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주년 날, 아내생각에
[김삼웅 기자]
김구 주석의 활동은 분주하게 이어졌다. 의암 손병희 선생 묘소를 찾을 때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 분인 오세창·권동진 씨가 경교장으로 오시어 그분들의 안내로 우이동 묘소를 참배하고, 다시 망우리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소까지 참배했다. 장준하는 이들 애국선열들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다짐했다.
11월 30일은 장준하의 결혼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귀국 이후 아직까지 고향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동안 격무에 시달리느라 미처 가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혼 2주년의 날을 맞아 불현듯 아내가 보고 싶고 부모 형제가 그리웠다.
남북관계는 날이 갈수록 38선이 굳혀지면서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설혹 왕래가 자유롭더라도 삭주에서 서울까지 오기에는 쉽지 않는 상황이었다.
12월 1일에는 짓눈개비가 날리는 속에서 '임시정부 환국 봉영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3만 여 명의 군중이 손에손에 태극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어린 학생들도 많았다. 김구 주석과 이승만 박사, 임정 요인들이 모두 참석한 이날 행사는 이인의 봉영문 낭독과 권동진의 만세삼창으로 끝나고, 이어서 기(旗)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임정 요인들이 정렬한 가운데 기의 행렬이 지나갔다. 행렬은 서울운동장→안국동→중앙청→태평로→서울역에서 종료되었다. 장준하는 김구 주석의 곁에서 기의 행렬을 지켜보며 서러웠던 세월이 일순에 씻겨져감을 느꼈다. 긴행렬의 대열이 함성을 지르자 이박사도 김구선생도 모두 분을 못 참고 답례하는 것이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눈, 눈, 눈 속에 우리는 국민의 기대라는 무거운 짐 하나 씩을 가슴에 더 쌓아올렸다.
이날 낮에 임정요인 제2진이 탄 비행기가 일기불순으로 여의도비행장에서 선회하다가 전북 옥구비행장에 착륙했다는 미군정청의 보고가 있었다.
제2진은 군산에서 그날 밤을 지내고 다음날에야 경교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꼭 올 줄 알았던 김준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광복 조국에서 우리가 할 일을 그는 왜 버렸을까."
장준하는 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나 아닌지, 걱정을 하면서 지난 8월 국내 정진대로 함께 행동하다가 이번에 귀국한 노능서 동지와의 재회에 억센 포옹을 나누었다.
제2진이 환국하기를 기다려 12월 6일 경교장에서 환국 뒤 첫 임정 국무회의가 열렸다. 경교장 1층을 임시국무회의장으로 개조하여 사용했다. 온 국민의 시선이 경교장으로 모아졌 다. 신문·방송은 전날부터 임시국무회의 소식으로 도배되었다.
장준하는 기록을 위해 국무회의장에 배석할 수 있었다. 이승만 박사도 구미위원단의 단장 직책으로 참석했다. 회의는 김구 주석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국무회의는 국민이나 장준하가 기대했던 것처럼 당장 시급한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그런 자리가 되지 못했다. 상해에서 제1진으로 함께 환국하지 못한 일부 국무위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바로 어제 환국하여 국내정세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회의를 연기하자는 의견에 따라 국무회의는 연기되고 간담회로 들어갔다. 간담회의에서도 이것저것 불만이 쏟아지자 장준하는 기록하다말고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제2진이 도착하여 국무위원 일부가 경교장에 머물게 되면서, 장준하와 수행원들은 한미호텔로 숙소를 옮기게 되었다. 조소앙·조완구·김원봉·김성숙 등 요인들도 한미호텔에 거처를 정했다. 한미호텔도 임정 환국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임정요원들의 숙소이었다.
덧붙이는 글 |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실록소설 장준하]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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