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모욕... 진짜 청년들은 피눈물 흘린다"

유지영 2025. 5.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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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오마이뉴스, 대선 후보들의 '청년 노동' 공약 점검

[유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김문수 국민의힘·권영국 민주노동당·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오늘날 한국 청년들은 '이중고'에 씨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7.3%에 실업자는 28만 3천 명(2025년 4월 기준)에 달한다. 노동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간신히 진입한 청년이라고 할지라도 불합리한 일터에서 참고 견디면서 일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의 질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는 민주노총과 함께 지난 4월 30일 노동절 전야에 오픈채팅방을 열어 청년들의 일터 안팎에서의 노동과 관련한 고민을 청취하고, 이들 중 청년 5명을 모아 오프라인 집담회를 열고 오는 6월 대선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 노동' 의제를 모았다.

마지막 순서로 대선에 나선 각 정당 후보들의 '청년 노동' 관련 공약을 점검해 보았다. 대통령 선거까지 일주일이 남은 27일, 과연 대선 후보들은 청년 당사자가 만족스러워 할 '청년 노동' 공약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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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 문제는 민생의 핵심"인데

청년과 노동자라는 중첩된 정체성 속에서 '청년 노동'이라는 의제는 종종 일자리 문제로 다뤄지고는 한다. 그러나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이 교육기에서 노동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행과정기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것인지로 '청년 노동' 공약을 봐야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청년 노동의 문제는 결국 민생의 핵심"(이겨레 민주노총 청년위원장)이 된다. 이 위원장은 "청년 일자리 수나 청년들 평균 임금, 고용 형태와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쉬었음' 청년의 규모나 은둔 고립 청년의 실태를 보면 심각하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충북인뉴스
지난 노동절 전야 오픈채팅방과 오프라인 집담회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던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에 "많은 청년들에게 취업과 노동의 문제는 내가 가진 능력과 비례한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집담회에서 좋았던 점은 소통과 만남을 통해 각자가 경험한 청년 노동 문제가 개별적인 사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가장 우선해야 하는 청년 노동 공약에 ▲노조법 2, 3조 개정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 적용을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노조법 2, 3조 개정을 공약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조법 2, 3조 개정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 적용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별도 공약은 없으나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식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상 권리 확대에 더해 ▲포괄임금제 폐지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에 "포괄임금제의 경우 노동 시간이 측정되기 어려운 사업장에 한정적으로 사용하도록 돼있는데 오남용이 심각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만든다"라면서 "이재명 후보의 경우 10대 대선 공약 가운데 근로기준법상 포괄임금제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서 인상 깊게 보았다"고 전했다. 김문수 후보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악용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노동 공약이 아닌 기업 공약에 더 가깝다"고 평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권영국 후보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노동기준법으로 바꾸고 확장적인 노동자 정의를 통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자는 공약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소속된 청년유니온은 20여 개 청년 단체가 모여 만든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안에서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정책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9일 오전 이대 근처에 위치한 ‘계절의 목소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청년본부와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 김예진
구직활동 지원금,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근로감독관 수 확대

김설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범청년행동에서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광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거나 한 번만 나온 청년 100명을 인터뷰했다"라며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과 극단적인 정치가 우리의 일상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청년들이 광장에 왜 나올 수 없었는지를 살펴보면 시간이 없어서가 컸다. 지역 사회나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고민하려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의 구직 활동 지원금 공약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다소 협소한 정책"(김설 위원장)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장 한 벌도 사기 힘들 정도로 돈이 절실해 요긴하게 쓰일 것"(김닥갈씨)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25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돌담길에서 '다시만들세계포럼 조직위원회' 주최(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후원)로 123일간 광장에 활발히 나온 청년과 대학생, 청소년 500여 명이 모여 내란 청산, 민주 교육, 성평등, 생명 안전 등 12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원탁 토론을 열었다. 이날 'TK 여성' 김닥갈(31)씨도 '다시 만들 세계'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
ⓒ 유지영
실제 대구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김닥갈(31)씨는 이준석 후보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공약'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지역 내 부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되려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청년 후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이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기 위해 대구에서부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지역 청년에 대한 모욕이다. 최저임금 받기도 힘든 지역권 최저임금은 생존의 문제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진짜 청년'들은 피눈물 흘리고 있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오전 6시 기차를 타고 서울의 한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열린 민주노총과 오마이뉴스 주최의 오프라인 집담회에서는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동의 없는 레퍼런스 체크와 같은 불법을 일삼는 사업주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있는 법조차 지키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해 주휴수당 지급을 피할 수 있는 '쪼개기 아르바이트' 같은 탈법적 행태도 여전히 존재했다.
 10일 오전 11시 비가 오는 주말인데도 청년 5명이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에 모여 대통령 후보들에게 '더 나은' 청년 노동을 고민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 유지영
직장갑질119에서 노동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민현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26일 <오마이뉴스>에 "있는 법이라도 잘 지키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하고, 근로감독관을 충원해 각 사업장에서 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단속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근로감독관 수를 확대하고, '근로감독관'을 '노동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겨레 위원장 또한 "헌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다. 최저임금이 높아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니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아전인수격 논리가 등장하는 판국이다. 최소한의 기준은 모든 국민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이준석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에 대해 "젊은 사람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목돈을 빌려주거나,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지도 않는 일터로 현장실습을 보내는 정책이 '청년 노동'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일자리 국가책임제'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설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대선을 일주일 남겨둔 후보들에게 "언젠가부터 한국 대통령 선거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은 갈등을 만들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들이 기술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을 중간 지점을 택하는데, 정치는 '부분'을 대표하는 것이고,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노동 시장의 격차 가운데서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라면서 "국가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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