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 발생에도, 태국-캄보디아 국경 폐쇄설은 일축

박정연 2025. 6. 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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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상원의장 "영토 침범 용납 못 해"... 태국 측 극단주의자 비판하며 태국 IP 차단

[박정연 기자]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전 이후, 양국 국경 검문소의 폐쇄를 검토 중이라는 태국발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군은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명령도 내려진 바 없다"며 국경 폐쇄설을 일축했다.
 태국 육군 총사령관 파나 끌레우쁠롯툭 대장(앞줄 오른쪽)과 캄보디아 왕립육군 사령관 마오 쏘판 대장(앞줄 왼쪽)이 5월 29일 태국 수린 주 깝쭈엉 지구에 위치한 촁촘 검문소를 군 관계자들과 함께 시찰하고 있다.
ⓒ 태국 육군
태국 육군 대변인 윈타이 수와리 소장은 5월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태국-캄보디아 국경 검문소 폐쇄는 아직 명령되지 않았다"며, "해당 조치는 오직 안보 위협이 명백하고 위험 수준이 고조될 경우에만 고려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체적인 국경 상황은 안정적이며, 일부 지역에서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정부 대변인 지라유 홍섭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국경 폐쇄와 관련된 어떠한 지시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재차 확인하며, "국경 무역과 여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연휴 기간 국경을 넘는 인파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린 주 충촘, 트랏 주 핫 렉 등 주요 검문소는 6월 1일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총격전 발생과 피해 상황

이번 사건은 5월 28일 오전 5시 45분경(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레아 비히어 주 모라콧 마을 인근에서 발생했다. 캄보디아 국방부에 따르면, 태국군이 캄보디아 병력이 장기간 주둔해 온 지역에 선제 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측은 해당 지역이 자국 영토임을 강조하며, 태국군의 선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전으로 캄보디아 왕립군 소속 쑤언 론(48) 대령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쑤언 론 대령은 프레아비히어 주 시골마을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온 베테랑 군인이다. 이번 총격으로 일부 군인들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5월 28일 태국-캄보디아 프레아 비히어 사원 인근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무력충돌로 사망한 캄보디아 군인의 영정 사진 (쑤언 론 대령, 48세) . 양측은 지난 2008년~2011년 사이 국경지대 영유권을 둘러싸고 발생한 수 차례 전투에서 양측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40명이 목숨을 잃고 최소 수백 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 캄보디아 육군
캄보디아 국방부는 사태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충돌은 태국 측의 선제 공격에 따른 것"이라며, "캄보디아가 원하지 않는 불상사"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힝 분행 왕립군 부총사령관 겸 앙코르 사령부 사령관을 포함한 고위 장성들과 병력을 시엠립 주 등 프레아비히어 접경 지역으로 긴급 파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했다.

캄보디아 지도부의 공식 입장

이번 충돌 후, 캄보디아 지도부는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훈센 상원의장은 5월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태국군의 침입으로 캄보디아 병사가 사망했다"고 알리고, "일부 극단주의 세력이 국경 분쟁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태국 측을 비판했다. 이후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태국인들의 항의 비난 글이 일부 게시되었고, 이에 대응해 훈센 상원의장은 태국 IP 사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부 여론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훈센 상원의장은 5월 31일에는 (무력충돌 사고가 발생한) "에메랄드 삼각지대는 캄보디아의 영토"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한 해결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는 캄보디아 정부가 영토 주권 문제를 국제법적 절차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어 2009년 해당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위장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캄보디아 군은 파리 평화협정(1991년 10월 23일) 이전부터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2000년 체결된 양해각서(MOU)보다도 13~14년 앞선 시점이다. 그는 또한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가 이 문제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상원 의장직을 맡고 있는 훈 센 전 총리는 2009년 해당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분 라니 여사와 함께 위장 군복을 입은 채 찍은 사진을 최근 공개하며, 캄보디아 군은 파리 평화협정(1991년 10월 23일) 이전부터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 훈센 총리 페이스북
훈 센 상원의장은 "문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면, 캄보디아와 태국이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여,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식 지도(영유권 주장을 위한 자의적 지도 제외)를 바탕으로 끝장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기를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불을 완전히 끄자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의 행복과 단합을 위한 것이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훈센 상원의장의 아들이자 현 총리인 훈 마넷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양국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외교와 평화적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영토 보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캄보디아-태국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무력충돌 당시 캄보디아군을 진두지휘하던 훈 마넷 장군(가운데, 현 총리)이 참모들과 작전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훈 마넷 총리는 지난 5월 28일 양국간 무력 충돌 직후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훈 마넷 총리 페이스북
캄보디아 국방부도 "태국 국방부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조속한 사태 수습과 유사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하며, "양국 국경은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며, 국민들에게는 공식 발표 등 신뢰할 만한 정보만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사건 발생 사흘 뒤인 5월 30일, 태국 육군총사령관 파나 끌래우쁠롯툭과 캄보디아 육군총사령관 마오 쏘판은 태국 수린 주 충촘 국경 검문소에서 회담을 가졌다. 두 사령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국 공동경계위원회(Joint Border Committee, JBC)를 통해 2주 이내에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JBC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설치한 공식 협의 기구로, 과거 여러 분쟁 해결에 활용돼 왔다. 이번 합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해결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양국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프레아 비히어 사원을 둘러싼 100년 넘는 분쟁

이번 총격전은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 100년 넘게 이어져 온 프레아 비히어 사원 및 주변 지역 영유권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분쟁은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완전한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프레아 비히어 사원은 9세기 크메르 제국 시기에 건립된 힌두 사원으로, 절벽 위에 위치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지리적 위치 때문에 양국 간 민감한 갈등 지역으로 꼽힌다.

1907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당시 캄보디아는 프랑스 보호령)와 태국(당시 시암) 간 국경이 확정되면서 사원의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발표된 국경 지도에는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로 명시되었으나, 태국은 이 지도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사원과 인근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1950년대부터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은 본격화됐으며, 1959년 캄보디아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1962년 ICJ는 사원 자체에 대한 영유권을 캄보디아에 귀속시키는 판결을 내렸으나, 사원 주변의 경계에 관한 명확한 지침은 포함하지 않아 분쟁의 불씨가 남았다.

한편, 태국은 역사적 주장과 지리적 특성, 판결문의 모호성을 근거로 사원 인근 지역에 대한 권리를 계속 주장해왔다. 2008년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분쟁은 더욱 격화되었고,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중화기와 박격포, 로켓 등이 동원된 교전이 수차례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캄보디아 군인 19명과 민간인 3명, 태국 군인 16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2013년 ICJ는 캄보디아의 요청에 따라 사원 주변 지역 역시 캄보디아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태국은 이를 전면 수용하지 않고 국경선 확정 문제는 양국 간 추가 협의를 필요로 한다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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