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정치 공작"이라더니, 끝내 빈손... 윤석열 검찰의 흑역사
[선대식 기자]

전·현직 경향신문 기자들의 혐의에 대하여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로써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였고...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렇게 짤막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1년 8개월 전인 2023년 9월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수사 결과 발표는 무척 초라했다.
"희대의 정치 공작"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호응하며 검찰은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벌였지만, 정치 공작도, 배후도 찾지 못했다. 이미 기소된 재판에서는 재판부 지적에 공소장을 계속 변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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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파 압수수색 마친 검찰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23.9.14 |
| ⓒ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보도가 허위라면서 2023년 9월 1일 강제수사에 나섰다. 나흘 뒤(9월 5일) 용산 대통령실은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중대한 국기문란이자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9월 6일) 여당에서는 민주당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배후에 민주당 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9월 7일 서울중앙지검은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 구성으로 화답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치밀하게 계획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위·대가성·배후 세력을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쪽이 배후인지 묻자, 이 관계자는 "계속 수사 중에 있으니, 지켜봐 달라"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10개월 뒤인 2024년 7월 서울중앙지검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만배씨, 신학림 전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한상진 기자를 윤석열씨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재판에 넘기면서 "배후 규명은 수사 방향과 다르다"고 말을 바꿨다.
다시 10개월이 지난 이날 경향신문 기자들 무혐의 처분을 끝으로 수사는 공식적으로 끝났다. 중간에 5명(언론인 4명, 정당인 1명)을 더 기소했지만, "중대한 국기문란"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검찰도 더 이상 정치 공작이나 배후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이 오히려 이 사건을 이용해 정치공작을 한 주체는 윤석열 정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친인척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방심위에 넣도록 했다는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 대상이 된 류 위원장은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고, 5월부터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인용 보도를 이유로 MBC·YTN에 부과했던 방심위의 과징금을 취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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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 증거인 2021년 9월 15일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록.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
|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지난해 7월 1차 사건(피고인 : 김만배·신학림·김용진·한상진) 첫 공판준비기일 때부터 재판부는 공소장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면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뉴스타파> 보도에서 무엇이 허위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공판준비과정에서 한 차례 공소장 일부를 덜어내 고쳤지만, 재판부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11월 6차 공판에서 검찰이 서증 조사에서 무엇이 허위인지 특정하지 못하자, 재판부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허경무 재판장은 "판사가 검사의 설명을 들어야지 공소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공소장이 제대로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소기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검찰은 결국 공소장을 대폭 줄여야 했다.
2차 사건(피고인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송평수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재판부의 지적이 나왔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윤석열씨 명예훼손 사건 수사개시는 적법하지 않다며 공소기각을 주장하며 검찰과 다투고 있다.
3차 사건(피고인 : 석아무개 전 <한겨레> 기자, 조아무개 전 <중앙일보> 기자)의 경우, 김만배씨와의 돈거래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이 주된 혐의다.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혐의가 사실이라 한들 정치공작 또는 국기문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직 <한국일보>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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