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만들어 낸 선거의 기회, 소중한 한 표!

이순영 2025. 5.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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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안내인으로 지켜본 공정선거

[이순영 기자]

▲ 투표지수 집계 투표마감 선언 뒤 투표지수 집계한 과정을 지켜본 참관인이 서명을 하고 있다.
ⓒ 이순영
인류 역사 속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참정권은 한 때 기득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남성의 참정권이 1870년에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부여됐고 여성의 참정권은 이보다 50년이나 뒤늦은 1920년에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도 연방법상에서의 보장이었던 것이고 주법에서 인정되기까지는 그보다 64년이나 더 걸렸다. 미시시피주가 1984년 여성의 보통선거권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비로소 미국의 여성참정권 역사가 완성이 된 것이다.
▲ 디트로이트 재외투표소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재외투표가 실시되었던 디트로이트 재외투표소
ⓒ 이순영
영국도 이와 비슷하게 여성의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1918년 영국 의회가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면서부터였다. 물론 여성 참정권 운동은 그보다 훨씬 전인 1860년대부터 시작됐고 헌정사상 최초로 의회에서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었다. 그는 부친의 엄격한 조기영재교육을 받고 자라다가 학문적 재능을 펼치기도 전 스무 살 무렵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그가 세계적 석학이 될 수 있었던 건 헤리엇 테일러 부인을 만나고서부터였다. 그녀는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고 밀은 그녀로부터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생의 목표를 갖게 되며 삶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 받는다. 그가 저술했던 『자유론』 또한 자신의 글이자 테일러의 글이라며 그녀에게 헌정한다. 이후 밀은 자유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선출, 활동하면서 그녀가 주장했던 여성 참정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참정권은 사회에 맞서 쟁취해야하는 중요한 권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오늘날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참정권의 역사를 직시할 때 투표의 중요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투표는 민주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 방식이며 시민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주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뽑을 사람이 없더라도 투표소에 가서 무효표를 던지고 오란 말이 나왔겠나. 그만큼 투표는 소중한 것이다.
▲ 참관제도 선거진행요원들이 투표함을 개함하고 투표지수를 집계한 뒤 회송용 봉투를 봉함하는 과정을 지켜본 참관인이 서명을 하고 있다.
ⓒ 이순영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필자는 디트로이트 투표소에서 진행되었던 제 21대 재외선거에서 투표 안내를 맡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재외국민이 한국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딸을 보러 왔다가 투표를 하러 온 부모님, 미국에 있는 친구네 집에 방문하면서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에 들린 4명의 친구들, 미국 여행을 왔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 이렇게 지인 방문 혹은 여행의 이유로 국내에 부재하게 된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 투표를 하러 온 것이다.
그것도 선거인 사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도 없어 투표 한 달 전에 신청을 해야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서 말이다. 이런 열정으로 선거인들은 오전 8시 개소하자 마자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로 발걸음을 하는 것이다.
▲ 투표소폐장모습 선거가 끝난 뒤 투표인 라벨링 작업에 사용하던 노트북과 프린트를 봉함하고 있는 선관위 직원들
ⓒ 이순영
재외 선거는 투표소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집근처 학교에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선거인은 투표를 위해 타주에서 6시간 걸려 오기도 했다. 그것도 한국인 아내가 투표를 하러 투표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밖에서 대기 중이던 미국인 남편이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인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애국심이 얼마나 감동적인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처럼 투표권이 없는 부부나 형제, 자매 혹은 친구가 함께 들어갈 수 없어 선거인을 따라 왔다가 투표소 밖에서 기다리는 미국인들도 꽤 많았다. 이들 모두 투표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를 하는 '깨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 투표전 신분확인 투표인이 투표를 하기 전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 이순영
신분 확인을 위해 요구되는 신분증이 여러 개 되다보니 자신이 챙겨온 신분증이 혹시 신분 확인에 유효하지 않을까봐 미리부터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타주에 사는 자녀가 부모님을 방문해서 선거인 등록한 곳과 다를 경우 투표가 불가하면 어쩌나 염려를 하기도 했다. 걱정과 달리 이들이 투표를 할 수 있어 기뻐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이런 걱정들은 투표에 대한 절실함에서 나온 진정성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투표한 이런 의미다.
▲ 화송용봉투 봉함 집계한 회송용 봉투를 재외투표 보관봉투에 봉함하고 특수 잠금 장치를 부착 봉인한다.
ⓒ 이순영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한 어르신은 "이렇게 미리 투표하는 거 부정선거라서 안 좋다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에요?" 하고 물으셨다. 부정선거 의혹에 근거해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했던 후보도 지지층에 사전 투표하고 있다는 걸 아직 모르신 모양이다. 이미 투표용지 조작, 선거 시스템 해킹, 투표함 바꿔치기 등의 음모론을 제기한 집단의 주장이 대법원에서 망상이라고 했음에도 이를 믿고 계신 거다.

어떤 때는 '부정선거'라고 했다, 어떤 때는 '본인도 사전 투표를 할 테니 걱정 말고 투표하라'는 말바꾸기는 시민들을 혼동에 빠뜨리기 쉽다. 정치인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평승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무능함을 보이는 것은 문제다. 선거 과정이 의심이 된다면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시 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법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부정선거를 염려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이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구축해 내도록 발벗고 나서는 것이 맞다.

선거 때일수록 특히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정치 태도로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등 후보자들을 비판적으로 따져봐야한다.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며 이리저리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을 가려내는 것 또한 시민에게 요구되는 의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투표안내 재외투표 기간 동안 안내인으로 참가했다.
ⓒ 이순영
재외 선거 안내인으로 직접 투표 과정에 참여해보니 공정한 선거가 되기 위한 절차들이 마련되어 있고 그 시스템에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는 투표 참관인 제도를 통해 참관인들이 모든 투표과정을 지켜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지 확인을 하고 있다. 책임 위원이 오전 8시 투표 개시를 선언하기 전 참관인들은 투표 운용 장비(투표용지 발급기, 명부 단말기) 봉인이 제대로 되었는지, 장비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과정 일체를 지켜본다.
또한 투표함 및 기표소 내외의 이상 유무 검사, 투표함 자물쇠 봉쇄후 부착하는 특수 봉인지에 서명을 한다. 투표 진행 과정에서는 선거인의 신분 확인 과정, 투표용지 교부와 투표 상황을 지켜본다. 오후 5시 투표 마감 선언을 하면 선거 진행 요원들과 참관인이 보는 앞에서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수(회송용봉투)를 꺼내고 집계한다. 이것이 선거인수와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재외투표 보관 봉투에 담아 봉함하고 선거 진행워 투표용지 발급기, 명부단말기(노트북 PC)를 특수 봉인지로 봉인하고 다음 날 개소와 동시 개봉한다. 투표가 끝나면 금고에 보관한 투표지를 회수, 국내로 회송한다.
▲ 선거참관제도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추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관인이 투표 폐장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이순영
이제 재외 선거는 종료됐다. 5월 29일부터 30일에 있을 사전투표와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제 21대 대통령 선거는 지난 정부가 행정권을 국민의 일반의지를 반영하지 않고 사용한 것에 대해 국민이 정부의 통치를 거부하고 그 권한을 환수하면서 치러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선거의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더 좋은 국가를 만드는 대통령을 뽑는 데에 쓰도록 해야할 것이다. 투표의 행사는 우리의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소지 투표소에 방문 주권을 행사하는 뜻 깊은 하루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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