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투표 후 별말 없이 떠난 한덕수…"쌓인게 많나" 국힘서 비판, 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6시 10분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자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투표할 것”이라며 넌지시 예고했던 일정이지만,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대선 출마까지 했던 유력 정치인의 사전투표는 통상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고, 기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전 총리는 기자들이 거의 없는 이른 아침에 투표소를 찾은 뒤 별말 없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투표 사실도 한 전 총리와 동행했던 인사가 한 전 총리의 투표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뒤 이날 사전투표 전까지 별다른 행보 없이 사실상 잠행을 이어왔다. 지난 2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언론사의 행사에 귀빈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유일한 공개 일정이었다.
후보 사퇴 전날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새벽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김덕수, 홍덕수, 안덕수, 나덕수 그 어떤 덕수라도 되겠다”고 했던 한 전 총리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냥 한덕수로만 살고 싶은 것 같다(영남 중진 의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한 전 총리와 식사를 했다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통화에서 “한 전 총리는 ‘나라가 어려우니까, 국가 위기관리를 하러 잠시 나온 것일 뿐, 정치를 다신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와 김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던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김 후보를 위해 유세차에 오를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같은 한 전 총리의 모습을 두고 29일 국민의힘에선 공개 비판이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한 전 총리가) 선거 당일날 ‘저도 투표합니다’ 하면 사실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이왕 도움을 주시려면 일찍 오시는 게 좀 낫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차출론에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가 관료 출신이라는 건데, 이런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쌓인 게 많았는지, 좀 희생하고 처음부터 도와주셨으면 어땠을까, 무대 위 단상에도 올라가시고 이러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침묵을 깨고 전날 페이스북 김 후보 지지 성명을 밝힌 시점을 두고도 정치권에선 뒷말이 나왔다. 한 전 총리가 내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시점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아무리 약속해봤자 공허하게 들린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며 나온 성명이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를 보좌했던 총리실의 한 인사는 “단일화에 대한 한 전 총리의 배신감이 여전히 큰 것 같다”면서도 “이왕 정치에 나섰다면, 끝까지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어른으로 남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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