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탈핵, 보수는 원전... 기후정책 양극화
[김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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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대 대통령 후보자들 사진 벽보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서로로에 내걸린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하여 부착한 제22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벽보이다. |
| ⓒ 김광철 |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교사모임 회장이자, 초록교육연대를 창립하고 대표를 맡아 탈핵과 생태 보전 등의 환경운동을 해온 나는, 이 주제들 중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각 당 후보들의 정책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보았다. 들어보니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 방안에서 진보와 보수로 확연히 양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확보를 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탈핵을 중심에 두고, 기후정의세 도입과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을 통한 전력 공급을 지금의 32%에서 60%까지 늘려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하였다.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후위기' 해결 방안을 '개혁신당'의 10대 공약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후위기의 고통이 지금보다도 미래 세대에게 훨씬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특히 권영국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원자력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탈핵'과 '핵발전'이라는 표현을 명확히 사용하며 정책적 차별성을 강조하였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별 인식 차이가 컸다. 이재명 후보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인해 원전을 더 늘릴 수 없다고 보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까지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개발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영국 후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시설을 제대로 갖춘 나라는 핀란드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핵발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다는 비유로 탈핵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핵폐기물은 각 지역별 공모를 통해 처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재명 후보는 RE100, CF100을 언급하며, 지금처럼 화석연료 기반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탄소 에너지를 사용한 제품은 수출길조차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9%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정책을 밝혔다.
아울러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력 송신망 시설 구축이 핵심 과제라며, 이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서남해안과 농어촌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 기반을 조성해 농어민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사들여 가계 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탄소중립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늘려 탄소중립에 대비하는 정책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에너지 정책 기조를 180도 바꾸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확충 사업을 제어했고,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의 이야기다. 나는 '서울시민햇빛발전소' 이사로서 서울시가 추진하던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패널 설치 사업을 확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적이 있다. 초록교육연대 대표로서도 각급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고,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학교 운영비에 보태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고인이 된 이후, 이러한 사업들이 모두 중단되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큰 실망을 느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검토 논란이 헌법의 근간을 위협한 것처럼,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함부로 흔드는 일 역시 헌법 파괴에 준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틀이 정권에 따라 마구 뒤바뀐다면, 정책을 믿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 자본을 투여한 국민의 신뢰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국가 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요구를 수용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거쳐 큰 틀을 정립해야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정책이 마련되어야, 국민과 기업이 안심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거양득의 에너지 정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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