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라면만 먹었다" 청년 1인 가구 생존기

박진서 이다빈 2025. 5. 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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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평균 77만원... 정부 지원책 100개 넘지만 실효성 의문

[박진서 이다빈 기자]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A 씨는 "부족함을 느낄 틈도 없이 항상 있던 물건들도, 자취를 시작한 뒤엔 내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마련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취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달리, 청년 1인 가구의 삶은 이제 독립을 넘어 생존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청년 1인 가구, 서울에서 홀로 사는 이들의 주거 현실과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00년 15.6%에서 2016년 27.9%, 2024년에는 41.8%까지 상승했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의 1인 가구 비율은 19.2%에 달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 대학생 A 씨의 한 달 지출 내역 월세 55만 원, 관리비 10만 원, 식비 25-30만 원, 교통비 5만 원, 생필품 5만 원, 문화취미 10만 원
ⓒ 박진서기자
위 표는 서울 노원구의 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A 씨의 실제 한 달 지출 내역을 정리한 것이다. 월세, 관리비, 식비 등까지 더하면 필수 지출만으로도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특히 여러 항목들 중 주거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2024년 10월 서울시 평균 대비 자치구별 전월세 시세 2024년 10월 서울시 평균 대비 자치구별 전월세 시세를 보여주는 그림
ⓒ 다방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시 내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77만 원에 달한다. 지역에 따라 편차도 있는데, 강북구는 월세 102만 원으로 서울 평균의 132% 수준이며, 영등포구 100만 원(130%), 강남구 94만 원(123%), 동작구 91만 원(119%) 순으로 뒤를 잇는다.

이처럼 청년 1인 가구가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 부담은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취미나 여가, 자기 계발에 쓰일 돈이 부족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생들은 부담을 덜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를 선택한다. 그러나 기숙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학생 수에 비해 실제 수용 인원은 턱없이 부족해 해마다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 기숙사 이숙희 실장과 인터뷰 서울여자대학교 기숙사 행정실 이숙희 실장과 인터뷰 중인 이다빈 기자
ⓒ 이다빈기자, 박진서기자
서울여자대학교 기숙사 행정실의 이숙희 실장은 "기숙사 수용 인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숙사 자체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 차원의 정책적 결정과 예산 확보가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기숙사 확대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일부 대학은 외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임대해 기숙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임대료 상승에 따라 기숙사비가 함께 오를 수 있고, 외부 거주지 특성상 치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데, 서울권 여자대학교 여섯 곳 중 이화여자대학교를 제외하면 '기숙사 수용률'이 존재한다. 이는 각 대학의 재학생 수 대비 11~12% 수준에 해당하며, 이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여자대학교는 기숙사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권 남녀공학 대학들 역시 오랫동안안 기숙사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숙사 증설과 치열한 입사 경쟁 속에서 많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주거비를 감수하며 자취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정책은 많은데, 나는 왜 해당이 안 될까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해 서울에서 자취 중인 A 씨는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책을 알아보다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대출, 월세 지원, 임대주택 공급까지 정책은 다양한데 정작 본인이 해당되는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책 여러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책을 보여주는 사진
ⓒ 주택도시기금, 서울주거포털, 국토교통부
정부는 대표적으로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시행 중이다. 최대 2억 원까지 저금리로 전세금을 지원하는 제도지만, 서울의 높은 전세 시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청년들의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소득이나 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흔하다.

'청년 월세 특별지원' 역시 현실의 벽은 높다. 월 최대 20만 원을 1년 동안 지원하지만,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지원 내용이 복잡하다. 또한 청년들의 기대를 모았던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 높은 경쟁률과 사업 지연 등으로 입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 주거 정책은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100개가 넘지만, 각기 다른 기준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정작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이처럼 복잡성과 비효율, 공급 물량 부족은 정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청년 주거 정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과 실행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은 청년 정책으로 주거 정책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시민사회에서는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정책의 '개수'가 아닌 '실현'이 필요한 때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복잡한 기준표가 아닌 살아갈 수 있는 편안한 집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청년 30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 이다빈
서울에서 자취하는 청년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3.3%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절반 이상이 "자취 비용 부담으로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를 대충 때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매일 라면만 먹었다.", "월말엔 다이어트 겸 굶는다"는 응답이 잇따랐고, 생활필수품 구매를 미루거나 친구들과의 약속을 줄였다는 답변도 많았다. 주거비로 고정지출이 나가면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생활이 청년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한다는 것이다. 학술 연구 자료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이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정은 우울 증상과 정적인 관계를 보이며, 특히 여성 청년의 경우 그 영향이 더 뚜렷했다. 또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환경과 우울감에 관한 탐색적 연구>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 청년의 스트레스와 주거 만족도, 그리고 심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설문조사 응답자들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좁고 낡은 방, 반복되는 벌레 출몰, 공사 소음"에 대한 불만은 물론, "내 집이 아니라는 불안정한 느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월세가 비싸 저렴한 방을 찾아가면 치안이 불안하거나 위생 상태가 열악한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자취방에 있으면서 오히려 집이 그리워졌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내가 벌어, 내가 산다'는 말은 더 이상 독립의 자부심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많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여전히 높은 주거비와 열악한 환경,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청년 세대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하며, 사회 전반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100개가 넘는 청년 주거 정책들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대출 한도 부족, 까다로운 지원 기준, 부족한 임대 공급 등으로 청년 대부분이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와 학술 연구 모두 청년 주거 불안정이 건강과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는 단편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 공급 확대와 정책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 문제는 청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닌, 청년들의 실제 삶을 반영한 정책 혁신과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 주거 문제는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다빈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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