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워홈!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어요" ...하얀 거짓말 1년 후 벌어진 일
평등은 경제 영역에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결국 '경제' 니까요. 국내 여성 경제(女) 분야 소식을 잇겠습니다(絡).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우리 집안은 유교를 중요시해요. 조상의 제사를 잘 모시고 어른을 잘 공경하라고 손주들한테 강조하죠. 그래서 말인데 제사를 모실 장손으로 본무 동생인 둘째 본능의 외아들을 장손으로 본무 호적에 올리려고 해요. 나도 그랬고, 본무도 그랬듯이 (입양한 구광모가) 지분을 승계받아 당연히 그룹을 맡는 거지.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2003년 당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밝힌 '장자승계' 원칙이다. 구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은 구본무 회장은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후, 동생(구본능)의 아들 구광모를 입양했다. 2018년 구본무 회장 사망 후, 구광모 LG 회장이 마흔의 나이에 그룹을 이끌게 된 배경이다. 장자승계는 구씨 가문 내에서 매우 공고했다.
|
|
| ▲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자학 전 아워홈 회장의 모습.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8월 20일 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경영자는 쉬지 않고 전진하는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한테 배운다"고 적었다. |
| ⓒ 구지은 SNS 갈무리 |
구지은 체제는 그러나, 3년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2024년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그는 아워홈 '전' 부회장이 됐다. 그리고 아워홈은 지난 5월 15일 한화가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주도로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매출 2조 2440억 원의 아워홈이 같은 시기 매출 7509억 원의 한화호텔로 인수되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들 했다.
이른바 '남매의 난' 때문이었다. 구자학 전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손을 잡고 지분을 한화에 넘긴 것이다.
|
|
| ▲ 급식업체 아워홈 |
| ⓒ 연합뉴스 |
"오로지 당신의 힘만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간 체면 때문에 하지 못하던 요리를 사업 명분으로 실컷 할 수 있었으니 분명 신나는 도전이었을 것이다"(구지은 저 <최초는 두렵지 않다> 중)라고 구지은 전 부회장은 후술했다.
상승가도가 이어졌다. 분사 당시 2000억 원 규모였던 아워홈은 2009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앞서 구자학 전 회장은 2004년 막내 딸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앞으로 부부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어린 딸에게 자신만의 일을 찾을 것을 권했"(<최초는 두렵지 않다> 중)던 아버지의 뜻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외식사업부 총괄상무로 입사해 2015년 2월 부사장에 올랐다. 네 남매 중 경영 일선에 뛰어든 것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유일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오른 건 장남 구본성이었다. 장자 승계가 작동했다. 당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등기이사에서도 제외되며 경영권 승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보였다.
|
|
| ▲ 수십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2024년 9월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구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부수고, 차에서 내린 상대 운전자를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2021년 6월 3일 1심 재판 결과가 나왔고, 바로 다음 날인 6월 4일 이사회에서 과반수 의결로 아워홈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장녀 구미현이 막내 편에 서며 세 자매 연합이 구성됐고, 큰오빠를 해임했다. 아워홈의 지분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씨가 19.28%, 차녀 구명진씨가 19.6%,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었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을 네 자녀가 나눠갖고 있던 구조다. 자매 연합은 6:4의 구도를 만들었고, 구지은은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구본성 전 부회장 재임 시기이던 2020년 사상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아워홈은 2021년 빠르게 정상화에 돌입했다. 그 해 매출(연결기준) 1조 7407억 원, 영업이익 256억 원을 냈다. 다음 해에는 주목할 만한 의사 결정으로 화제가 됐다. 2022년 아워홈은 정기주총에서 주주배당률 0%를 승인했다. 책임 경영 차원에서 대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서 2020년 적자임에도 배당금 776억 원을 지급해 논란이 됐던 상황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급식 사업 중심 아워홈의 다각화에도 나섰다. 냉동 도시락 브랜드 '온더고'로 식품사업에 나섰고, 간편식 '구氏반가'도 내놨다. 한식 패스트푸드점 '밥이 답이다', 한식당 '반주' 등 외식 브랜드도 추진했다. 그 결과 2022년 1조 8354억 원의 매출(연결기준)에 536억 원의 영업이익, 2023년 1조 9835억 원 매출에 943억 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글로벌 사업 실적도 증가해 2022년에는 전체 매출의 10%가 해외 매출이었으며, 2023년에는 13%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은 구미현씨로 인해 다시 바뀌었다. 큰오빠와 연합을 통해 과반의 지분(57.84%)을 확보하여 2024년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장악했다. 그 후 구미현씨는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약 1년 만인 지난 5월 15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58.62%(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보유 지분 포함)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거래대금은 8695억 원이었다.
|
|
| ▲ 구자학 전 아워홈 회장의 2주기를 맞은 2024년 5월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아버지가 아끼시던 막내, 아워홈!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어요"라고 글을 올렸다. |
| ⓒ 구지은 SNS 갈무리 |
2024년 5월 11일, 구자학 전 회장의 2주기를 하루 앞두고 구지은 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아버지가 아끼시던 막내 아워홈,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어요"라고 올렸다. 한 달여 뒤,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아워홈이 형제가 아닌 다른 재벌 그룹에 넘어갈 것은 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렇게, 아버지의 '신나는 도전'은 막을 내렸다.
구자학 회장은 나무를 가꾸는 일을 참 좋아했다. 작은 묘목을 키워내는 일에 크게 보람을 느낀 듯하다. 구 회장에게 아워홈은 그런 묘목이었다. LG그룹에서 크고 굵직한 사업을 도맡았지만 아워홈은 당신 생애 처음 시작한 나만의 사업이었다. 30년 공력의 경영 노하우를 쏟아부어 아워홈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고 뿌듯했을까. (구지은 저 <최초는 두렵지 않다> 중)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선 하루 앞인데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 놓고 자중지란
- "가슴에 대못 박고 어딜..." 4.3유족 항의에도 끝내 사과 안 한 김문수
- 미련 못 버린 국힘 "이준석, 김문수에게 힘 모아달라"
- '댓글 조작' 리박스쿨, 김문수 후보 관련 의혹 세 가지
- 피싱으로 5분만에 날린 150만원, 이렇게 찾았습니다.
- 'TK 장녀' 외과의사가 대구경북을 수술한다면? "고쳐 쓸 수 없다면 도려내야"
- 김경수 "내란세력에 다시 나라 맡기면 세계적 웃음거리"
- 단일화 싹둑 이준석 "삼위일체 김문수, 비상계엄·부정선거·태극기부대"
- 특수봉인지 훼손하고 투표용지 쵤영하고... 경북에서 사전투표 관련 고발 잇따라
- '타코'라고 놀림받는 트럼프지만... 진짜 위험한 건 따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