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결혼 혼수로 많이 했는데 요즘엔 보기 힘든 이불
인천에서 그림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품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잘 사용하지 않고 잊혀져 가는 오래된 물건에서 지나간 시간의 가치를 돌아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기자말>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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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의 꿈1(부분) 목판, 비단에 자수, 가변 크기_김경희 2025 / 호접몽을 주제로 한 작품. 지인들이 기증한 혼례복의 천으로 제작했다. |
| ⓒ 김경희 |
엄마의 이불 욕심은 일평생 한결같았다. 알록달록 수를 놓은 이불 대신 최신 유행의 이불로 바뀌었을 뿐. 색이 너무 예쁘다거나 먼지가 안 나서 알레르기가 안 생기는 이불이라거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이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사계절 덮을 수 있는 양모이불라거나 등등 새 이불을 사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살림욕심이라고는 없는 내게도 여러 종류의 이불이 배달되는 일이 생겼다. 엄마는 항상 무채색이나 중간 톤의 이불이 아닌 고운 색의 이불을 선호하셨다. 장롱에 켜켜이 쌓여 있는 엄마 취향의 이불을 보며 저걸 언제 다 덮어보나 싶어 한숨을 쉰 적도 있었다. 엄마의 시간 속에서 색색의 이불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 같은 것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결혼 전 우리 가족이 살던 광주광역시 농성동 집 근처 돌고개(지명)에는 손끝 야무진 아지매(아주머니의 전라도 사투리)가 하는 이불 집이 있었다. '풍성이불집'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우리 자매는 그 집을 '돌고개 이불집'이라고 불렀다. 주인 아지매는 손끝이 야무지고 꼼꼼했고 우리 집 이불 대부분은 그 아지매 솜씨였다. 엄마는 다섯 딸들의 장롱도 돌고개 이불집에 주문한 알록달록 고운 이불로 채우셨다.
'원앙금침'이라고 부르는 혼수 이불,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수놓은 모시 이불과 역시 수놓은 모시에 솜을 누빈 카펫, 봄가을용 얇은 색동 누비이불, 수놓은 방석과 베갯잇, 심지어 첫 아이의 이불까지 모두 돌고개 이불집 아지매의 솜씨였다. 그게 벌써 삼십 년도 더 넘었으니, 그 아지매도, 돌고개 이불집도 이제는 없고, 이쁜 이불을 좋아하시던 엄마는 구순을 넘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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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양과 장미 자수 황금빛에 가까운 공단 이불에 부부 화합을 의미하는 원앙을 수놓았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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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자수 황금빛 공단에 수놓은 장미 |
| ⓒ 김경희 |
목화솜은 버린 지 오래지만, 알록달록 빛깔 고운 공단 이불 홑청은 어쩐 일인지 버릴 수가 없었다. 생활양식이 바뀌고 이불 또한 가볍고 좋은 이불이 흔해진 요즘 시대에 나는 왜 고색창연한 공단 이불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을까? 비록 재봉틀로 수놓은 것이긴 하지만 자수가 너무나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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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을 수놓은 보료 화려한 분홍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을 수놓았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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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을 수놓은 보료 꽃분홍색 공단에 노랑, 파랑, 분홍의 실로 수를 놓았다.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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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깃 이불을 덮을 때 목이 닿는 부분의 오염을 막기 위한 천. 사용하지 않아 깨끗한 것이 한 개 남아 있어 가리개로 쓰고 있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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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상문을 수놓은 이불 홑청 초록과 빨강의 보색 대비가 강렬하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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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상문 상서로움을 의미하는 길상문을 수놓았다. |
| ⓒ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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