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치킨 배달 로망, 이제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박정음 기자]
| 여는 말 |
| 지난 4월, 여의도와 뚝섬 일대에서 다회용기 배달 수거함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쓰레기 없는 한강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실현 가능하려면, 기술도 제도도 시민의 일상 속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 현장의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짚어보기 위해 직접 다회용기로 음식을 시켜보고, 반납까지 경험해봤습니다. 한강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함께 살펴보시죠. |
한강공원은 언제부터인가 배달과 라면이 필수였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친구와 서울에 올라와 한강에서 치킨 배달시켜 먹는 것이 로망일 만큼, 한강에서의 배달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은 2021년 하루에 2,753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 메가 플라스틱 도시이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한강공원의 쓰레기 문제가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결단을 내렸다. 바로 한강공원에서 일회용 용기를 이용한 배달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지금보다 하루 배출량을 10%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2023년 잠수교 주변 공원부터 일회용 용기를 이용한 배달을 금지하며 '제로플라스틱존'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제로플라스틱존'은 2024년엔 뚝섬과 반포 일대, 2025년에는 한강공원 전체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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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회용기 수거함을 운영 중인 여의도 배달존 1,2,3과 뚝섬 배달존 1,2 |
| ⓒ 네이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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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존을 안내하는 안내판 |
| ⓒ 서울환경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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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회용기 수거함을 운영 중인 뚝섬 배달존 2의 다회용기 배달 안내 현수막. 그 아래에 일회용 배달용기를 든 배달노동자가 서있다. |
| ⓒ 서울환경연합 |
다회용기 배달, 어떻게 주문할까
우리는 한강에서 다회용기 배달을 경험해 보고자 배달앱을 켰다. 지금 서울에서는 '요기요', '땡겨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에서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하다. 다만 '요기요', '땡겨요'는 메인화면 카테고리 중 하나인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누르면 주문 가능한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고,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해야 한다. 즉,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경우 다회용기 배달을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배달의민족'이 배달앱 점유율 1위(59%), '쿠팡이츠'가 점유율 2위(24%, 쿠팡이츠)라는 것이다(출처 :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24년 9월 기준, 배달앱 월간 사용자 수 점유율). 배달앱 이용자의 83%가 이용하는 앱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 앱을 이용해,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이후 버리게 되는 배달용기양 또한 많다는 것이다. 배달용기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일수록 배달용기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 그러나 메인화면에 기본 선택지로 제공하지 않는 것은 '다회용기 배달'에 대한 선택지를 이용자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찌 되었든 앱에 들어가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다양한 업체들이 화면에 떴다. 다만 아직 모든 업체가 다회용기 배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아 그냥 배달을 시키는 것보다는 선택지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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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회용기 배달로 주문한 배달음식 |
| ⓒ 서울환경연합 |
물론 보완할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수저는 일회용기였다. 다회용기 배달에 수저도 추가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다회용기 크기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일까? 메인 메뉴가 담긴 다회용기 2개와 일회용기 5개가 같이 가방에 담겨있었다. 거기다 거절했던 일회용 수저도 함께왔다. 아무래도 한강의 경우, 습관적으로 수저를 거절했다가 수저가 없어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어 필수적으로 넣어준 것으로 보였다.
조사해보니 다회용기 배달에서 수저의 경우, 분실률이 높아 배달에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회용기와 일회용이 같이 배달되는 경우, 식당에서 배달에 맞춰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밑반찬과 밥 등을 일회용기에 미리 포장해두기 때문에 다회용기 배달 주문이 들어와도 이를 같이 보내주는 경우가 있었다.
다회용기 배달 확산을 위하여
반납 절차는 QR코드 인식과 간단한 정보 입력 후 수거함에 반납하는 구조로 아주 쉬웠다. 한강에서 먹고 난 뒤 배달용기는 대부분이 음식이 다 묻은 상태로 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이런 경우 음식물이 묻어있으니 당연히 재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배달용 다회용기는 음식물이 묻어있어도 회수를 거쳐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세척, 살균 소독, 위생 검사를 거쳐 다시 사용된다.
다만 운영 초반이다 보니 반납 신청한 뒤 수거 인력이 중복 방문하거나, 반납 완료 알림이 전달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추가로 수거 기사들이 수거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문 여는 방식도 숙지하지 못한 채 도착하는 듯 했다. 그래도 이러한 시행착오는 전담 수거 인력 확보, 위치 및 수거함 안내 등으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이미 작동하고 있고,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민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자
시민들은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지금 한강에서 다회용기 배달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운 구조이다. 시민이 한강공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볼 수 있고,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주문 과정에서 용기를 필수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로 시민들이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더 기꺼이 할 수 있도록 배달앱 차원에서 다양한 할인 또는 혜택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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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회용기배달을 이용하면 탄소중립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
| ⓒ 서울환경연합 |
마침 다가오는 6월 7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서울시와 배달의민족, 리턴잇이 함께 진행하는 '배달 다회용기 피크닉'이 진행된다. 이러한 행사를 시작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한강공원에서 다회용기 배달을 많이 경험하고, 더 나아가 다회용기 배달이 확산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선택지는 마련되었다. 이제 쓰레기가 가득한 한강의 이미지를 탈피할 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선택지를 더 많은 시민에게 닿게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서울시의 실험이 시민의 습관으로 연결되도록, 지금이 그 흐름을 만들어갈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환경연합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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