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숨통 트려면...지방 청년노동자가 바라는 새 정부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천현우]
대통령이 바뀌겠구나.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오전 일곱 시. 알람에 깨어나 양치하며 뉴스를 보다 든 생각이었다. 일찍 자고 매우 일찍 출근하는 현장직 노동자에겐 새벽에 벌어진 계엄 선포와 해제가 모두 그저 몰래카메라처럼 느껴졌다. 잠들었던 다섯 시간 동안 나라를 37년 전으로 돌리고자 했던 세력과 37년 전 민주주의를 가져왔던 세력의 숨막히는 사투가 있었음은 낮쯤에서야 알게 됐다.
이후 쏟아지는 계엄 문건을 보자 그제야 오싹함이 들었다.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단 사실이 놀라웠다. 망상은 어디까지나 코웃음이 나올 수준이어야만 한다. 전제가 틀렸는데 구체성과 체계성만 갖춘 기획을 현실에 갖다 대면 기괴해진다. 음모론, 유사역사, 사이비 종교 등이 정상으로 보이진 않듯 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괴한 망상에 빠져 살았다. 전조는 있었다. 취임식 때부터 극우 유튜버들을 여럿 초대했다. 대선 이후에도 극우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얘길 자주 들었다. 마음이 실제 세상과 멀어져가는데 현실을 제대로 돌볼 리 없었다.
3년 동안 한국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서졌다. 위기를 방기해서 수습할 기회까지 놓친 일이 수두룩하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개입해서 망가뜨린 일도 많다. 6월 대선은 대한민국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대공사의 첫 삽을 뜨는 날이 될 듯하다.
건물을 막 짓기는 쉽다. 단지 보수나 수리가 어려울 뿐이다. 차기 정부는 이 엉망인 건물을 수리해야 하는데 동시에 왕창 무너뜨려선 안 된다. 정말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 알면서도 "이 부분도 좀 고쳐주십사"라며 도면을 들이밀기 참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이 과업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 후보한테 내 한 표를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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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후보들은 오는 23일 사회분야에 대해 2차 TV 토론을 할 예정이다. 2025.5.22 |
| ⓒ 연합뉴스 |
한국 사회는 왜 사교육에 미쳐 사는가? 인서울 대학이 가진 사회적 지위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어렵게 양반 감투 썼는데 밭이나 가는 신세라면 과거시험을 왜 치겠는가. 본질은 취업시장에서의 우위다. 이 우위는 뒤집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서울 대학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는 사례는 한가득하지만, 전문대 출신이나 고졸이 중소기업부터 시작해 대기업 들어가는 사례는 드물다. 이 탓에 교육이 사교육과 대학입시로만 수렴한다.
학벌의 위상을 줄여야 한다. 줄이려면 인서울 대학 말고 다른 곳에서 배운 이들이 높은 실적을 내도록 해야 한다. 인서울 대학 졸업 안 한 이들이 충분히 일을 잘하고, 인서울 대학 출신들이 생각보다 일을 못 하면, 학벌의 지위는 알아서 줄어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해답이 아니다. 본질은 학생의 역량이지 대학 졸업장이 아니지 않은가. 일찍 취업에 뛰어든 학생들, 대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도 직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직업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한국 사회는 현재 제대로 된 직업교육 체계가 없다. 대학 이외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추진하길 바란다.
구직자의 역량 강화만 이루어진다고 끝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한들 최저임금 주는 일자리만 가득하면 배움의 동기가 없다. 부모들이 자식을 인서울 대학 못 보내 안달 난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조선소 현장엔 이쪽 말로 'A급'이라 칭하는 선배들이 많다. 수십 년 일하면서 쌓인 직관과 절정에 다다른 기능을 모두 갖춘 이들이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대기업 원청 사원들과 비교가 안 된다. 30년 가까운 경력의 베테랑 임금이 2년차 원청 사원과 비슷하다고 한다. 반면 처음부터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은 연공급 구조의 수혜를 받아 직무 능력과 관계없이 고임금을 받는다. 업무강도며 복지 등의 우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상식적인 사회가 아니다.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더 많은 몫이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벌 대기업과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를 이끌 협상가가 필요하다.
노동격차만 해결해선 사람들이 지방으로 오지 않는다. 지역은 각개격파당하고 있다. 작은 곳부터 순차대로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하나로 합치고 연결해야만 한다. 행정을 통합하고 교통망을 확충했으면 한다. 그 어떤 이도 자동차가 필수품인 도시를 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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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가 회사 출근길에 투표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5.5.30 |
| ⓒ 연합뉴스 |
지방을 기업이 올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20세기처럼 값싼 인건비로 연명하는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청산하고 그 자리에 새 회사가 들어서도록 하자. 적극적으로 창업을 장려해 일자리를 만들자.
정리하면 대학이 아니어도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대안 교육기관, 대기업 원청기업을 가지 않아도 능력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노동구조, 뿔뿔이 흩어진 지방을 뭉칠 행정과 교통망,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가져오고 또 만들어내야만 한다. 어려운 주문임을 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야만 지역이 살아나고, 수도권에서 버티느라 결혼과 출산을 다 포기한 미래 세대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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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현우 / 용접공 |
| ⓒ 천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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