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500원, 고구마 1천 원... 싸게 사고도 찜찜한 이유
급격한 고령화와 충분치 않은 노후대비는 노후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955년생, 은퇴 후 전업 살림을 하는 남편으로서의 제 삶이 다른 퇴직자와 은퇴자들에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말>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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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채소가게에서 파는 천원짜리 고구마 |
| ⓒ 이혁진 |
"고구마 한 소쿠리 천 원"
"오이 세 개 천 원"
값이 싸다는 소리에 바구니에 붙은 가격을 확인하고 물건을 샀다. 이들은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에게 늘 이렇게 목청을 높인다.
이들의 장사하는 모습은, 손님을 기다리는 기존 상인과 확연히 다르다. 이곳은 시장에 들를 때마다 거쳐가는데 물건이 싼 편이어서 자주 산다.
지난 4월 초 시장 입구에 과거 신발가게 자리에 채소가게가 새로 들어섰다. 이들이 펼친 좌판 주위와 가게 안은 사람들로 언제나 가득하다.
이들도 소리 지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게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만든다.
가게 앞에 붐비는 사람들로 차량이 오가도 못하는 상황이 거의 매일 연출되고 있다. 이들이 표방하는 슬로건은 '오늘 물건은 당일 몽땅 처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싸게 팔아야 한다. 며칠 전엔 큰 양파가 담긴 10킬로그램 한 자루를 단 2천 원에 팔기도 해 놀랐다. 소문을 듣고 이걸 사기 위해 멀리서 온 사람도 있었다.
'오늘 물건은 오늘 처분'... 멀리서 소문 듣고 사러 오기도
이들 때문에 바로 건너편에서 3년 동안 영업한 채소 가게가 지난주 문을 닫았다. 젊은이들의 박리다매 전략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동네 시장의 이런 지각변동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싸고 좋은 채소를 살 수 있지만, 그 여파로 폐업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고만고만한 채소와 과일을 취급하던 길가 마트와 가게들은 요즘 채소를 찾는 손님이 끊어져 울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채소 가게 세 개가 동네 시장에서 성업 중이다. 대부분 코로나 이후 나타난 가게들이다.
이에 함께 장을 보러 간 아내는 "덕분에 채소와 과일값이 싸져 다행인데,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문 닫는 채소가게가 생겨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초에는 동네 시장에 꽤 큰 규모의 슈퍼마켓이 들어섰다. 직원만 대충 20~30명이다. 고객의 혼을 빼다시피 계속 마이크로 물건을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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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파 한 단이 500원이다. |
| ⓒ 이혁진 |
문제는 요즘 채소와 과일가게를 포함해 내수업종 전반이 침체에 빠져 시장 상인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이다. 장을 보면서 이들의 어두운 표정을 마주치면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정말 안타깝다.
한편 젊은이들이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유를 넌지시 물어보니 "채소와 과일 유통이 힘은 들어도 재밌다"고 한다.
반면 시장 상인들에 물어보면, 이들은 "내수침체에 자영업이 부진한 가운데 젊은이들이 채소와 과일 가게에 뛰어드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어쨌든 싸게 산 한아름의 채소를 보면서 아내가 오늘은 풀만 먹어야겠다는 던지는 농담에 그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하루빨리 동네 시장에 활기가 돌아 많은 소규모 시장상인들이 웃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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