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글쓰기] '암환자의 직업 복귀' 교육에서 가장 와닿은 말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편집자말>
[정슬기 기자]
15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던 나는 이제 사회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 사실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즈음 이런 상상을 했었고 실제로 일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엄마손이 필요한 아이들을 떠올리며 실행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두고 나갈 생각을 하니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
몇 년이 흐르고 예기치 않은 암 투병 기간을 거쳐 지금은 내 꿈의 시작점에 있다. 얼마 전부터 소수의 아이들과 수업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책을 읽고 글쓰기와 토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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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일과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 |
| ⓒ nci on Unsplash |
무사히 회복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순간도 많다. 마음은 저기까지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겨우겨우 걸음마 수준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 내 몸 상태에 속이 상한다. 한편으로는 빠르게 성과를 내고 싶어 조급해지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게 힘들고, 이런 스트레스가 내 몸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까 두렵다.
최근에는 눈에 보이는 증상에 더 두려웠다.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가 싶더니, 입술에는 수포가 눈과 피부에는 알러지가 생겼다. 이런 증상은 이식 후 숙주 반응으로 나타났던 부작용이었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할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었다. 그때 머릿속에 쨍 하고 종이 울렸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일과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란 걸.
얼마전 회사 생활을 하는 친구가 암 치료를 받고 복직한 직속상사에 대해 성토를 했다. 그는 원래도 까칠했지만 치료 후 훨씬 더 빡빡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매사 의심하고 다그치고 했던 말을 또 한다고. 친구는그 상사 때문에 사직하고 싶을 정도라지만 나는 같은 환우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유튜브에서 암 전문가 박사님이 그러더라. 환자들이 히스테리 부리면 치료 부작용의 일종으로 생각하라고. 상사 분도 치료하자마자 복직해서 몸이 힘드니 더 예민해진 거 아닐까? 한번 아파봤으니 조금 내려놓고 살면 너도 좋고 그도 좋을텐데."
"그러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으면 좀 유하게 살아야지. 힘들면 링거맞고 와서 또 직원들 들들볶는다니깐."
그때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뭐가 중한지 잊지 말고 살아야지 다짐했는데 나 또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들들 볶고 있지 않나 싶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암 경험자들은 어떻게 사회에 복귀하고 컨디션을 조절할까?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 제도가 있을까? 궁금했다.
내가 자주 찾는 온라인 환우 카페에 들어가 암 환자의 사회 복귀에 대한 글을 올리고 검색했다. 나처럼 치료 종결 후 사회 복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으나 댓글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암 경험자들의 사회 복귀 시점은 컨디션에 따라 제각각이었지만,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몇 십년까지 무탈히 직장 생활을 이어 오고 계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암생존자들의 사회복귀율은 겨우 30퍼센트 남짓이라고 한다. 투병으로 인한 체력저하 문제 이외에도 암 경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해가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그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제도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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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길대 암생존자 통합지지센터 '직업복귀' 프로그램 내용 |
| ⓒ 정슬기 |
국가도 암생존자들의 사회 복귀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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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복귀 시 고려할 내용 |
| ⓒ 정슬기 |
생존자 개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 복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그들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장치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정특례 시행 이후, 암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덜고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준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과도한 열정이 아니라 내 몸과 일 사이의 균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새기며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이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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