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게 막대한 시세차익... 대선 후보들은 뭐하고 있나

이성영 2025. 5. 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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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공약_부동산] 내집마련 희망고문 아닌, 지대추구를 멈추기 위한 진짜 부동산 정책 필요

[이성영 기자]

▲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 상승세 탄 강남 아파트 가격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21대 대선에서는 부동산 공약이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급등도, 급락도 아닌데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정책을 건드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를 여야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부동산 정책 공약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전략일지 모르겠지만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이슈를 풀어가는데 있어 그리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모습과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노동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아닌 자산소득 극대화를 위해 부동산 재테크에 몰두하는 모습 모두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었던 '사람'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이다.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보다는 만들어진 파이를 얼마나 많이 가져갈 것인지에 몰두하는 '지대추구'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꺼져가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살려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정책 공약에는 이러한 고민이 담겨있을까? 먼저 21대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정책 공약을 간단히 비교해 보고 '지대추구'를 예방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대동소이한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임대 확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4기 신도시 개발과 도심·노후 신도시 정비, 실수요자 중심 세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김문수 후보는 '3·3·3 청년주택' 등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지원, 세제·규제 전면 완화, 민간 공급 확대를 강조한다. 이준석 후보는 소형(59㎡ 이하) 주택 집중 공급, 생애주기별 세금 감면 등 실수요자 중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상 세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서 큰 차이를 찾기는 어렵다. 권영국 후보만이 대규모 녹색공공임대주택 공급, 세입자 무한갱신계약 보장, 임대료 상한제, 다주택자 투기 억제 및 세제 강화 등 진보적·공공성 강화 정책에 방점을 둔다.

지난 대선과 기조가 가장 달라진 후보는 이재명 후보이다. 침체 국면인 지방의 부동산시장과 소강상태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고려한 것일까? 이 후보는 부동산 세제, 공공주도 정비사업 등과 같이 굳이 쟁점이 될 만한 부동산정책을 내지 않아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정책에 있어 온도차는 있지만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지대추구'를 막기 위한 부동산 정책 방향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 연합뉴스
2014년 말 지방의 ㎡ 당 아파트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한국부동산원)은 239만 원이었으며, 서울은 589만 원이었다. 그 시절에는 서울의 아파트를 팔면 지방의 아파트를 약 2.5채 살 수 있었다. 10년 후 2024년 말 지방의 ㎡ 당 아파트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은 347만 원, 서울은 1590만 원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팔면 지방의 아파트 4.6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의 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하는 서울 아파트가격 5분위 매매평균가격(KB부동산)의 격차 역시 10년 전 4.1배에서 25년 5월 6.1배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서울과 지방, 서울 내 아파트가격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아파트가격 상승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해당 위치의 이점이 반영된 전형적인 불로소득이라는 점에서 양극화 중에서도 악성 양극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자산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데 21대 대선 부동산정책 공약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대추구'를 예방하기 위한 큰 틀의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지대추구' 현상은 불안과 맞물려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불안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좋은 위치의 주택을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과 닿아있다. 다수 국민들에게 적정한 주거비와 안정적인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수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는 청약제도와 잔여적 복지 경향을 띠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소수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방식의 '내집마련' 희망고문 정책이 아닌 다수 국민에게 적정한 주거비와 안정적인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주거안정이 부동산정책의 주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공급만 늘린다고 주택가격 양극화 해결되지 않아

아울러 주택가격의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무한정 공급을 늘린다고 주택가격의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향후 대한민국 총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지방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더욱 집중되어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좋은 위치의 땅을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 땅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그 땅을 차지하려는 투기가 일어난다. 노인들은 강남에서 자리를 잡고 비켜주지 않고, 지방의 부자들은 지방의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강남 아파트를 사고, 강남에서 일하는 청장년들은 수도권 외곽에서 피곤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토지보유세를 통해 좋은 입지의 토지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토지사용대가를 제대로 청구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는 난망하다.

조건과 상황이 좋지 않아 제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문재인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한 전반적인 보유세 상향이라는 방향성은 있었다. 자산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없이는 지방이 고루 발전하기도, 수도권 집중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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