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사이클'에도 불안한 중형 조선사, 美 MRO 훈풍에 진격

미국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시장에 중형 조선사까지 뛰어들고 있다. 수주량 감소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데다, MRO 시장이 향후 미 함정 건조 시장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생존 위한 참전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가 MRO 사업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대한조선과 케이조선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중형 조선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3사는 조선업 ‘수퍼사이클’을 맞아 지난해 흑자를 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81억으로 14.7%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케이조선과 HJ중공업(조선부문)은 영업손실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중형 조선 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형 조선사의 지난해 수주량은 탱커 25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대비 40.8% 감소했다. 연말 기준 수주 잔량도 전년 대비 4.6% 줄었다. 보고서는 “건조량을 월등히 초과하는 수주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업계는 중형사가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은 게 한 원인이라고 본다. RG는 선수금을 내고 배를 발주하는 선사가 조선소 파산 등으로 기한 내에 배를 인도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금융 기관이 선수금 환급을 보증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RG가 없으면 신조 계약이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1년부터 배 가격은 오르는데, RG 한도는 딱 정해져 있다”며 “이전에 10척 계약할 한도가 지금은 7척 수준이라 RG에 구애받지 않는 다른 먹거리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MRO 낮아진 허들도 유인

올해 1월 미국은 비전투함 MRO 사업에 MSRA가 없어도 입찰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지난 16일 기업설명회에서 미 해군 MRO사업 진출을 발표한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한국 호위함과 경비함 건조·수리 경험이 풍부해 미 해군 MRO 사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은 MRO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MRO사업에 방산 면허가 필요하지 않고, 과거 특수선 건조 경험이 있어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투자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강조한 만큼 다음 달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함정 MRO’를 정부 사업으로 육성·투자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특수선 건조와 MRO 산업을 육성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놨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미 MRO 참여 확대 등 정책 지원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자치단체도 MRO 사업 육성으로 지역별 특성을 살리려 한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경상남도와 MRO 관련해 여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년 치 일감이 쌓인 대형사 대비 도크에 여유가 있는 중형사가 MRO 사업 수주에 더 알맞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해군 소령 출신 오경원 호원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MRO 전문기업 ST엔지니어링의 경우 해양 분야 매출의 40%가 MRO로,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며 “중소 조선사는 대형사 대비 적은 인건비로 차별화해 이 시장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MRO를 카센터 개념으로 보면, 범퍼만 교체하는 수리도 있고 전체를 뜯는 수리가 있다”며 “참여사가 다양해지고 추후 MRO 물량도 늘면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중형사는 중형사대로 각 규모에 맞는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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