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국회로 간 청년 5명이 유권자들에게 전하는 말

유지영 2025. 6. 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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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에서 벗어나 편하게 잘 수 있는 결과 기대" "투표는 최소한의 저지선 만드는 일 "

[유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민들이 국회앞에 집결해 계엄해제, 윤석열 탄핵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오후 10시 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뛰어가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들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투표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투표를 앞두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치거나 본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내란 세력의 준동을 허락하지 않는 엄정한 심판이 내려졌으면 한다"고, "대선은 최소한의 저지선을 만드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들은 대통령 선거를 두고 "그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여는 장"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민주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정부가 됐으면 한다"거나 "새 정부는 여성 폭력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인정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회사원 최희윤]"악몽에서 벗어나 편하게 잘 수 있는 결과 나오기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오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의 모습.
ⓒ 권우성
회사원 최희윤(36)씨는 첫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 5월 29일, 투표 개시 시간인 오전 6시가 되자마자 투표소로 향했다. 최씨는 "6월 3일은 내란이 터지고 반년이 되는 날인데, 이번 선거로 모든 것이 끝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악몽에서 벗어나 편하게 잘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12월 3일 밤 국회로 향한 뒤로 반년간 악몽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12월 3일 국회에 다녀온 이후 계엄이 터져서 끌려가는 꿈을 꾸거나 자다가 군인이 방을 걷어차고 들어오는 듯한 환영 같은 것도 본 적이 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줄였던 술이 늘고 몸도 좀 안 좋아졌다"라며 "대선에서 더 이상 내란 세력의 준동을 허락하지 않을, 그들이 감히 그런 생각을 다시는 하지 못할 엄정한 심판이 내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만들어간 민주주의의 여정도 다시 돌아보며, 우리가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임을 느끼게 됐다"라면서 "사회를 만들어가는 '우리'가 스스로 희망하는 사회를 상상하고 같이 발 맞춰 걸어가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한다"고도 바람을 전했다.

[계엄군 군용차 막은 김동현] "대선 투표는 최소한의 저지선을 만드는 일"
 12월 4일 새벽 국회로 향하는 계엄군 차량을 가로막는 김동현씨의 모습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동영상으로 취재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 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춰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김동현씨가 4일 새벽 국회로 향하는 군용차를 가로막은 서강대교 남단 네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을 '우리'로 호명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바람을 전한 이는 또 있었다. 지난 2024년 12월 4일 새벽 군용차에 맞서 화제가 됐던 청년주거권 활동가 김동현(34)씨는 "광장에서의 기억이나 광장에 나선 2030 여성들이 대선에서 지워지는 등 대선이 '우리'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표를 하다 보면 또 광장이 열릴 것이고 '우리'는 여기 (광장에) 있을 것"이라며 "투표는 일단 최소한의 저지선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는 평소 고립되고 경쟁으로 서로를 배제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123일간 광장에서 경험했다. 앞으로는 실제 사회에 (이 경험을) 투영했으면 좋겠다"라며 "누군가를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서로를 지키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도 곳곳에서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씨는 청년 주거권 활동가로서 더는 전세 사기 없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했다. 그는 "전세 사기를 당하게 되면 청년들은 그간 노력해 왔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저 전세 사기라는 폭탄을 피해 월세로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사회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재정 '윤퇴청' 대표] "시민들이 같이 만든 선거... 나도 빨리 투표했다"
 탄핵 집회 행진 사회를 보는 이재정 윤퇴청 대표.
ⓒ 이재정 제공
이재정 '광장을 잇는 윤퇴청' 대표(31)는 지난 5월 30일 사전투표일에 이미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12월 3일에 국회 앞에 갔으니 6개월이 되는 6월 3일에 투표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전투표율이 높은 걸 확인하고 '시민들이 대선을 엄청 기다렸구나' 싶어 나도 빨리 투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투표장으로 향하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시민들이 같이 만든 선거라는 생각 때문에 반드시 투표해야 하고, 의미 있는 표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이번 선거는 내란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평가이자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이니 주변에도 투표하자고 독려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러 가기 전에 ('윤퇴청'이 소속된) 연대체 '범청년행동'의 성명을 한 번 더 읽고 갔다고 했다. '범청년행동'은 지난 5월 28일 '우리의 삶을 모욕하는 정치를 멈추기 위해 투표에 나서자'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단지 권력을 다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불평등을 해소할 새로운 기회다. 시민들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시간과 지켜낸 가치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 앞으로도 달려가고, 광장을 지킨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주인 의식을 실천하려는 의지였다. 그런데 (파면 이후로) 정치의 시간이 되고서는 광장의 시민들은 지워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는 소위 '기득권 정치'를 통해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민주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정부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극우추적단 카운터스' 활동가] "사회 위기, 종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 유성호
소셜미디어에서 '극우추적단 카운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 시민은 "12월 3일 국회로 향할 수 있었던 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 우리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은 불가능하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달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주 만에 탄핵이 되고 그대로 계엄 사태가 종식될 줄 알았지만 그 이후로도 사회 근간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걸 목격했다.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 세력이 등장했고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부터 윤석열의 석방, 4개월이나 걸린 탄핵까지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 모든 사회의 위기를 끝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민주주의, 노동, 인권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윤이 서울여성회 활동가] "여성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게"
 '윤석열 체포구속' '사회대개혁' '개방농정 철폐' 등을 요구하며 서울로 향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이 2024년 12월 21일 오후 서울로 들어서는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경찰에 막혔다. 농민들이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수백명이 합세해 함께 농성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024년 12월 3일 장례식에 참석한 뒤 보조 배터리를 챙겨 친구와 택시를 타고 국회로 향했던 최윤이 서울여성회 활동가는 "(계엄 당일에는) 국민을 어떻게 보면 저렇게 (계엄을) 할 수 있지 싶었다"면서 "당선 전인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성차별과 여성 폭력을 외면해온 데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수십 번 했는데, (계엄은) 정말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최윤이 활동가는 "12월 3일 국회에도 갔지만, 남태령 (대첩)에도 가고 한남동에서 키세스도 되었던, 그 이후가 더 지난한 시간들이었다"라며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많이들 기뻐했지만 나는 앞으로 시작될 대선 국면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지워질 것이 예상돼 속상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대선 유세가 시작되어도 여성들이 지워지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자고 말해왔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 후보가 비동의강간죄 등 여성 정책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공공연하게 반인권·반여성적 발언을 하는 후보도 있었다"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4월 4일까지 한국에서 121명의 여성이 남성에 의한 폭력으로 사망했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가 여성 폭력을 책임지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부디 인정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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