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의 말이 두려운 이유

김은유 2025. 5. 30. 09: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소통방식이 국가 시스템이 된다

[김은유 기자]

요즘 대선 국면을 앞두고 미디어를 끼고 살다시피 하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 나라의 미래, 그리고 나와 자녀들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에 최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 후보 간의 공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들로 가득하고, 결국 불쾌한 인상만 남기고 만다.

후보들의 자질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언론 보도에 내 삶이 이토록 몰두하고 있는 이 시간,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선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 이득을 취하려는 어떤 후보를 보며 분통이 터졌다.

양극화로 인해 이미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려는 후보의 모습은 위험해 보인다. 이제는 제발 갈등과 혐오를 정치 수단으로 삼는 낡고 지긋지긋한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다.

과거 계엄에 반대하고 대통령 퇴진을 외쳤던 수많은 시민들을 다시 갈라치기 하려는 발언들 앞에서, 분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우리가 그런 언어들을 분별해내지 못한다면, 나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은 또다시 방향을 잃고, 결국 제2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대선 토론에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갈등을 유도하는 후보가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선진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말로 국민을 결집시키려는 정치는 이제 너무도 구태의연하다. 12.3 계엄 이후 기나긴 혼란을 겪어온 국민들의 분별력은 이제 훨씬 예리해졌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정치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편, 이번 대선 토론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곧 국가 시스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지난 계엄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민 사이의 화합과 분열, 민주주의의 건강성, 심지어 국가의 분위기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토론자의 말투와 태도가 왜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억난다. 지난 정부 때 국민의 불신과 혼란은 결국 대통령의 갈라치기 발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해묵은 이념을 꺼내며 국민을 분열시켰고, 그의 언사는 외교 신뢰를 무너뜨렸으며,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무력감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지금은 분열을 조장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내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이제는 내 세포가 그런 언어에 먼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느낌이다.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그가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할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대선토론은 의미가 있다. 말은 곧 태도고, 태도는 곧 시스템이 된다.

이번 토론을 지켜보며 또 하나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만약 사회에 분노와 반감을 품은 계층이나 세대가 있다면, 그들을 동원해 정치세력화하려 하지 말고, 그들이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소외감과 배제감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듣고, 그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는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ㅇㅇㅇ 때문에 이렇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식의 외부 적 만들기가 아니라,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더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성숙한 정치. 그것이야말로 지금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치다.

국민의 삶과 더불어 국민의 의식 수준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치. 나는 그런 정치를 볼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이번 투표에 참여하려 한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참담한 대선토론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후보들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