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의 '20년 외교전' 결실...동티모르, 아세안 정회원되나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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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 11번째 정식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동티모르의 국기와 아세안 국가연합기 |
| ⓒ AI 이미지 |
아세안 사무국은 동티모르의 정식 가입 시점을 조율 중이며, 일각에서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아세안 지역회의에서 최종 승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으며, 늦어도 11월 이전에는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티모르는 2011년 정회원 가입을 신청한 뒤, 2022년 옵서버(참관국) 지위를 얻었으며, 2023~2024년 사이에는 회원국이 되기 위한 로드맵 이행 과정을 밟아왔다. 이달 말까지 아세안 사무국과 라오스를 비롯한 각 회원국들이 동티모르 관련 최종 보고서를 검토한 뒤, 정식 승인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치 불안·행정 미비 속 '정치적 의지'로 돌파
동티모르는 아세안 가입 조건 충족을 위해 정치 안정 확보, 공공행정 개혁, 아세안 공용어(영어 등) 사용 확대 등의 제도적 정비를 추진해왔다. 아세안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인프라나 경제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동티모르 정부의 강한 정치적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2022년 기준 동티모르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7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낮으며, 1인당 국민소득 역시 2023년 기준 약 1500달러로 아세안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실업률은 20%를 웃돌고, 국가 예산의 약 80%는 여전히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티모르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요구되는 여러 조건을 아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세안 회원국이 되면 사무국에 연간 약 250만 달러에 달하는 운영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열악한 재정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모든 회원국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매년 1000번이 넘는 아세안 관련 회의에 실무진과 대표를 파견해야 하는 행정적·재정적 부담도 크다.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의 규범에 맞춰 220개의 경제 협정 중 상당수를 이행해야 하지만, 아직 66개의 협정을 가입 시점에, 나머지는 2~5년 내에 이행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부족한 숙련 노동력, 미흡한 인프라, 취약한 비즈니스 환경 등도 아세안 통합에 있어 도전 과제로 꼽힌다.
석유 고갈 위기 속 경제 다변화 시도… 관광·농업에 기대
동티모르 경제는 주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해왔지만, 주요 유전의 생산량이 빠르게 줄면서 경제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정부는 관광, 농업, 교육 분야를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세안 가입을 통해 역내 협력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 및 기술 지원을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형제국'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의 최대 후원자 되다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무력 충돌이라는 아픈 역사를 공유한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동티모르는 곧바로 인도네시아의 침공을 받아 24년간 점령당했다. 1999년 유엔 주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결정했고, 2002년 국제사회에서 국가 승인을 얻었다.
이후 양국은 극적인 화해 과정을 거치며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을 적극 지지하는 최대 후원국으로 나섰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동티모르를 수차례 방문해 경제협력 확대와 교육 지원을 약속했으며,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동티모르의 가입은 지역 평화와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국 "개발 파트너로 환영"… 미국은 '행정역량' 우려
주요 외부 강대국들도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동티모르와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협력을 강화할 기회"라며 공개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도로, 항만, 전력망 등 동티모르 인프라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현재도 다리, 항구 확장과 농촌 개발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반면 미국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동티모르의 정치적 진전은 긍정적이지만, 아세안 내에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티모르 내 엘리트 중심 행정 구조, 부패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2025년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 주요 현안 논의
동티모르의 아세안 정회원 가입이 임박한 가운데, 2025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 및 관련 회의들이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의장국 테마로 삼고, 지역의 경제적 기반 강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역내 무역 및 투자 연계 확대, 디지털 경제 협력, 그리고 미얀마 사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주요 역내외 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 및 아세안-GCC-중국 정상회담 등 외부 파트너들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지역 경제 통합과 상호 협력 방안도 모색 중이다. 특히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 채택을 위한 '쿠알라룸푸르 선언' 서명은 향후 20년간 아세안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공동체 마침내 완성'… 아세안 지형도 장기적으로는 재편
동티모르의 정회원 가입이 확정되면 아세안은 명실상부하게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지역 협력체로 완성된다. 인구 13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아세안 내 포용성과 지역 통합 의지를 상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지 외교 전문가들은 "회원국 지위가 단기적 경제 효과로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회복과 투자 유치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세안은 지난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이 창설 멤버로 출범했다. 이후 브루나이(1984년), 베트남(1995년), 라오스·미얀마(1997년), 캄보디아(1999년)가 차례로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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