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에 등장한 '경계선지능인',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까닭

느린IN뉴스 2025. 5. 30. 18: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정책 안에 포함된 느린학습자, 개념 혼선 드러나

[느린IN뉴스]

 주요 대선 후보 공약집 내 느린학습자 정책 비교.
ⓒ 느린IN뉴스
6·3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들이 나란히 경계선지능인(느린학습자) 지원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정책 공약집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 항목이 명시된 건 고무적인 변화다. 그간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정치권의 공식적인 언급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리는 경계선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 수준으로, 지적장애 기준(70 이하)에 미치지 않는 이들을 말한다. 법적 장애인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삶에서 학습·소통·적응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표적인 정책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다.

공약 내용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경계선지능 아동 지원 확대, 고위험 청소년 맞춤 지원, 조기 발견 및 지역사회체계 구축 지원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제정, 청년을 위한 개인 맞춤형 취업 서비스 제공 등 보다 제도화된 접근을 공약에 담았다.

다만, 양당 모두 일부 공약들을 '장애인 정책' 항목 안에 포함시키면서, 여전히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개념적 혼란과 인식 부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경계선지능인은 법적 장애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도 정책군이 아닌 장애인 정책의 하위 범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관련 전문가들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부족으로 비롯된 것이라 평가했다. 정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편의에 따라 생긴 일이지, 실제 경계선지능인을 장애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한 것은 아닐 거라는 분석이다.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 송연숙 이사장은 "공약 내 생애주기별 지원, 느린학습자를 위한 지원법 제정 등 내용이 언급된 점은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당 모두 느린학습자가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들을 어떤 관점에서 지원할 수 있을지는 사회적 합의와 수용적인 공론장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계선지능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정책틀에서 지원할 것인지는 현재까지도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대선 공약은 시작일 뿐, 이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지원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일부 공약에서 '경계성 지능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계해 온 용어로, 법적 장애에 포함되지 않는 경계선지능인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장애의 범주를 넓혀야 하는지,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정책틀이 필요할지에 관한 내용 또한 아직 논쟁적인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를 전제한 용어가 공약에 포함된 것은, 정치권 내부의 개념적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
 서울특별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에서 발행한 '경계선지능, 바로알기' 일부분.
ⓒ 서울특별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
더 나아가 현장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이라는 명칭 자체도 '지능'에만 초점을 맞춘 협소한 표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시민사회에서는 '느린학습자'라는 표현을, 학계에서는 '경계선급 지적 기능'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적 수준을 넘어, 이들이 겪는 학습·사회성·정서 발달 등 다층적 특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경계선지능인을 현재의 '장애'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록제는 '손상' 중심 구조로 설계돼 있어, 현재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고정돼 있어야만 등록이 유지된다. 반면 경계선지능인은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이뤄진다면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과 이미지 교수는 이런 등록제 구조에 대해 "나아짐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경계선지능인을 장애로 편입할지 여부는 장애기준에 충족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장애인 서비스를 받으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둬야 하며, 당사자들이 원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에서 그간 가려졌던 경계선지능인이라는 존재를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언급했다는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들을 어떤 존재로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느린학습자시민회의 송연숙 이사장은 "정치권이 관심을 가질 때일수록 당사자와 부모들이 더 많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우리 존재를 증명해 보여야 제도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느린IN뉴스에도 실립니다.(https://www.slowlearnernews.org/)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