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 계약 기간 못 채우고 자진 사퇴
[양형석 기자]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명성을 떨친 이승엽 감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이승엽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두산 관계자는 "세 시즌 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 시즌을 앞두고 두산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은 두산을 2023년 정규리그 5위, 작년 4위로 이끌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두산은 올 시즌 5월이 끝날 때까지 57경기에서 23승3무31패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고 이승엽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났다. 이승엽 감독이 물러난 두산은 3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
|
| ▲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2일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두산은 2일 23승 3무 32패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러 있다. |
| ⓒ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팀의 레전드 출신 윤동균 감독이 1994년 9월 항명파동 끝에 자진 사퇴한 후 최주억 수석코치 체제로 시즌을 마친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는 1995 시즌을 앞두고 김인식 감독이 부임했다. 부임 첫 시즌부터 OB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2003년까지 9년 동안 베어스를 이끌었다. 두산은 1996년 우승 후 최하위 추락이라는 악몽을 경험했지만 2003년까지 김인식 감독의 임기를 보장해줬다.
2004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부임한 김경문 감독(한화 이글스 감독)은 2010년까지 7년 동안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를 포함해 6번의 가을야구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2011년 6월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했는데 이는 이승엽 감독 이전 두산 감독의 마지막 시즌 중 사임이었다. 2011년을 감독대행 체제로 마무리한 두산은 2012 시즌을 앞두고 레전드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이 부임했다.
김진욱 감독은 2013년 두산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시즌이 끝난 후 전격 경질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시리즈 3승1패의 우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친 김진욱 감독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후임 송일수 감독이 이끈 2014년 두산이 6위로 추락하면서 김진욱 감독의 지도력이 재평가됐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비판을 받던 송일수 감독조차 시즌 중 경질되거나 사퇴하진 않았다.
두산은 2015 시즌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롯데 감독)이 부임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두산을 이끈 김태형 감독은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4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하며 '두산왕조'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처럼 두산은 1995년부터 2022년까지 18년의 긴 시간 동안 감독이 시즌 중에 물러난 경우는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끝내 '스타출신 명장' 되지 못한 '국민타자'
2022 시즌이 끝난 후 계약 기간이 끝난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두산은 2022년 10월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을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해 삼성에서 은퇴한 이승엽 감독은 삼성의 영구 결번이 된 후 코치조차 맡지 않았다. 그런 이승엽 감독이 고향팀 삼성이 아닌 아무 연고도 없는 두산의 감독으로 부임하자 야구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의 부임 선물로 FA 시장에서 국내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4+2년 총액 152억 원에 영입했고 두산은 2023년 정규리그 5위를 기록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왕조시절'을 떠올리면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지만 2022년 9위로 떨어졌던 두산을 1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시켰다는 수확도 있었다. 1년 동안 감독직을 경험한 이승엽 감독은 더 많은 기대를 받으며 2024 시즌을 맞았다.
두산은 작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하며 순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에도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두산은 kt위즈를 상대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 연속 1점도 내지 못하는 졸전 끝에 안방에서 2연패를 당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의 역스윕 희생양이 됐다. 이승엽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 두산의 하위권 추락을 막지 못했다. 물론 FA 허경민(kt)과 김강률(LG 트윈스)의 이적, 곽빈, 홍건희, 이병헌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있었지만 이 모든 변수들을 대비해 대처하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346경기에서 171승7무168패의 성적을 남기고 2일 자진 사퇴했다.
스포츠에서는 흔히 '스타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 있지만 작년 KIA를 우승으로 이끈 이범호 감독이나 BNK 썸을 2024-2025 시즌 여자프로농구 우승으로 견인한 박정은 감독처럼 스타 출신 명장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임 후 3년 안에 우승을 노리겠다고 자신했다가 자진 사퇴한 이승엽 감독의 첫 번째 감독 커리어는 결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투표로 빛의 혁명 완수" 외친 이재명 "경제, 확실히 살리겠다"
- 이낙연은 17분, 주인공 김문수는 10분 "방탄 괴물 독재 막자"
- 이준석 "난 굶더라도 호랑이... TK 비만고양이 국힘 치우자"
- 권영국의 마지막 유세 "당당한 노동의 이름으로 차별·혐오 청산"
- 태안화력 '끼임' 사망, 한전 KPS 책임 회피..."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계엄날 정보사로 갔던 기갑여단장 "깊은 산골, 두렵고 겁나"
- "아이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5천만 원 공중분해될 판"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막 오른 대선 본투표, 0.3%만 개표해도 결과 예측
- '진도항 일가족 사망' 40대 가장 긴급체포 '야간 조사 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