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민물 돌고래, 메콩강에서 다시 숨 쉬다
[박정연 기자]
물소리 잦아든 메콩강 강변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회색빛 생명체.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메콩강을 비롯한 동남아의 몇몇 강과 연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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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위기에 처한 메콩강 민물 돌고래 이라와디. 금년 들어 7마리 건강한 새끼가 태어나는 경사가 났다. |
| ⓒ 캄보디아 농업부 |
가장 큰 해양 개체군은 방글라데시 해안과 순다르반스 지역에서 발견된다. 반면, 다섯 개 남은 담수 개체군은 각각 100마리 이하로 IUCN 적색 목록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다.
한때 이라와디 돌고래는 메콩강의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에서 베트남 삼각주, 똔레삽 호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지만, 지난 39년간 개체수와 서식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건기(1월~5월)에는 수위가 낮아지며 돌고래들이 크라체주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190km 구간 내 9개의 깊은 물 웅덩이에 집중된다. 이 웅덩이는 휴식과 먹이 활동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어업 피해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따른다. 강이 깊어지는 우기에는 크라체주 남쪽 지역에서도 돌고래가 가끔 목격된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대부분의 시간을 먹이 활동에 사용한다. 활발하거나 곡예적인 행동은 드물지만 가끔 낮게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보통 잠수 시간은 2분 미만이나, 위협을 받으면 더 오래 잠수한다.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며, 일부는 46세에 이르러도 성체 크기를 유지한다. 성적 성숙 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끼는 태어날 때 약 1m에 12kg이고, 생후 7개월 동안 50cm 이상 빨리 자라며 체중도 33kg 이상으로 증가한다. 암컷은 일반적으로 2~3년 간격으로 번식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개체군에서는 출산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이 종은 급속한 개발, 불법 어업, 수질 오염, 선박 소음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돼 생존 그 자체가 위기였다. 특히 '전기 충격 어업'은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돌고래는 우리 민족의 자연유산"… 불법 어업 강력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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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메콩강을 비롯한 동남아의 몇몇 강과 연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최대 6마리 정도가 가족을 이루며 몰려다닌다. |
| ⓒ WWF-CAMBODIA 홈페이지 |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포스트>는 목 폰록 청장이 이날 "이라와디 돌고래는 캄보디아의 보물이며,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존재"라고 강조하며, 현재 크라체주와 스떵 트렝주 일대에서 활동 중인 72명의 메콩강 경비대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동 신문은 또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단속 활동을 통해 모터보트 3척, 전기충격 장비 30세트, 차량용 배터리 2개(전선 50미터 포함), 불법 그물망 136개를 압수했고, 전기 어업 연루자에게는 총 17건의 소환장이 발부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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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이라와디 돌고래는 약 6,000 여 마리로 추정되며, 이 중 약 5,700여 마리는 해안과 하구 지역에, 300마리 미만은 담수 서식지에 남아 있다. |
| ⓒ WWF-CAMBODIA 홈페이지 |
전설에 따르면, 한 젊은 여인이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약혼자는 전쟁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여인은 매일 강가에서 그를 기다렸고, 결국 죽음 소식을 전해 들은 날 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순결한 영혼은 돌고래로 환생해 지금도 그 강을 떠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지에서는 돌고래를 해치면 재앙이 따른다고 믿는다. 어부들조차도 돌고래가 배 주위로 나타나면 "좋은 날이 올 징조"라며 고기를 잡지 않고 조용히 배를 돌린다. 이러한 문화적 믿음은 법과 단속 이전에 지역 공동체의 생태 보전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 토대였다.
내부 비리·인력 해임도… "청렴과 책임감이 보전의 시작"
보호 활동이 언제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지난 2월, 크라체주 소속 경비대원 3명이 불법 어업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나 즉각 해임됐다. 이는 보호구역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었고, 농림수산부는 즉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림 라치나 차관은 "현장 인력의 청렴성과 책임감이 보호 활동의 핵심"이라며, 경비대원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불법 어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속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고래 보호, 국경 넘어선 협력의 과제
이라와디 돌고래 보호는 캄보디아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 종은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도 분포하지만, 민물 서식지는 메콩강, 이라와디강, 브라마푸트라강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순다르반스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 속도 제한과 어업 규제를 병행하며 서식지를 지킨다. 인도는 2021년 '프로젝트 돌핀'을 출범시켜 국가 전략을 수립했고, 미얀마는 돌고래와 어부가 협력해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을 복원하고 있다.
반면, 라오스는 2016년 메콩강 국경 수역에서 서식하던 마지막 개체군이 멸종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사건 이후 캄보디아와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국경을 넘는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라오스 댐 개발, '강의 생명선' 위협
또 다른 구조적 위협은 메콩강 상류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수력발전 댐 개발이다. 중국과 라오스가 주도하는 메콩 수계의 댐 건설은 하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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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와디'로 불리는 민물 돌고래가 주로 서식하는 캄보디아 북부 끄라체주 메콩강 유역. 메콩강 상류지역인 라오스는 민물 돌고래가 거의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
| ⓒ 박정연 |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더 이상 전설 속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메콩강의 흐름을 따라 살아 숨 쉬며,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생존이야말로 우리가 이 강과 생태계를 얼마나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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