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맹이가 여 나왔다 아이가"…李 모교서도 투표 행렬[르포]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전 5시30분 경북 안동시 예안면 삼계리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 알록달록 색이 칠해진 학교 외벽에 ‘예안면 제2투표소’라는 안내가 붙었다. 본격적인 투표가 시작되기 전 선거관리원들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출신 대통령 후보 신기해”
투표 시작 시각은 오전 6시인데도 투표를 하러 온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서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는 동안 어느새 투표소 입구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예안면 제2투표소의 유권자 수는 305명에 불과했지만 주민들의 행렬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투표소가 마련된 월곡초 삼계분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70년부터 76년까지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모교다. 과거 학교 이름은 삼계국민학교였다. 이 후보는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를 가 중학교 진학 대신 소년공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 후보의 자서전 『이재명의 굽은 팔』에서도 이 학교에 대한 여러 추억들이 등장한다. ‘5㎞ 산길을 혼자 걸어 학교에 가야 했다’ ‘학교를 마칠 때까지 나는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손에 쥔 적이 없었다’ 같은 어두운 기억부터, ‘육성회비도 내지 못하던 내가 호사스럽게도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건 연세가 지긋하던 교장선생님 덕분이었다’처럼 좋은 추억도 있다.
한 표씩 행사…각자 소망도 전해
이 후보의 초등학교 한 해 선배인 김제호(63)씨는 “당시에는 주민 모두가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고 화전민으로 가난하게 살았다”며 “이런 산골짜기 오지마을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가 나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마을 출신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전직 대통령들이 저질렀던 잘못이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지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재명이는 옛날부터 똑똑했기 때문에 잘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투표에 나선 주민들은 저마다 대통령을 향한 소박한 소망도 전했다. 투표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조성호(63)씨는 “농번기를 맞아 빨리 투표를 하고 밭에 일을 하러 가야해 일찍 왔다”며 “후배인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자기 고향의 부실한 도로 사정과 위험한 교통 체계를 신경써서 고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금점용(73)씨는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사과나 고추 농사를 짓고 사는데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에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 차로 10분 정도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면 ‘도촌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사래실·평지마·새못·텃골·지통마·길골 등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도촌리에서 이 후보가 태어난 곳은 지통마(지촌·紙村)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지통마는 오지 중의 오지. 지금은 다섯 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다. 안동댐 건설 후 승용차 두 대가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도로를 만들었지만, 이 후보가 이곳에 살 때까지만 해도 산길 외엔 다닐 곳이 없었다. 이 후보 스스로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시골에서도 깔보는 동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李 고향 주민들도 흥분된 분위기
이 마을 한가운데 ‘제20대 대통령 후보 이재명 생가터’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다. 지난 대선 지지자들이 세운 팻말이다. 인근에 있는 경로당 옆에 또 다른 팻말도 있다. 여기엔 ‘제20대 대통령 후보 이재명 꿈을 키웠던 곳’이라고 적혀 있다.

지통마를 비롯한 도촌마을 주민들은 마을 출신 대통령 후보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선거 기간이 마무리되고 새 대통령이 나오는 날인 만큼 고즈넉한 마을에 미묘한 흥분도 느껴졌다. 오후 8시 투표가 마무리된 후에는 마을 주민들이 도촌리 마을회관에 모여 다함께 개표 방송도 시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만난 김창수(65)씨는 “이 작은 산골짜기에서 대단한 인물이 났으니 온 마을의 경사”라며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든 그저 사심 없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나라를 잘 살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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