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산불의 흔적,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조연섭 기자]
운전 중 우연히 마주한 풍경이다. 강릉에서 동해로 향하는 옥계 도심에서 마주한 맞은편 '밥봉'산 봉우리 중턱은 유난히 푸르렀다. 나는 달리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산 전체가 햇살에 녹아들 듯 초록빛을 품고 있었고, 그 잎사귀 하나하나가 조용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냥 아름다워서 멈춘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산은 3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동해 초대형 산불의 중심지였다.
2022년 3월 4일 강릉 성산에서 시작한 산불, 강한 바람과 건조 주의보가 겹친 날,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된 불은 온 동네를 집어 삼켰다. 동해와 삼척을 잇는 대규모 산림이 불에 탔고, 인명피해는 물론, 가옥 수십 채가 소실되며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대원들과 군 병력이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였고, 산림청은 당시 피해 면적을 3200헥타르 이상으로 발표했다. 그때 30년 이상 인근 지역에 살아온 나는 이 앞 산을 보며 절망했고 현장을 기록했었지, '언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능선 전체가 마치 정돈된 정원처럼 고르게 채워진 작은 나무와 푸른 풀잎들로 뒤덮여 있었다. 중간 중간 인공 조림의 흔적도 보였지만, 그 사이를 채운 것은 분명 야생의 힘이었다. 벌판 같던 자리에 풀이 돋고, 다시 나무가 자라고, 초록이 층을 이루며 울창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복원할 수 없는 영역까지 자연은 스스로를 복구하고 있었다.
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흙길과 철탑, 전선을 따라 전해지는 문명적 풍경 사이로, 나는 '자연의 숨' 같은 리듬을 느꼈다. 거대한 숲이 자신만의 회복 속도를 따라, 아무 말 없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생태 복원보다 회복 탄력성, 쓰러지고 무너져도 다시 자리를 잡는 본능이자 능력, 그 자체였다.
산불은 흔히 재난으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자연은 그 재난을 단순히 '비극'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불에 그을린 숲은 생태계의 순환을 돕기도 한다. 식물 유전자의 비밀을 푸는 카이스트 김상규 교수가 한 기사(조선일보, 2021.10.08)에서 주장했듯이 일부 식물은 산불 이후에 발아하고, 결국 생태의 균형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물론 인간의 고통과는 분리된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본 그 산은 분명히 말했다. "나는 다시 시작했다"라고.
이런 장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가. 공동체, 개인, 자연 모두가 크고 작은 재난을 겪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산이 그랬듯, 우리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하고, 조건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기다려주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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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직리 뒷산 '밥봉' 산 중턱, 강릉 동해 방면 2022년 동해 대형 산불로 초토화 되었던 지역. 2025년 5월 25일 직접 촬영한 모습은 초록빛으로 회복 중이다. |
| ⓒ 조연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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