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아는 부모 몫", 영국 "육아는 정부 몫"
[김성수 기자]
지난 35년간 영국에서 살고 있다. 영국 여성과 결혼해 애 낳고 살며 느낀 점이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자녀들은 초·중·고·대학교를 영국에서 나와 지금은 다 독립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영국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도, 나는 자주 한국이 그립다. 한국의 문화, 냄새, 심지어 소음까지도 그립다.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 그런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번에는 영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문화, 풍경, 심지어 영국의 날씨까지도 말이다.
|
|
| ▲ 한영기 |
| ⓒ 김성수 |
한국에선 여전히 "애는 부모가 낳았으니 부모가 키워야지"란 말이 통용된다. 반면 영국은 "이 집 애라도 정부가 도와줄게요"란 태도가 익숙하다. 제도는 물론,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한국 부모들이 너무도 힘든 이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히 짚어보고자 한다.
출산·육아휴직, 한국은 '제도', 영국은 '문화'
영국은 최대 52주의 출산휴가가 보장되며, 이 중 39주는 정부가 급여의 90%까지 보전한다. 남성도 '공동 양육 휴가(Shared Parental Leave)'을 통해 최대 50주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놀라운 건 분위기다. 출산 한 부모들에게 직장에선 "왜 육아휴직 안 써?"가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한국도 법적제도는 갖췄지만 현실은 다르다. 회사 눈치, 경력 단절, 복직 스트레스… 육아휴직은 아직도 '눈치게임'의 대상이다.
보육: 영국은 '무상 지원 확실', 한국은 '복불복 로또'
영국은 만 3~4세 아동에게 주당 30시간까지 무상 보육을 제공한다. 2025년 말까지는 9개월 아동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보육비 자체는 비싸지만, 소득에 따라 어차피 정부가 일부 혹은 전액 지원한다.
한국도 '아이돌봄서비스'나 국공립 확충이 이루어졌지만, 대기번호 150번에 좌절한 부모들이 허다하다. '보육원 당첨'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현금보다 '시간'을 주는 나라, 영국
영국의 진짜 강점은 부모가 아이 곁에 있을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으로 첫 울음, 첫 걸음마, 첫 등굣길을 함께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지원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부모는 여전히 일터에 붙잡혀 있다. "돈 줄 테니 계속 일하라"는 구조다.
교육·보육에서 '정부 품'에 안기는 영국, 각자 생존의 한국
영국의 공립 초중고는 무상교육이며 학군 스트레스도 없다. 대학교는 학비와 생활비 대출제와 탕감 제도가 있어 실질적 부담은 없다. 사교육도 거의 없다.
한국은 반대로 '공교육은 무료지만 사교육은 필수'라는 역설에 빠져 있다. 사교육비가 월 수백만 원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육아는 정부와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여야
영국이 당연히 완벽하진 않다. 의료 대기시간, 복잡한 행정절차 등 불편한 점도 있다. 그러나 육아에 있어 정부가 다정한 '동행자'와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한다는 믿음은 확실히 자리 잡았다.
한국도 분명 나아지고 있다. 부모급여, 영아수당, 유연근무제… 제도가 하나 둘 생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부모는 '아이 키우는 게 전쟁'이라는 말을 한다. 그 말엔 제도가 아닌 '개인의 희생'만 강조되는 현실이 녹아 있다.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 제도가 힘들게 하고 있을 뿐
육아는 단순히 '출산율 통계'로 환산될 일이 아니다. 아이는 한 가정의 전부이자,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다. 영국의 육아정책은 '삶을 위한 육아'를 지향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생존을 위한 육아'에 가까워 보인다.
35년 영국 살이 아빠로서 감히 말씀드린다.
한국 부모님들, 당신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지금 한국의 양육지원제도가, 사회구조가, 정부정책이 당신들을 너무 외롭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아이 키우는 일이 '사랑'과 기쁨이어야지, '부담'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육아는 정부와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서 오는 6월 3일 대선이 너무도 중요하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징병제 대신 '자원입대', 이런 시나리오라면 해볼 만하다
- 버닝썬 사건까지 엮어...검찰의 치졸한 보복수사
- YTN의 코로나 과장 보도, 지인들이 저의 안부를 묻습니다
- 깜짝 등장 한동훈 "친윤 구태정치 개혁", 김문수 지지자들 "배신자, 꺼져라"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시끄러 임마
- 전광훈 '대가리 박아' 논란에... 대국본 해명 "유쾌한 연출"
- 이수정 "투표 독려 현수막에 대통령 선거1", 누리꾼 "병원 가보세요"
- 국힘, '교사 특보 임명장' 사과하고도 공무원에 또 발송
- 조경태 "윤석열 임명이나 마찬가지"... 윤상현 선대위 합류에 선거운동 중단
- 김건희 '디올백'은 무혐의, '샤넬백'은 처벌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