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깨고, 선 넘고... 최악의 TV 토론회가 남긴 교훈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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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권영국 민주노동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그런데 토론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실망감이 커서 끝까지 볼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비전이나 정책은 보이지 않고, 네거티브와 말싸움만 오간 최악의 토론회였다.
토론의 원칙이 없다
토론에는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그런 기본 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후보 네 명 중 둘은 법조인, 나머지 둘은 비법조인 출신인데, 말을 주고받는 방식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보였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 필요한 건, 그냥 비난이 아니라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를 먼저 짚어보는 태도다. '말도 안 돼', '봐서 뭐하냐'는 식의 반응만으로는 토론이 아니라 싸움이 된다. 어쩌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맥락이 있는 건데,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 이런 원칙을 지키며 상대를 설득하려는 후보는 거의 없었다.
주장을 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상대도 납득할 만해야 한다. 그냥 "그렇다"라고 하면 반박당하기 딱 좋다. 이를테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여러 공격을 퍼부었지만, 구체적인 증거 제시는 없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증거가 없으니까 제가 멀쩡한 거 아니냐"라며 짧지만 명확하게 반박했다. 이 장면만 보면, 김문수 후보가 논리 싸움에서 밀린 셈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그걸 증명할 책임이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실 관계도 애매한 걸로 몰아붙이면서 제대로 된 근거를 못 대면, 괜히 논란만 만들고 토론을 흐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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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특히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피장파장'식 논쟁을 자주 벌였다. 말하자면 '너나 잘하세요', '그러는 너는?'이라는 식의 대응이다. 김문수 후보는 "주변 인물이 많이 사망했다"라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고,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의 측근이 '정치자금을 부정수급 받아서' 처벌받지 않았냐며 맞받아쳤다.
이런 방식은 결국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자기 문제에 대한 해명을 흐리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서로 '누가 더 나쁘냐' 싸움만 남고, 유권자가 듣고 싶었던 핵심 이야기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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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후보는 토론 중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 '여성 성기'를 언급하는 질문을 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온라인에 성희롱성 댓글을 썼다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선을 넘었다. 그런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꺼낸 것을 보며 당혹스러웠다. 이준석 후보는 지금껏 '젊고 유능한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토론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에,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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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제 부족함에 대해선 그간 수차례 사과했고, 다시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한 욕설 논란에 대해서는 "그 말은 제가 한 게 아니라 우리 형님이 어머니한테 했고, 그런 소리 하는 걸 왜 막지 않았느냐는 걸 과하게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행위에 대해 공격을 하면서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하는 사람은 이재명 후보가 유일했다. 사과와 동시에 해명도 했다.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만큼은 이재명 후보가 돋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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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이제는 TV토론 방식 자체를 다시 고민할 때다. 현재처럼 후보당 답변 시간을 30초로 제한해선 제대로 된 설명이나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다. '예' 또는 '아니요' 수준의 답변만 가능하다면, 그건 토론이 아니라 설문조사에 가깝다.
질문과 답변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토론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5시간 이상 진행하거나, 무제한 토론 방식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다.
비판적 시각으로 후보 바라볼 때
이제 유권자는 선택의 순간 앞에 서 있다. 감정이 아닌 비판적 시각으로 후보들을 바라봐야 한다. 왜 대통령 선거가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졌는지, 누가 네거티브에 더 집중했는지, 어떤 후보가 '국민을 위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실질적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이 시점에 어떤 후보가 나라를 이끌 적임자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선거일은 장미가 만개하는 계절이다. 프랑스에는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수고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찔림을 감내하는 손끝처럼, 투표의 수고를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행사한 한 표는 결국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장미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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