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라면만 먹었다" 청년 1인 가구 생존기
[박진서 이다빈 기자]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A 씨는 "부족함을 느낄 틈도 없이 항상 있던 물건들도, 자취를 시작한 뒤엔 내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마련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취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달리, 청년 1인 가구의 삶은 이제 독립을 넘어 생존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청년 1인 가구, 서울에서 홀로 사는 이들의 주거 현실과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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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A 씨의 한 달 지출 내역 월세 55만 원, 관리비 10만 원, 식비 25-30만 원, 교통비 5만 원, 생필품 5만 원, 문화취미 10만 원 |
| ⓒ 박진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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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0월 서울시 평균 대비 자치구별 전월세 시세 2024년 10월 서울시 평균 대비 자치구별 전월세 시세를 보여주는 그림 |
| ⓒ 다방 |
이처럼 청년 1인 가구가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 부담은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취미나 여가, 자기 계발에 쓰일 돈이 부족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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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숙사 이숙희 실장과 인터뷰 서울여자대학교 기숙사 행정실 이숙희 실장과 인터뷰 중인 이다빈 기자 |
| ⓒ 이다빈기자, 박진서기자 |
일부 대학은 외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임대해 기숙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임대료 상승에 따라 기숙사비가 함께 오를 수 있고, 외부 거주지 특성상 치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데, 서울권 여자대학교 여섯 곳 중 이화여자대학교를 제외하면 '기숙사 수용률'이 존재한다. 이는 각 대학의 재학생 수 대비 11~12% 수준에 해당하며, 이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여자대학교는 기숙사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권 남녀공학 대학들 역시 오랫동안안 기숙사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숙사 증설과 치열한 입사 경쟁 속에서 많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주거비를 감수하며 자취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정책은 많은데, 나는 왜 해당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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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책 여러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책을 보여주는 사진 |
| ⓒ 주택도시기금, 서울주거포털, 국토교통부 |
'청년 월세 특별지원' 역시 현실의 벽은 높다. 월 최대 20만 원을 1년 동안 지원하지만,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지원 내용이 복잡하다. 또한 청년들의 기대를 모았던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 높은 경쟁률과 사업 지연 등으로 입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 주거 정책은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100개가 넘지만, 각기 다른 기준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정작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이처럼 복잡성과 비효율, 공급 물량 부족은 정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청년 주거 정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과 실행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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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자취하는 청년 30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
| ⓒ 이다빈 |
문제는 이 같은 생활이 청년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한다는 것이다. 학술 연구 자료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이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정은 우울 증상과 정적인 관계를 보이며, 특히 여성 청년의 경우 그 영향이 더 뚜렷했다. 또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환경과 우울감에 관한 탐색적 연구>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 청년의 스트레스와 주거 만족도, 그리고 심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설문조사 응답자들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좁고 낡은 방, 반복되는 벌레 출몰, 공사 소음"에 대한 불만은 물론, "내 집이 아니라는 불안정한 느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월세가 비싸 저렴한 방을 찾아가면 치안이 불안하거나 위생 상태가 열악한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자취방에 있으면서 오히려 집이 그리워졌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내가 벌어, 내가 산다'는 말은 더 이상 독립의 자부심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많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여전히 높은 주거비와 열악한 환경,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청년 세대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하며, 사회 전반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100개가 넘는 청년 주거 정책들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대출 한도 부족, 까다로운 지원 기준, 부족한 임대 공급 등으로 청년 대부분이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와 학술 연구 모두 청년 주거 불안정이 건강과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는 단편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 공급 확대와 정책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 문제는 청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닌, 청년들의 실제 삶을 반영한 정책 혁신과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 주거 문제는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다빈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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