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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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비들의 성찬 대학 문학상 소설부분 당선작 <질주, 1998>이 수록된 김경수 작가의 단편 소설집 <님비들의 성찬>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여운이 있는 작품 모음집이다. |
| ⓒ 김은진 |
그의 유명한 단편집으로 <님비들의 성찬>(2019년 4월 출간)이 있다. 님비'는 not in my back yard의 머리글자로, 직역하면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혐오시설에 대한 집단이기주의를 뜻하는 말이다.
수영 강습 후 회원들이 갖는 뒤풀이 자리가 소설의 배경이다. 이들은 수영을 함께 하며 같은 지역에서 서로 친분을 쌓는 사람들이다. 강습이 끝나면 맥주를 마시며 서로 세계 인권 문제나 무역 문제 등을 토론하고 세상이 더 나은 사회로 가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아직 그들의 탐욕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진 자가 더 뭔가를 가지려는 하나의 무서운 관성,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건 명백한 신식민주의의 전쟁이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가 그들보다 더 강한 나라가 되었을 때는 어떻게 처신할까 뭐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p 85
회원들은 이렇게 국제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입바른 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각종 탈세와 투기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막상 동네에 장애인 복지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들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결사 반대'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위대한 사상과 이론도 투기와 탈세로 돈을 벌게 되는 사회에서 무력함을 말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신념이나 도덕적 자의식도 쉽게 지우고 기득권층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소시민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꼬집고 있다.
대학 문학상 소설부분 당선작 <질주, 1998>는 명퇴자인 주인공의 몸부림이 담겨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회사와 가정에 묶여 돈을 벌기에 급급한 상황이 잘 그려진다. 현실의 고단함과 마음의 짐을 벗고 싶어 그는 일탈을 감행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빠른 전개로 그려진다.
또 주목되는 작품으로는 <궤적>이 있다. 소설을 쓸 때, 주변의 이야기를 그대로 쓰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다. 어느 날 한 소설가에게 그의 열혈 독자가 찾아온다. 그 독자는 소설 속 이야기를 화재로 올리다가 실제 어떤 이야기에서 출발했는지 알아낸다.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소설가는 너무 많은 것을 독자에게 말해 주었다. 독자는 사실 어떤 여인을 찾고 있었고 그녀를 살해하기 위해 소설가에게 접근했다는, 섬뜩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이다.
김경수 작가는 산악인이며 학창 시절에는 유도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 성향이 소설에서도 나타난 것인지 그의 소설은 남성적이며 기막힌 반전이 있다. 마치 유도에서 뒤집기를 하는 것처럼 독자는 몸을 바닥에 쿵하고 부딪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소설 중 <리틀 프린세스>와 <로리타, 안녕?>이라는 조금 결이 다른 부드러운 소설을 김경수 작가는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소설이 갖는 매력은 뭘까. 적어도 주인공을 완전히 알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 있을 법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현실의 다른 사람과 다른 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상상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사람도, 일례로 부모도 배우자도 자식도 사실 그 속내를 100%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소설에서만큼은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준다. 설사 그것이 꾸며진 이야기일지라도. 그래서 우린 그들을 연민하고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것 같다.
컨베이너 벨트처럼 똑같이 흘러가는 삶이 지루하다면, 김경수 작가의 단편을 읽고 그의 소설 세계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짧은 이야기지만 거침없는 반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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