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흐르게 하겠단 국가의 약속,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25년, 우리는 여전히 강물 앞에 멈춰 서 있다. 흐르지 못한 물처럼, 4대강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아니, 지금도 그 상처는 곪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 사업은 처음엔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강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받았고, 결국 이름만 바꾼 채 대규모 보 건설과 준설 사업으로 강행됐다.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뻔했다. 생태계 파괴, 수질 악화, 유지비 폭증, 기능 부재라는 종합적 실패였다. 강은 흐르지 못했고, 생명은 떠났다. 강의 현장에서 그 실패는 처절하게 입증되었다.
|
|
| ▲ 수문이 개방된후 펄밭이었던 세종보의 모습 |
| ⓒ 김종술 |
|
|
| ▲ 2018년 수문개방이후 모래사장으로 돌아온 세종보 상류의 모습 |
| ⓒ 이경호 |
그러나 정작 중요한 단계인 '이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단 한 개의 보도 철거되지 못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정당성은 이미 입증됐으니, 시기를 정하고 실행하라"고 촉구했지만, 정부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무엇이 강물의 흐름을 막았는가? 전문가 중심의 기술적 판단은 있었지만, 사회적 설득은 없었다. 특히 농민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매우 부족했다. 금강 인근 농민들은 수문 개방 이후 물 부족을 우려했고, 낙동강 유역에서는 지하수 저하와 농업용수 확보 문제로 집단 반발이 있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설명과 설득도 미흡했다.
우리는 끈임 없이 물어왔다. 왜 실패했는가? 무엇이 강물의 흐름을 막았는가? 간절함이 없는 전문가들과 현장과 괴리된 논의, 그리고 정부의 의지와 결심 부족은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 회귀로 돌아왔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점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임기 내 세종보 철거를 포함한 4대강 보 철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행해야 할 시기다. 강을 흐르게 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사회적 합의 없는 기술 중심 접근
|
|
| ▲ 수문이 개방되고 돌아온 흰수마자 |
| ⓒ 이경호 |
보 철거 이후 농업용수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보가 사라진 이후의 삶은 누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확언이 없어 주민의 불안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보 해체는 필요하다'는 결론은 있었지만, 그 필요를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이 부족했고 적극성도 없었다. 설명과 설득하려는 정부의 의지 부족과 갈등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결국 반발로 되돌아왔다. 보 철거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외부의 결정'으로 인식되었고, 지역사회의 저항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결국 환경단체와 철거를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농민과의 갈등도 불거졌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4대강 보 해체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과거 정권의 대표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청산하는 정치적 선택이었다. 따라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갈등을 피하고자 했다. 지역 정치인들과의 대립을 최소화하려 했고, 정책 추진에 있어 "환경부 주도하고 총리실 보조"라는 모호한 구조를 만들어 내면서, 책임 소재는 흐려졌다. 국회 차원의 논의는 거의 없었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 철거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장면도 보기 어려웠다.
2019년 보 처리 방안 발표 이후에도 실행력은 부족했다. 일부 지자체의 반대, 농민들의 불안, 지역 정치인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임기 말에는 "추가 검토"라는 명분으로 결정을 미뤘다. 그 결과, 정책은 멈췄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이제 다음 정부가 이어받아야 할 몫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세종보와 죽산보 철거 결정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는 반드시 이를 '임기 내 이행 목표'로 삼고 국가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보 철거는 단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우리는 새로운 정부에 이렇게 요구한다
보 철거를 '정치'의 의제로 정면 돌파하라. 보 철거는 환경정책이면서도 사회적 정의, 생태 복원,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 결합된 종합적 국가 의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지 말고, 국가의 철학과 비전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며 논쟁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불안을 설득으로 넘어가야 한다. 국민이 듣고, 이해하고, 함께 선택하게 해야 한다.
법적, 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다져라.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고도 철거하지 못했다. 이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보 철거 및 하천 복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해체의 법적 근거와 절차, 보상 체계, 주민 참여 방식을 체계화해야 한다. 단지 정권의 의지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이미 결정한 것을 이행하라! 낙동강 한강의 경우는 양수장 개선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보의 탄력운영은 금강권역이 아닌 낙동강권역에서 실험하고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의 경우 사실상 모니터링이 필요 없기에 이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대로 철거를 빠르게 집행하고 해체 성과를 분석해야 한다.
지역과 함께 해답을 설계하라. '보 철거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농민에게는 대체 수자원과 안정적인 농업 대책을, 지역에는 생태관광과 재생 산업의 기회를,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교육을 보여줘야 한다. 보 철거가 위기가 아니라 전환의 시작임을 주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
| ▲ 세종보 상류의 농성장 모습 |
| ⓒ 이경호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선 확실'에 "대통령" 터져나온 연호... 이재명 "국민께 경의"
- 제21대 대통령선거 - 오마이뉴스
- 기립박수 나온 민주당, '울산'에서 터져나온 비명
-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국힘 '긴 침묵'..."샤이 보수 있을 수도"
- '권영국 1.3%' 뜨자 "기적 같은 일"... 1시간만에 쏟아진 후원금 3억
- 고개 숙인 이준석 "이재명, 경제 적확한 판단 기대...야당 역할 할 것"
- 21대 대통령 취임하고, '윤석열 장관'과 일해야 한다
- 방송부 '포기'한 고3 아들... 이 한 표가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 [출구조사] 이재명 51.7%, 김문수 39.3%, 이준석 7.7%, 권영국 1.3%
- "김대중 때 대구 13%... 10%p 올리는 데 27년, 느리지만 진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