘단일화’의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는 당시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전 총리의 ‘대망론’이 일었고, 이 때문에 김 후보를 포함한 후보 다수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열린 태도임을 앞다퉈 피력하는 일이 있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일 출마를 선언했고 김 후보는 그 하루 뒤 경선을 통과했다. 다만 두 사람은 ‘반(反)이재명’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일화를 좀체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김 후보의 직위를 박탈, 한 전 총리로의 교체를 시도했다. 의원총회와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동의하고 한 전 총리가 새벽 3시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으나, 초유의 후보 교체 작업은 전 당원 투표에서 제동이 걸렸다. 김 후보는 당원 투표 결과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구(舊) 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한 장본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이후에는 이재명 후보에 맞서기 위한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가 TV토론회 중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과거 행적을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지칭한 표현을 그대로 옮긴 일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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