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민물 돌고래, 메콩강에서 다시 숨 쉬다

박정연 2025. 6.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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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어업 감소에 개체 수 증가… "올해 사망 제로, 새끼 7마리 태어나"

[박정연 기자]

물소리 잦아든 메콩강 강변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회색빛 생명체.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메콩강을 비롯한 동남아의 몇몇 강과 연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몸길이는 2.75m, 무게는 최대 150kg까지 자라고, 보통 6마리 이하의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이라와디 돌고래는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단 세 종의 고래 및 돌고래류 중 하나다. 둥글고 짧은 주둥이, 부드러운 곡선의 등지느러미를 가진 이 돌고래는 귀여운 외형과 달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된 위태로운 존재다.
 멸종 위기에 처한 메콩강 민물 돌고래 이라와디. 금년 들어 7마리 건강한 새끼가 태어나는 경사가 났다.
ⓒ 캄보디아 농업부
해양 돌고래 개체군은 주로 진흙이 많고 기수(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환경의 해안가에 서식하는 반면, 담수 개체군은 호수나 큰 강의 깊은 곳을 선호한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이라와디 돌고래는 약 6,000마리로 추정되며, 이 중 약 5,700여 마리는 해안과 하구에, 300마리 미만은 담수 서식지에 남아 있다.

가장 큰 해양 개체군은 방글라데시 해안과 순다르반스 지역에서 발견된다. 반면, 다섯 개 남은 담수 개체군은 각각 100마리 이하로 IUCN 적색 목록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다.

한때 이라와디 돌고래는 메콩강의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에서 베트남 삼각주, 똔레삽 호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지만, 지난 39년간 개체수와 서식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건기(1월~5월)에는 수위가 낮아지며 돌고래들이 크라체주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190km 구간 내 9개의 깊은 물 웅덩이에 집중된다. 이 웅덩이는 휴식과 먹이 활동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어업 피해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따른다. 강이 깊어지는 우기에는 크라체주 남쪽 지역에서도 돌고래가 가끔 목격된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대부분의 시간을 먹이 활동에 사용한다. 활발하거나 곡예적인 행동은 드물지만 가끔 낮게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보통 잠수 시간은 2분 미만이나, 위협을 받으면 더 오래 잠수한다.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며, 일부는 46세에 이르러도 성체 크기를 유지한다. 성적 성숙 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끼는 태어날 때 약 1m에 12kg이고, 생후 7개월 동안 50cm 이상 빨리 자라며 체중도 33kg 이상으로 증가한다. 암컷은 일반적으로 2~3년 간격으로 번식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개체군에서는 출산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이 종은 급속한 개발, 불법 어업, 수질 오염, 선박 소음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돼 생존 그 자체가 위기였다. 특히 '전기 충격 어업'은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돌고래는 우리 민족의 자연유산"… 불법 어업 강력 단속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크라체주 캄피 돌고래 보호구역에서 올해 들어 이라와디 돌고래 사망 사례가 단 한 건도 없고, 새끼 돌고래 7마리가 태어난 것이다. 이 중 5마리는 크라체주에서, 2마리는 스떵트렝주에서 태어난 새끼다. 이로써 2025년 현재 메콩강에 서식하는 민물 돌고래의 총 개체수는 111마리로 집계됐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메콩강을 비롯한 동남아의 몇몇 강과 연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최대 6마리 정도가 가족을 이루며 몰려다닌다.
ⓒ WWF-CAMBODIA 홈페이지
지난 5월 28일, 크라체주 수산청(FiA)의 목 폰록 청장은 캄피 보호구역 강 경비대원들과의 회의에서 상반기 보호 활동 성과를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농림수산부 림 라치나 차관도 참석해 현장 인력들을 격려했다. 이날 31명의 어부를 대상으로는 불법 어업 관련 법률 교육도 진행됐다.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포스트>는 목 폰록 청장이 이날 "이라와디 돌고래는 캄보디아의 보물이며,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존재"라고 강조하며, 현재 크라체주와 스떵 트렝주 일대에서 활동 중인 72명의 메콩강 경비대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동 신문은 또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단속 활동을 통해 모터보트 3척, 전기충격 장비 30세트, 차량용 배터리 2개(전선 50미터 포함), 불법 그물망 136개를 압수했고, 전기 어업 연루자에게는 총 17건의 소환장이 발부됐다고 보도했다.

돌고래는 영혼의 화신… "사랑하는 이를 따라 강으로 뛰어든 여인"
 전세계 이라와디 돌고래는 약 6,000 여 마리로 추정되며, 이 중 약 5,700여 마리는 해안과 하구 지역에, 300마리 미만은 담수 서식지에 남아 있다.
ⓒ WWF-CAMBODIA 홈페이지
메콩강에는 이 생명체의 존재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오래된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한 젊은 여인이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약혼자는 전쟁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여인은 매일 강가에서 그를 기다렸고, 결국 죽음 소식을 전해 들은 날 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순결한 영혼은 돌고래로 환생해 지금도 그 강을 떠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지에서는 돌고래를 해치면 재앙이 따른다고 믿는다. 어부들조차도 돌고래가 배 주위로 나타나면 "좋은 날이 올 징조"라며 고기를 잡지 않고 조용히 배를 돌린다. 이러한 문화적 믿음은 법과 단속 이전에 지역 공동체의 생태 보전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 토대였다.

내부 비리·인력 해임도… "청렴과 책임감이 보전의 시작"

보호 활동이 언제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지난 2월, 크라체주 소속 경비대원 3명이 불법 어업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나 즉각 해임됐다. 이는 보호구역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었고, 농림수산부는 즉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림 라치나 차관은 "현장 인력의 청렴성과 책임감이 보호 활동의 핵심"이라며, 경비대원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불법 어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속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고래 보호, 국경 넘어선 협력의 과제

이라와디 돌고래 보호는 캄보디아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 종은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도 분포하지만, 민물 서식지는 메콩강, 이라와디강, 브라마푸트라강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순다르반스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 속도 제한과 어업 규제를 병행하며 서식지를 지킨다. 인도는 2021년 '프로젝트 돌핀'을 출범시켜 국가 전략을 수립했고, 미얀마는 돌고래와 어부가 협력해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을 복원하고 있다.

반면, 라오스는 2016년 메콩강 국경 수역에서 서식하던 마지막 개체군이 멸종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사건 이후 캄보디아와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국경을 넘는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라오스 댐 개발, '강의 생명선' 위협

또 다른 구조적 위협은 메콩강 상류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수력발전 댐 개발이다. 중국과 라오스가 주도하는 메콩 수계의 댐 건설은 하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란창강(메콩강 상류)에 11기의 댐을 완공했고, 라오스는 78개의 수력댐을 건설했거나 계획 중이다. 이들 댐은 수량과 흐름을 왜곡시키고, 물고기 산란과 이동을 차단하며, 하류의 돌고래 먹이 사슬과 서식지까지 위협한다.
 '이라와디'로 불리는 민물 돌고래가 주로 서식하는 캄보디아 북부 끄라체주 메콩강 유역. 메콩강 상류지역인 라오스는 민물 돌고래가 거의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정연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자연기금(WWF)은 "댐 개발이 메콩강 생태계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국경을 넘는 수자원 거버넌스와 환경영향평가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캄보디아 환경단체들도 "돌고래 보호 정책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댐 개발의 생태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더 이상 전설 속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메콩강의 흐름을 따라 살아 숨 쉬며,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생존이야말로 우리가 이 강과 생태계를 얼마나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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