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 발표 너무 늦어... 공약 평가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

김예진 2025. 5. 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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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2개 주거시민단체 '대선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좌담회'... "유권자들 충분한 판단 근거 없이 투표에 임하게 돼"

[김예진 기자]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42개 주거시민단체는 29일 '21대 대선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좌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투표일에 임박해 공약집을 낸 것은 판단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투표해달라고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이강훈 변호사(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는 "아무리 조기 대선이지만 시민들은 후보의 공약을 충분히 알고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약집 발표가 너무 늦어 유권자들이 충분한 판단 근거 없이 투표에 임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권영국 민주노동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 하루 전인 28일 공약집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공약집을 발표했고, 같은 날 개혁신당은 온라인 공약집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은 아직까지 따로 공약집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반면, 이날 주거시민단체가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조기 대선에는 이번 대선보다 공약집이 상대적으로 일찍 공개됐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일 11일 전에, 자유한국당은 22일 전에, 정의당은 23일 전에 공약집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는 대부분의 시민단체에서 공약 평가를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며 "이번 좌담회는 여러 단체가 연합해 어렵게 마련됐지만,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거시민단체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좌담회는 지난 4월 30일 주거시민단체가 발표한 주거·부동산 정책 요구안을 토대로, '시민공약평가단'이 주요 대선 후보 4명의 주거·부동산 공약과 정책을 평가한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주거 공약, 모호하고 추상적"
 29일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42개 주거시민단체 주최로 개최된 ‘21대 대선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좌담회’
ⓒ 김예진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약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림이다"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약속을 했는지 보고, 그 약속을 통해 우리가 희망을 갖는 건데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희망이 너무 희미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의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를 발표한 최 소장은 "이 후보의 공약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2022년 8월 지하 침수, 그리고 올해 산불로 수천 명이 집을 잃는 등 현실의 주거 문제는 구체적인데, 이에 비해 제시된 정책은 지나치게 두루뭉술하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또한 이재명 후보의 주거 공약은 큰 틀이 없이 산발적으로 제시돼 있어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민생 핵심인 주거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추측될 만큼 공약이 흐트러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보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로드맵 법정화, 민간 주택 사업 시 공공주택 공급 의무화를 공약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분양주택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한 법정 로드맵의 경우 법제화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인데, 예산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 소장은 "주거비 부담이 큰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월세 세액 공제'뿐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도 많이 했고, 얼마나 더 강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재도 연평균 소득이 8천만 원에 달하는 계층까지 적용되는 상황에서 그 대상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주거비 부담 완화는 매우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답이 월세 세액 공제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거비 완화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거급여인데, 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물론 이 정책을 아예 시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후보 측의 관심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며 "주거비 부담이 민생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반면, 취약계층 주거 정책과 관련해 동자동 쪽방촌 등 공공주택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자동과 영등포 쪽방촌 개발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쪽방촌을 찾기는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딱 그 수준의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김문수 국민의힘·권영국 민주노동당·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문수 후보의 공약 평가를 발표한 이강훈 변호사는 "김문수 후보는 민간주택 공급, 세대별 주택공급 및 지원, 주택 관리비, 주택 통계, 지방 주거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전반적으로 도심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주장하거나 추진해 왔던 딱 그 수준의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김문수 후보도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공급 물량이나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도 대략 약 10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줄였다. 이처럼 실행력이 부족했던 경험이 있는 정당이 구체성 없는 공약만 반복할 경우, 유권자들은 실현 의지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한 취약계층 주거복지 확대나,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임대차 제도 개선책이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약 전반에서 민간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강화가 두드러지며, 신혼부부·신생아 대상 대출 확대 정책은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살라'는 기조로, 오히려 가계부채와 주거 불안을 키우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권영국 후보의 공약 평가를 발표한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주거·부동산 관련 공약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현재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주택 구입이 가능하거나 이미 주택을 소유한 계층에 편향돼 있으며, 내용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전체 가구의 약 10%가 주거 빈곤 가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이 전무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권영국 후보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 주거 불평등 심화, 기후위기, 전세사기 등 문제 해결과 세입자 주거권 강화를 위한 종합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권 후보는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약을 발표했다"며 "주거 취약계층과 무주택 세입자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 실시, 정부 재정으로 피해자 우선 지원 및 투입 재원의 사후 회수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팀장은 "주택 투기 방지를 위해 3주택 이상 보유를 금지하고, 위반자에게 매각 명령을 내리는 '주택 소유 상한제'는 민주노동당의 지향과 일치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입자 보호 공약 부재한 상태에서 청년 주거 논하는 건 어불성설"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42개 주거시민단체가 발표한 ‘21대 대선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자료집'
ⓒ 김예진
좌담회에 참석한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각 후보의 공약집 발표는 늦었지만, 그 와중에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거 공약은 우선적으로 공개됐다"며 "하지만 그 내용이 실제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인지,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청년 가구의 81%, 즉 절대 다수가 세입자로 살고 있는데, '세입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부재한 상태에서 청년 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의 청년 주거 공약 중 하나인 "'대학가 인근의 원룸·하숙촌을 '한국형 화이트존(무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반값 월세존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청년 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간 개발 이익을 위한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오히려 저렴한 주거지를 제공하던 대학가 주변은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거비가 대폭 상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청년 결혼 3·3·3 주택' 공약(결혼 후 3년간 주거 지원, 첫 자녀 출산 시 3년 연장, 둘째 자녀 출산 시 또 3년 연장)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라기보다, 결혼과 출산을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주거 정책이 아니라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집을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주거비 완화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이번 좌담회를 주최한 주거시민단체는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국주거복지센터협회,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2025 홈리스주거팀, 한국사회주택협회, 강남주거복지센터, 강북주거복지센터, 강서주거복지센터, 관악주거복지센터,
광진주거복지센터, 구로주거복지센터, 금천주거복지센터, 노원주거복지센터, 대구주거복지센터, 대구달서주거복지센터, 동작주거복지센터, 마포주거복지센터, 서대문주거복지센터, 성북주거복지센터, 송파주거복지센터, 시흥시주거복지센터, 영등포주거복지센터, 은평주거복지센터, 전주시주거복지센터, 종로주거복지센터, 청주시주거복지센터, 세종시종합주거복지센터, 천안시주거복지종합지원센터,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사단법인 관악주민연대, 사단법인 삼양주민연대, (사)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참여연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한국도시연구소, 홈리스행동 등 총 42개 단체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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