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서 혼자 있고 싶다는 아내... 오은영의 예리한 진단

이준목 2025. 5. 27. 18: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이준목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과거에 쌓인 상처와 서운함 때문에 남편을 끊임없이 구박하는 아내는 왜 남편에게 '너는 피고, 나는 졌다"는 이야기까지 해야만 했을까.

2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이제는 당신이 힘들 차례, 역전부부' 편이 그려졌다.

이석우·고우리 부부는 결혼 15년 차로, 남편은 '튼튼 아저씨'라는 캐릭터로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왔고, 아내는 쇼호스트 출신의 방송인 커플이었다. 부부는 현재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 체육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매일 똑같은 가족 구성원과 시간을 보내는게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아내는 밖에선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지만 실제로는 '쇼윈도 부부'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피자 잘못 사왔다고 "글씨 못 읽으세요?"... 아내의 막말, 왜?

부부의 사연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아내는 퇴근 후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혼자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에는 남편에게 각종 짜증 섞인 잔소리와 지적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남편은 아내가 명령조의 말투와 지시, 잦은 막말을 한다며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면 비난과 면박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부탁한 불고기 피자를 잘못 사왔다는 이유로 "글씨 못 읽으세요?"라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남편이 사온 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레기를 사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심지어 남편에게 음식을 흘리면 혼이 날 것이라는 의미로 "주먹밥이 부서지면, 남편의 뼈도 부서질 것"이라는 거친 막말을 농담처럼 날리기도 했다.

심지어 이러한 아내의 막말은 모두 아이들이 함께 듣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가족들은 아내가 남편을 대놓고 무시하며 면박주는 이야기를 거듭할 때마다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남편은 기분이 상했지만, 자칫 싸움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아내의 기분 나쁜 말들을 애써 참고 넘어갔다.

남편은 사소한 실수에도 심각하게 반응하는 아내에 대해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분도 안 좋고 해서 피하게 된다. 그래서 대화하기가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오은영은 "사실 큰일이 아니지 않나. 이대로라면 긴장과 피로가 끊이지 않아서 너무 힘들 것 같다. 작은 일은 작게 대하고, 큰 일은 크게 대해야 한다. 별것 아닌 일은 너그럽게 넘어가거나 흘려보낼 수도 있어야 하는데, 아내는 그게 어려운 것 같다. 이러다 보면 아이들도 영향을 받게 되고 가족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편이 저녁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동안, 아내는 방에서 혼자 누워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남편의 권유에도 아내는 쌀쌀맞게 거절했다. 또한 첫째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서 방에 들어와 곁에 눕자 아내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계속해서 아이를 밀어내려고 했고, 아이는 어떻게든 옆에 있고 싶어했다. 급기야 아내는 아이에게 "저녁시간에 가족들이 꼭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아내는 아이에게 신세 한탄을 늘어놓다가 울컥해 눈물까지 흘렸다. 아이들은 갑자기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아내는 혼자 있고 싶은 이유에 대해 '24시간 일과 육아를 오가느라 쉴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퇴근 후 2~3시간 정도가 아내의 유일한 휴식시간이라고.

부부는 주말에 자녀들과 함께 모처럼 외출을 나온 시간에도 극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권유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아이들을 혼자 데리고 다니면 싱글파파인줄 안다"고 하소연하자, 아내는 "나도 싱글맘처럼 많이 다녔다. 할 만해"라고 응수했다. 이어 아내는 "각자 역할을 분담하면 되는데, 남편은 왜 아이들에게 '엄마는 같이 가려고 하지 않지?'라는 인식을 심어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부부는 가까운 어린이체험관에 다 함께 오는 것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의욕이 없는 아내는 얼마가지 못해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이들은 엄마를 찾았고, 아내는 결국 밖에 나오면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부담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며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남편과 혼자 쉬고 싶은 아내는, 서로 원하는 것이 너무 달라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혼자 있고 싶다는 아내의 속사정

아내는 왜 이렇게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인색한 것일까. 오은영은 "아내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문이 다 열려 있는 사람이다. 자극을 걸러내거나 소화할 수 있는 필터가 없이 내면에 쌓인다. 하루종일 곱씹으며 떠올리다가 불편해진다. 그 자극을 유일하게 낮출수 있는 게 혼자만의 시간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내는 하루종일 육아에 육체적·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주장했지만, 오은영은 "아내가 실질적으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유일하게 가족들이 모인 저녁식사시간에도 가족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커녕 아내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에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원하고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들의 요구를 피곤하다며 거부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딱 닫는다. 계속해서 거절을 받다 보면 상처가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엄마가 힘들다는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아이가 엄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은영은 "아내의 입장을 한 인간으로서 이해한다. 하지만 엄마로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엄마를 자꾸 찾는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불안'이라고 정의했다. 오은영은 "양질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아이들을 불안하지 않게 해주면 아빠와의 시간도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고 당부했다.

부부의 사이는 왜 이렇게 멀어지게 됐을까. 아내는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남모를 고충과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부부는 남편의 소속사 문제로 바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고, 결혼 초에도 아내와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또한 유명인이던 남편 때문에 아내는 남편의 팬들로부터 수많은 악성댓글의 표적이 돼야 했다.

부부는 한때 댓글로 인한 갈등 때문에 별거하기도 했다. 아내는 한동안 남편의 부재 속에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무기력하고 암울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울감이 깊어졌다. 설상가상 부부의 둘째 아이는 언어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며 몇 년 간 치료를 받았다.

남편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각종 공연과 행사를 누비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 결혼과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했던 시절, 남편이 진행한 한 어린이 행사에 참석했던 아내는 멀리서 아빠를 부르는 아이의 입을 틀어 막아야 했던, '현실판 홍길동' 같은 가슴아픈 추억도 있었다.

또한 과거의 남편은 시간이 나면 아내와 가족들보다는 밖에 나가서 지인들과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15년의 결혼생활 동안 반복되며 쌓인 서운함과 상처는 아내에게 깊은 한으로 남았다.

부부는 가족 문제로 이야기로 나누다가 아내가 과거사로 화제를 바꾸자 결국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다. 아내는 상처받은 과거에 대한 공감을 먼저 원했지만, 남편은 이미 전후사정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여전히 서운하다는 아내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했고, 반복되는 다툼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내는 남편이 성공을 거듭하며 빛날수록 자신은 그 뒤에서 웬지 초라해지는 심경을 느껴야 했던 박탈감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에게 "너는 피고 나는 졌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서로 감사함이 부족하다"

오은영은 "당시에 아내가 많이 외롭고 힘드셨을 것 같다. 아내는 이해하고 참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마음에 꾹꾹 눌러담다가, 더이상 마음에 들어갈 공간이 없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행히 남편은 현재는 가족들에게 더 충실해졌고, 아내의 상처도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진심 어린 공감의 말을 해주는 데는 서툴렀다. 오은영은 "힘들고 외로웠을 아내에게 진심을 담아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고 남편에게 당부했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아내는 과거에 매여있는 부분이 많다. 과거를 너무 많이 품고 있으면 현재와 미래를 담을 수 없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아내에게 1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아이들과 함께 하시라"고 제안했다.

이어 오은영은 부부에게 "서로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많이 빠져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내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남편에게 핀잔과 구박으로 일관했고, 남편은 아내가 혼자 희생해야 했던 과거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부족했다.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그 시간에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키워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음이 풀린 아내도 "내가 잘못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억지부려서 미안하다. 그럼에도 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든든하고 멋진 아빠로 남아달라"고 화답했다.

오은영은 모든 솔루션을 마친 뒤에도 부부의 자녀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해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