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노무현 정신'에 걸맞는 정치인일까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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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 후보는 광주와 대구, 부산 유세에서도 총 40차례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이 노무현 정신을 이을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 26일에는 "제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더니 민주당 관계자들이 단체로 발작하고 있다"며 강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비록 이준석 후보가 보수정당 대통령인 박근혜씨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고 그 후 쭉 보수정당에 있으며 보수 정치인으로서 활동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노무현 정신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노무현 정신을 운운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후보는 26일 노무현 정신에 대해 "권위에 맞서는 용기, 이의 있을 때 말하는 당당함,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택하는 결기"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신을 실제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했다.
'양두구육' 이준석과 노무현 정신
과연 이 후보가 그러한 노무현 정신에 걸맞는 정치인인가. 하나의 사건만 떠올려도 이 후보가 그런 정치인이 아님은 명백하다. 바로 지난 2022년 8월 13일, '양두구육'을 언급한 기자회견이다.
이날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며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당의 승리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자 국민을 속였다는 자백이다. 정말로 이 후보가 권위에 맞설 용기와 이의를 제기할 당당함을 지닌 채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지키고자 했다면, 그래서 노무현 정신을 우리 정치에 회복하고자 했다면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됐다.
그랬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여당의 대표로서 본인의 입지가 보장되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윤석열에 의해 '토사구팽'의 신세에 처하게 되니깐 그제서야 '저건 양 머리가 아니라 개고기입니다'라고 얘기한 것 아닌가.
그렇게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개고기를 양 머리로 둔갑해 국민을 호도한 결과가 바로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 탄생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나 반성도 얘기한 적이 없다. 심지어 양두구육을 운운한 기자회견에서조차 국민을 속인 데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그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가 눈물까지 보이면서 얘기했던 건 오직 자신의 억울함이었다. "저에 대해서 이 새X 저 새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라는 표현처럼 '국민의힘이, 윤석열이 어떻게 양두구육까지하며 선거에 진심이었던 내게 이럴 수 있느냐'는 울분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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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개혁신당 제공 |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을 기성세대 탓으로 돌리더니 얼마 안 가 "낡은 세대는 정치에서 물러나고 열린 세계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나서야 한다"라며 곧바로 세대 간의 갈등을 유도하는 모습 어디에 대체 노무현 정신이 있는가.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본인은 '이성과 과학'의 위치에 두고 나머지 후보들은 '감성과 선동'의 위치에 규정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캐나다의 TFWP 제도 같은 전문 용어들을 사용했으나 정작 팩트체크 결과 이 후보의 전문성 있어 보인 발언들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 영화 한 편 보고 감동에서 시작한 탈원전 정책은 전국의 농지와 임야를 태양광 패널로 바꿔 놓고 운동권 마피아들이 태양광 보조금 받아 흥청망청하다가 결국 사법 처리를 받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이미 2012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대선공약에 내세운 문 전 대통령을 영화 때문에 국가정책을 결정한 인물로 매도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줄곧 친중이라고 몰아갔다. 자신의 반대세력을 중국과 연관된 반국가단체로 칭하고 사회 곳곳에 '카르텔'이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한 윤석열이 떠오른다.
이처럼 이 후보 본인은 스스로를 탈이념적이라 포장했다 여길지 몰라도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는 반이재명이라는 아젠다만 있는 김문수 후보보다도 더 이념적인 후보다. 이라크 파병, 한미FTA 협상 체결 등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과 비전을 갖고 행동한 노 전 대통령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이준석 후보에게 들려주고픈 노무현의 말
노 전 대통령은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택하는 결기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았다. 그 소신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과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신념에서 나왔다.
하지만 위에 살펴본 것과 같이 이준석 후보의 소신은 대개 정치적 셈법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판에서만 발휘된다. 그리고 그러한 소신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적용된다.
지난 2020년 이준석 후보는 TV조선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관련 기사: "'2차 가해 보도' 비판하자 '일베' 꺼내든 이준석").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일베에 합성 사진 올라오고 이러면 그거는 왜 그렇게 대서특필을 하면서 그게 뭐 고인에 대한 모독이니 이렇게 나서는지 전 잘 모르겠다", "누가 지령을 내린 것도 아니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즐기고 노는 콘텐츠였는데, 보수 진영이 전부 다 패륜적인 집단인 것처럼 만들었던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해 고인을 희롱한 것에 대해 이 후보는 '일부 이용자들이 즐기고 노는 콘텐츠'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노무현 정신을 걸핏하면 말하는 이 후보는 지금도 일베 이용자들의 노 전 대통령 희롱이 고인 모독이 아닌 즐기고 노는 콘텐츠라고 말할 것인가?
이 후보는 23일 TV토론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이 후보에게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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