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고가…증권株 질주 언제까지
증권주가 연일 들썩인다. 1분기 호실적은 물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자들이 줄줄이 증시 부양책을 띄우면서다. 지난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앞으로도 주가 상승 동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뿐인가.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금리가 내려가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주식 시장에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3분기 발행어음·종합금융투자사업자(IMA) 사업자 추가 지정을 앞둔 점도 호재다. 신사업에 진출한 증권사는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하고 이자 손익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발행어음·IMA 사업 기대
최근 증권주가 너 나 할 것 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21일 하루에만 한국거래소에서 부국·미래에셋·삼성·교보증권 등 4개 증권주가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NH투자·대신·신영·키움·유안타·DB증권 등이 5월 들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5월에만 12% 가까이 올랐다. KRX 증권지수는 국내 주요 증권주 11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같은 기간 코스피(2.7%), 코스닥(0.9%)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증권주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증권주 강세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무엇보다 실적이 나쁘지 않다.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조3986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1조2607억원) 대비 11% 늘어났다. 우려에 비해 위탁매매(브로커리지)·트레이딩 부문 실적이 양호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해외 주식에선 성장세가 지속됐다”며 “단기 금리가 하락하는 우호적인 환경에서 운용손익도 개선되며 대내외적 불확실성에도 1분기 증권 업종 실적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둘째, 대선을 앞두고 정책 수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증시 부양을 외치는 대선 주자들 공약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향상을 위해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 환원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약 20명의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했다. 궁극적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증시 부양을 외친다. 지난 5월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를 열고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세율 인하, 장기투자자 세제 혜택 등을 공약했다. 또 임기 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목표를 내걸었다. 코스피가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로 대선 이후에 증권주는 강세를 보였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주자들이 증시 부양 의지를 보이는 만큼 증권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이후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증권주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3분기 발행어음·IMA 사업자를 추가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증권사 별도 자기자본 기준 4조원 이상부터는 발행어음, 8조원 이상부터는 IMA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삼성·키움·메리츠·신한투자·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 등이 IMA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발행어음·IMA 사업에 진출하면 자금 조달 수단이 늘어나고 이자 손익 확대를 꾀할 수 있어 증권사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행어음·IMA 제도 개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신규 사업자 인가 시 내년부터 업무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규 사업자로 인가를 받는 증권사는 이자 손익 확대와 크레디트 시장에서 투자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급등 따른 조정 주의
대선 후 비중 늘려도 늦지 않아
2분기 이후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ATS인 넥스트레이드(NXT) 거래대금 기여도가 2분기부터 온전히 반영된다. NXT가 지난 3월 4일 공식적으로 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에, 1분기에는 실적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출범 후 첫 열흘간은 거래 가능한 종목이 10개에 불과했고, 매주 순차적으로 종목을 늘려간 탓에 1분기 증권사 실적에 NXT 기여도는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반기 증권사 실적 개선을 기대케 하는 요인은 더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식 시장 회복 가능성이 여전하다. 국내 정치적 이슈에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이 맞물리며 1분기 국내외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실제로 1분기 코스피지수는 3.4%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4월 1일부터 5월 21일까지는 5.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주식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뉴욕 3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1분기 4.6% 하락했으나, 4월 1일부터 4월 21일까지는 4.1%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동안 시장이 부진하며 전체적으로 내려간 주가 수준이 투심을 자극할 수 있고, 연내 기준금리가 내린다면 자금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2.75%에서 1.5% 수준까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5월 2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연내 2회의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IB 거래가 대선 이후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선 이후 IB 거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며 “주요 후보들의 인공지능(AI) 투자와 벤처·창업 활성화 공약을 고려하면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급등에도 증권주 주가 수준은 과거 대비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증권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0.7배 수준이다. 과거에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 증권 업종 PBR이 1배에 가까웠던 사례가 있는 만큼,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증권주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점에서 진입하기에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급하게 증권주 거래에 나서기보다 대선 후 상황을 지켜보며 진입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최근 증권주 주가 급등은 본질적인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는 정책 기대감에 기반해 상승한 측면이 강하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지나간 뒤 글로벌 증시 변동성 등을 감안해 비중을 조절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단기 조정이 나올 때마다 증권주 비중을 조금씩 높여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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