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추암 해변 미역 더미, 바다가 보내는 신호일 수도
[조연섭 기자]
29일 아침, 추암 해변을 찾은 맨발러들은 조금 낯선 풍경을 마주했다. 흐린 바다 위로 해무가 펼쳐지는 찰나, 해안선에는 수북이 쌓인 검은색 미역 더미가 보였다. 그 모습은 누군가 일부러 뿌려 놓은 듯 연속적이고, 어쩐지 기이할 만큼 놀랍기도, 아름답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이 시기 동해안에서 종종 관찰된다. 5월 말에서 6월 초는 미역의 '자연 탈락기'로, 수온이 상승하면 암반에 붙어 있던 미역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해류를 타고 해안에 밀려 든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미역은 수온이 15도를 넘기면 생장 활성이 급감하고 탈락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올해 역시 강해진 남동풍과 너울성 파도, 조류 흐름이 복합 작용하면서 대량의 미역이 추암 해변으로 이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식장 내 유실 미역, 수확 후 유기된 잔류 미역 등이 함께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지 계절 변화로 보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연안 생태 변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미역 등 해조류의 탈락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으며, 강풍과 조류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바다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미역 위를 맨발로 걷던 필자는 문득, 바다가 남긴 흔적이 단지 '쓰레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긴 겨울을 견디고 자라난 생명의 흔적이자, 순환의 일부였다. 마치 "자연은 반복을 통해 진실을 말한다"는 말처럼, 해변에 쌓인 미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계절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예전 같으면 일부러 치워야 할 풍경으로 치부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 풍경을 제대로 읽어내는 '감각'이 필요하다. 특히 동해처럼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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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역 개락인 추암 목숨을 다한 미역 더미의 추암 |
| ⓒ 조연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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