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거부한 "강하게 지지" 표현, 민주당 보도자료에 포함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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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린 2019 전북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2021-01-25 |
| ⓒ 연합뉴스 |
대표적으로 이재강 의원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 영어 원문에는 "I strongly support Lee Jae Myung"(이재명 후보를 강력히 지지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지만, 로저스 회장은 초안에 포함돼 있었던 이 표현에 대해 "너무 강한 표현"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초안을 작성한 영국 국적의 송경호 평양과기대 교수도 이를 받아들여 해당 표현을 삭제했는데 민주당이 공개한 지지선언 입장문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치적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로저스 회장의 뜻을 과장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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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9일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성공단 기업대표단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입장문을 공개했다. |
| ⓒ 이재강 의원실 |
그러자 짐 로저스와 연락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이끌었던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과 송경호 평양과기대 교수가 반론에 나섰다. 김 전 이사장은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는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저와 영국에 계신 송경호 교수 사이에 로저스 회장의 지지문을 주고받고 최종 발표된 지지문 문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반론에 따르더라도 해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특히 기자회견 당시 배포된 짐 로저스의 입장문은 그가 '좋다'라고 승인한 내용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거부'했던 초안에 기반한 내용들이었다. 짐 로저스가 '너무 강하다'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수정되기 이전 버전이 한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재강 의원실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 영어 원문에는 "That is why I strongly support Lee Jae Myung"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우리말 번역본에도 "이재명 후보를 강력히 지지합니다"라고 소개됐는데, 이는 송 교수가 작성한 초안에만 들어 있는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성장, 글로벌 리더십의 새로운 장을 열 용기와 비전을 가진 지도자(a leader with the courage and vision to end the era of confrontation and open a new chapter of peace, growth, and global leadership for Korea)라는 찬사 역시 수정되기 이전 버전에만 존재한다.
그 외에도 "선택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습니다"라는 문장 역시 초안에만 등장함에도, 민주당 측 보도자료에 그대로 실렸다.
수정본에는 "이념이나 정치적 논쟁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의 지속적인 이익을 중심에 두는 리더(a leader who is focused not on ideology or political distractions, but on serving the enduring national interest)"라고 표현됐다. 긍정적인 수사이기는 하지만, 수위와 정도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송경호 교수가 로저스 회장과 '위챗'을 통해 나눈 대화에 따르면, "strongly support(강하게 지지)" 한다는 표현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외국인이 말하는 것 치고는 너무 강한 표현 아닌가?(Isn't this too strong especially coming from a foreigner?)"라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저는 분명히 한국에 깊은 관심이 있지만, 사실 그분(이재명 후보)을 잘 알지는 못한다"라며 "누군가 그 점을 지적하게 되면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고 우려 의사도 밝혔다.
그러자 송 교수는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아시지 않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설득하며 "강하게 지지' 등의 표현을 뺀 '톤 다운'된 수정본을 만든다. 내용을 확인한 로저스 회장도 수정본의 배포에는 동의의 뜻을 밝힌다. 사실 로저스 회장은 한반도 평화와 이에 따른 경제적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평가해 온 인물이고, 그가 승인한 입장문 역시 전반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향한 긍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해 그가 괜찮다고 한 문장은 "그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pragmatic approach)에 주목(recognize)한다"는 수준이었다. 'support'라는 단어는 원문에 쓰이지 않았고, 그 외의 찬사적 수사 역시 그가 동의한 표현이 아니었다.
"지금은 이재명"은 초안에도 없는 표현
또 당초 송 교수가 쓴 초안에도 등장하지 않는, 민주당의 주요 캐치프레이즈인 "So now... The choice is Lee Jae-myung"(지금은 이재명)도 민주당이 공개한 지지 입장문에 들어갔다. 로저스 회장에게 확인 받지 않은 표현이 그의 입장이라고 소개된 것이다. 민주당이 송 교수가 아닌 별도의 소통 창구를 통해 로저스 회장에게 확인받고 추가한 게 아니라면, 당사자에게 보여준 적도 없는 표현이 해당 인물 명의의 입장문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완곡한 수준의 긍정 평가를 적극적인 '정치적 지지'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송 교수는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모 신문사에서 단순 지지를 뜻하는 'support'가 아니라 경제적·법적 책임과 보장까지 포함하는 'endorse'라는 단어를 써서 지지 사실 여부를 물었기 때문에 로저스 회장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부인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송 교수는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endorse'라는 표현 자체가 로저스 회장에게는 여러모로 민감한 단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랐던 짐 로저스 회장의 선의에 의한 충심을 endorse라는 단어 사용으로 신분적-경제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내몲으로써 기존 입장으로부터 위축시켜버리는 현 상황이 참으로 슬프기 그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이 동의한 당초 메시지에는 'endorse'뿐만 아니라 'support'도 보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는 김진향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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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동문로터리 탐라문화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그는 "짐 로저스 회장이 국내 언론에 '나는 누구도 지지한 적 없다'고 이메일로 명확히 밝혔다"라며 "몇 년 전 본 사람을 앞세워 지지선언 쇼를 연 이재명 캠프, 결국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내도 모자라 '글로벌 허위사실공표'까지 저질렀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짐 로저스 회장의 지지 선언이 허위라는 최초 보도가 삭제된 데 있다. 도대체 누구의 압력으로 삭제된 것인가?"라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진실 보도는 지워버리는 '보이지 않는 손'은 도대체 누구인가?"라고도 따져 물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시라"라며 "거짓말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데 사과하고, 언론 보도 삭제의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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