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폴란드 대선 결선투표서…반이민·민족주의 후보 당선
1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반이민·민족주의 성향의 야권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당선됐다.
2일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1야당인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42) 후보가 50.89%를 얻어 집권 시민플랫폼(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후보(49.11%)를 이겼다. 전날 투표 종료 직후 폴란드 공영방송 TVP의 출구조사에서는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50.3%, 나브로츠키 후보가 49.7%로 오차범위(±2%포인트) 내 초박빙 상황이었다. 투표율은 72.8%로 1990년 공산주의 붕괴 후 실시된 폴란드 대선 사상 최고치다.

이번 대선은 2023년 12월 집권 이후 유럽연합(EU)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중도우파 여당과 민족주의 극우 성향 야권과의 맞대결 구도로 관심을 모았다. PO는 현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6개 정당 연대인 시민연합(KO)에서 최대 정당으로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대표다.
선거 초반만 해도 낙태권 보장 등을 들고 나온 트샤스코프스키의 승리가 예상됐다. 실제로 지난달 1차 투표에선 트샤스코프스키(31.36%)가 나브로츠키(29.54%)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었다.

그러나 이후 나브로츠키가 격차를 꾸준히 좁히면서 최종 승리했다. 가디언은 "나브로츠키의 승리는 투스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큰 타격"이라면서 "폴란드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장기화하고 유럽에서의 입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폴란드는 의회 다수당 소속 총리가 내각을 꾸리고 실권을 행사하지만, 대통령도 군통수권과 법안 거부권, 사면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실제로 PiS 출신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이런 권한을 적극 행사해 투스크 총리의 개혁 작업을 저지해 왔다. 이번에 당선된 나브로츠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다의 임기는 오는 8월 6일 끝난다.

트럼프 '엄지척' 사진…허위사실 구설수도
역사학자인 나브로츠키는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을 주도하는 폴란드 국립추모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폴란드 헌법이 유럽법에 우선한다"며 "유럽 난민협정에서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대선 공약으로 반이민을 강조했다. 대선 기간 중에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도 내세웠다.

나브로츠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적극 협력해 폴란드의 안보 불안을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AP통신은 "트럼프는 나브로츠키를 폴란드 대통령으로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 기간 백악관을 방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이 이길 것"이라는 응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폴란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연설하며 나브로츠키를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놈 장관은 "나브로츠키가 대통령이 되면 양국의 군사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폴란드에는 1만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한편 나브로츠키는 대선 기간 허위사실 공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그는 대선 토론에서 "대부분의 폴란드인처럼 아파트 한 채만 있다"고 말했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 취약계층 노인의 공영 아파트를 헐값에 사들였고, 그 과정에서 노인에게 거짓말가지 한 정황이 언론에 포착됐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아파트는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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