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는 왜 죽었나요"... 대선 후보들은 답할 수 있는가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 <편집자말>
[박정훈 기자]
|
|
|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에서 찾은 구의역의 모습. |
| ⓒ 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구의역 참사 9주기를 맞아 다크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다크 투어'란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입니다. 지난 9년 동안 우리가 기억하고 돌아보아야 할 참사 현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
|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 중 '서울 구의역에서 열린 구의역 추모행사 및 중대재해 없는 공공교통 21대 대선후보 약속식' 모습. |
| ⓒ 공공운수노조 |
지난 3월 25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일어난 30대 라이더 사망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도로를 달리던 라이더가 싱크홀에 빠져 사망했는데, 서울시가 땅값 때문에 싱크홀 위험을 알리지 않아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28일에 사고 현장을 가보니 복구 공사는 끝나 있었습니다. 싱크홀 바로 옆, 균열이 발생해 영업이 정지된 주유소만이 을씨년스럽게 사고 현장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주유소를 둘러싼 출입 통제 테이프 위에는 생계 대책을 호소하는 피켓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5월 30일까지 사고 조사를 마치겠다고 했으나, 조사 기간을 2개월 연장했습니다. 관리 책임자인 서울시와 국토부, 그리고 사고 책임자인 건설사 모두 차량 통행에만 관심을 가질 뿐, 멈춰 버린 유족과 자영업자의 삶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고인의 여동생 박수빈씨가 용기를 내 참사 현장에 섰습니다.
|
|
|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 중 서울 굽은다리역 인근 명일동에서 열린 '명일동 싱크홀 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요구 기자회견' 모습 |
| ⓒ 공공운수노조 |
"못 하겠어요" 유족이 들고 있던 국화꽃은 도로 위에 놓이지 못했습니다. 꽃으로도 덮을 수 없었던 노동자의 사고 현장을 우리 사회는 너무도 쉽게 덮어버립니다.
|
|
|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 중 서울 구로역에서 있었던 '구로역 선로 유지보수 차량 충돌 노동자 사망 추모' 행사. 철도노조에서 직접 가이드를 맡아 중대재해의 사고 원인 및 경과 등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
| ⓒ 공공운수노조 |
열차는 전기로 움직입니다.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선을 '전차선'이라고 합니다. 전기가 흐르는 이 선을 고정하려면 기둥이 필요하고, 기둥에 바로 연결하면 감전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둥으로 흐르는 전기를 차단해 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바로 '현수애자'입니다.
전봇대나 송전탑에도 회오리감자 모양의 현수애자를 볼 수 있습니다. 선로 위에 열차가 다니고, 그 위에는 고압 전기선과 현수애자가 있습니다. 이를 교체하려면 노동자들은 선로 위 작업 차량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선로와 선로 사이의 간격은 2m도 되지 않아, 인접 선로에서 다른 작업 차량이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조금 어렵나요? 정치가 인터넷 루머를 입증하는 데 들이는 에너지를, 생명·안전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쏟는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구로역에서 마지막 코스인 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길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야 합니다. 2017년 10월 20일, 한경덕씨도 신길역에서 환승하려고 했습니다.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왼쪽에 있는 직원 호출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왼손은 사용할 수 없어 오른손으로 왼쪽 버튼을 누르려다 계단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는 98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2018년 1월 25일에 사망했습니다.
신길역은 구조상 수직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시민사회단체의 시위 끝에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이후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교통약자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수많은 장애인의 죽음은 정치인들에게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
|
|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 중 김포공항에서 열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 및 '국민안전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읍시다' 선전전 모습. |
| ⓒ 공공운수노조 |
앞선 편지에서도 언급했듯이, 공항 노동자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려 해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있어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조차 박탈당합니다. 비행기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 노동자들 또한 근골격계 질환과 암,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 감정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산재나 휴가 신청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하면, 결국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문제들이 21대 대선 후보자토론회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공약에는 반영되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찾아봤습니다(10대 공약 기준). 그러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교통·항공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인력 충원이나 노동자 보호보다는 신기술을 통해 공항 안전을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항공사와 공항 시설에 대한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정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공공 교통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김군에게 케이크 대신 주고 싶은 것
언론 보도와 공약집 등을 통해 생명안전 부문 공약도 살펴봤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안전 공약이 보이지 않았고(10대 공약 기준), 김문수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 규정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법 통과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태원 참사·제주항공 참사 등에서 유족이 조사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권영국 후보 측 한상균 민주노동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구의역 9주기 행사에 참석해 생명안전 업무 인력확충 및 정규직 고용, 위험업무 2인 1조 의무화와 외주화 금지, 교대제 개편 등 노동시간 단축 및 산업재해 예방, 작업중지권 보장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5월 29일은 대선 사전투표일이자 구의역 김군의 생일입니다. 김군의 동료들은 가장 슬픈 추모제 다음 날, 가장 기쁜 날인 김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서 9-4 승강장을 찾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김군이 살지 못한 9년의 시간을 더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군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2026년 5월 29일 생일에는, 그에게 케이크 대신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애 첫투표 10대 유권자 "한 표로 민주주의 지켜지길"
- 고대 방문한 이준석에 "언어 성폭력 규탄" "환영 않는다" 대자보
- "이주노동자 차별임금? 위험하고 자가당착적인 주장"
- 투표소 앞 찜찜한 고뇌, 광장 달군 응원봉 여성들 "우리 잊었나"
- '큰절'에 '가족사랑꾼' 티셔츠 입은 김문수, 노조 때리기 '올인'
- 막판 변수 된 이준석의 발언, '지지층 이탈' 자충수 될까
- '암환자의 직업 복귀' 교육에서 가장 와닿은 말
- [이충재 칼럼] 이준석과 김문수, 같은 뿌리다
- [오마이포토2025] 이태원참사 유가족에게 '진실의 별' 받은 이재명
- [오마이포토2025] 이준석 후보에 항의하다 제지 받는 시민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