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병뚜껑 속에 담긴 큰 바다... 버려진 플라스틱의 두 번째 삶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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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뚜껑을 업사이클링 해서 만든 바다 자석 |
| ⓒ 이채린 |
매일 같이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병뚜껑처럼 작고 흔한 존재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커다란 문제들에 가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서울여자대학교 바롬종합설계프로젝트 일환)는 바로 그 병뚜껑에 주목하는 데서 출발했다. 작고 평범한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병뚜껑은 크기가 작고 가벼워 수거조차 쉽지 않으며, 병과는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 또한 어렵다. 특히 이중 재질로 구성된 병뚜껑은 기계에 끼이거나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재활용 공정에서 큰 걸림돌이 된다. 대부분의 병뚜껑은 소각되거나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남게 되며, 그 작음만큼이나 환경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당연한 '쓰레기'로 여겨졌던 병뚜껑을 다시 바라보며, 우리 팀은 질문을 던졌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그 질문에서 병뚜껑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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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업체 ‘알록’ 에 방문해 분쇄 중인 병뚜껑 |
| ⓒ 이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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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깔별로 분류된 병뚜껑 |
| ⓒ 이채린 |
학교와 가정, 지역 사회 곳곳에서 병뚜껑을 수거하였으며, 특히 교내에 설치한 수거함을 통해 꾸준한 수집이 이루어졌다. 수거된 병뚜껑은 팀원들이 손수 세척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뒤 건조하여 정리하였다.
이후 정리된 병뚜껑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 '알록'에 전달되었다. 알록은 Precious Plastic 플라스크 머신을 이용해 병뚜껑을 분쇄하고, 이를 색감 있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공하였다. 이 조각들은 이후 업사이클링을 통한 표현의 재료로 쓰도록 했다. 하나의 작품 재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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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릉 와글와글 어린이 축제 부스 체험 활동 장면 |
| ⓒ 이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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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릉 와글와글 어린이 축제 부스 체험 활동 장면 |
| ⓒ 이채린 |
'병뚜껑 속에 바다를 담는다'는 기획은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다를 지키는 실천이 거창한 행동이 아닌, 일상 속 작은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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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현장 |
| ⓒ 이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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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현장 |
| ⓒ 이채린 |
이번 교육은 단순한 만들기 활동을 넘어, 병뚜껑을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사전에 제작한 샘플 자석을 먼저 보여주며,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다를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바다 자석 만들기' 활동은 교육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병뚜껑 한쪽에는 레진과 모래를 섞어 모래사장을 표현하고 다른 쪽에는 분해된 플라스크 조각을 활용해 바다를 구성했다. 여기에 거북이, 조개, 물고기 등 다양한 해양 생물 파츠를 더한 뒤 레진으로 고정하고 UV 램프로 경화하는 방식으로 자석을 완성했다.
정해진 틀은 없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바다를 상상하고 표현했다. 어떤 아이는 반짝이는 맑은 해변을 만들었고, 또 어떤 아이는 파란 조각들을 겹겹이 쌓아 푸른 심해를 표현했다. 병뚜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없었고, 아이들의 손끝에서 바다는 무한히 확장되었다.
5. 프로젝트 마무리 – 우리에게 남은 마음의 조각들
모든 활동이 끝난 뒤, 사용하고 남은 병뚜껑, 플라스크 조각 재료를 다시 알록으로 보내줬다. 단 한 조각도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목표였다. 이 재료들은 또다시 누군가의 손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병뚜껑을 씻고, 나르고, 바다를 만들고, 사람들과 나누는 동안 아주 중요한 걸 배웠다. 그건 바로 작은 실천이 가진 힘이었다. 플라스틱 문제는 거대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아주 작고 개인적이다. 병뚜껑 하나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 그 작은 시작이 우리에게는 컸다.
누군가는 병뚜껑을 보며 쓰레기를 떠올리겠지만, 우리는 이제 그 안에 바다를, 이야기들을, 그리고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을 본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병뚜껑은 무심코 버려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을 다시 주워, 닦고, 나누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음을 이번 활동을 통해 배웠다.
이 경험은 단순히 지금의 우리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업사이클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일상 속 작은 실천의 가치를 배워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병뚜껑 하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결국 더 큰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병뚜껑은 단지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실천을 이어가고 싶다. 그것이 바다를 살리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6. 버려진 플라스틱이 예술이 되는 곳들
이번 프로젝트에서 병뚜껑을 분해하고 재료화하는 과정을 함께해 준 업사이클링 기업 '알록' 외에도, 서울 곳곳에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Plastic Bakery Seoul'은 플라스틱을 마치 베이킹하듯 구워 만든 오브제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플라스틱을 파쇄해 색감 있는 조각으로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와 소품을 제작할 수 있는 워크숍도 운영한다. 플라스틱을 기부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종로구 필운대로의 '플라스틱 방앗간'은 환경운동연합 내에 위치한 공간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이를 업사이클 제품으로 바꾸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플라스틱 양과 상관없이 1인 1개의 제품이 리워드로 제공되어, 자원순환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마포구 '알맹상점'은 일상 속 다양한 폐자원을 수거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형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병뚜껑은 물론 종이팩, 실리콘, 커피박 등도 함께 수거하며, 수거된 병뚜껑은 직접 독서링, S자 고리, 화분 등으로 재활용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직접 병뚜껑을 모아 기부하거나, 워크숍에 참여해 나만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주말에 가까운 공간을 방문해 자원순환을 몸소 체험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실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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