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행복, 무한 자유가 아니라 적절한 '이것'에서 옵니다
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가 끝나가던 2년 전 이맘때쯤으로 기억한다. 답답했던 마음의 마스크가 해제된 기분이었다. 축제의 계절인 데다 코로나로 인한 답답합과 갈증의 분출이었는지, 다양한 행사들이 눈에 띄게 활발했던 시기였다. 당시 나도 반려견 훈련사로서 끊겼던(?) 야외 반려견 행사들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해 마음이 왠지 더 들떴다. 다양한 분야로 반려견 행사를 참여했지만, 그중에서도 행동 상담을 진행해 주는 행사 참여가 많은 편이었다.
당시 한 지방에서 반려견 행사가 열렸고, 반려견 행동 전문가 상담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행사 진행표를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에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반려견과 원반을 가지고 음악에 맞춰 자유로운 동작을 수행하는 디스크독 프리스타일(discdog freestyle) 공연도 있었고, 개와 함께 춤을 추는 독댄스(dog dance)도 부대 행사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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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기는 독스포츠 일본 반려견 훈련 경기 대회에서 디스크독 부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반려견 선진국일수록 이런 개들과 즐기는 훈련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
| ⓒ 최민혁 |
그날 상담을 열심히 하고 행사를 잘 마무리하던 중, 우연히 놀러 온 지인을 만나게 됐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까 개들 공연하는 걸 봤냐고, 정말 멋지지 않았냐고 화제를 던졌다. 그러자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나는 괜찮게 봤는데, 같이 온 친구들이 개들이 좀 불쌍하대. 학대하는 거 같다고..."
"그래? 어떤 부분이 불쌍하대?"
"뭔가 개가 사람 말에 복종해야 하는 모습, 사람들 말에 따라야 하는 거 자체가 불쌍해 보인대."
나는 이게 개와 사람이 즐기는 독스포츠(dog sports) 중 하나라는 간략한 설명과 함께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어딘가 기분이 오묘했다. 누군가의 감상을 내 멋대로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거나 그것을 꼬집을 순 없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반려견 훈련사로서 사람들이 개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쉽게 불쌍하다거나, 쉽게 학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느끼곤 한다. 특히 개들이 사람과 살아가며 해야 하는 교육들에 대해서도 그런 시선이 제법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학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로서 보기엔 요즘 그런 단어들이 너무 쉽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도 생각해 왔다.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자주 남용되는 '학대'란 단어... 너무 많은 자유는 오히려 개를 불안하게 한다
네이버에 '학대'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상대방을 혹사하거나 소홀히 대하는 행동 또는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정의가 사뭇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자주 사용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대부분 사람들이 개들의 행복은 '자유'에서 나온다고 믿는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더 깊게 파고들자면, 개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개를 괴롭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사람들 안에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방문교육에 가보면, "이렇게 잘하는데 왜 그동안 안 하셨나요?"라는 내 질문에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답은 "뭔가를 시키는 게 불쌍했어요. 개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어요"였다. 그러니까, 반려견의 자유를 빼앗는 게 싫어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마음을 다 부정하거나 잘못 됐다고 꼬집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개들에게도 자유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만나는 현대의 반려견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대부분 규칙 없는 자유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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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들에게 자유를 주어라 단, 사람과 함께 산다면 규칙 아래 자유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럼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
| ⓒ 최민혁 |
평소 사람에게 칭찬받고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개라면, 함께 춤추는 독댄스나 기본예절 교육도 얼마든 즐기면서 가르칠 수 있다. 일반 가정의 예절 교육도 잘 받는다면, 더 많은 반려견 출입 시설과 장소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때론 '자유'와 '방종'을 헷갈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의 본질...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일, 교육과 훈련
또 다른 한 가지는, '개는 항상 연약하고 챙겨줘야 하는 동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챙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개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무언가를 함께 이루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에 대한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는 점. 항상 노심초사 살피고 개를 귀여워만 하는 것이야 말로 다르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개는 수많은 동물 중에서도 오랜 역사 속 인간과 항상 다양한 것을 해왔던 동물이다. 기본 속성이 '걷고 달리고 찾고 물고'를 반복했던 동물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개들의 내재된 본능에는 다양한 욕구가 잠재워져 있다. 그런 욕구가 강해진다면 문제 행동이 되기 쉽기 때문에 잘 교육해야 하지만, 평소에 그 본능 자체를 다 무시하거나 묵인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하게 대체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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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를 개로서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개를 사람인 것처럼 보려 하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
| ⓒ castillcc on Unsplash |
보호자가 매번 예뻐만 해 줘서 사소한 것도 짜증을 내는 개, 보호자가 리더십이 부족해 집과 보호자를 지켜야 해서 늘 곤두서있는 개, 분리되는 법을 몰라 잠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개.
아무런 것도 시키지 않고 늘 예뻐해 주는 보호자들, 이들은 겉보기엔 종종 '핑크빛'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런 모습이야 말로 반려견의 마음과 심리를 혹사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 개들이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개의 수많은 시그널들을 전문가로서 볼 때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를 사랑하고 예뻐해 주고 싶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어떤 모습은 학대처럼 보이고, 불쌍해 보일 수 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를 개로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생각과 심리, 본능들을 잘 헤아려 그들에게 진정 맞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보고 싶은 행복이 아니라, 진짜 개를 위한 행복에 다가설 수 있는 게 아닐까. 세상에 여러 의미의 '학대'가 사라지고, 개를 개로서 이해하고 다가가서 사랑하며 행복을 누리는 보호자와 반려견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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