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우규민·노경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양형석 기자]
KBO리그 역사에서는 30번 이상의 완투를 기록한 투수가 총 31명인데 이들은 모두 KBO리그 초창기인 1980~90년대에 활약했던 투수들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에 활약했던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완투를 기록한 투수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 간 활약하면서 21번의 완투를 기록한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다. 투수들의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완투형 선발'은 리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대야구에서는 선발 투수가 6~7이닝을 소화하고 필승조 1,2명이 7,8회를 책임진 후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언제나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보장도 없고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을 때도 있다. 따라서 각 구단들은 선발과 마무리 외에도 적게는 5명, 많게는 7~8명의 불펜 투수를 등록해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경기 중반 이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닝이나 실점을 최소화해야 할 승부처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감독은 이럴 때 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기도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진 투수를 투입해 위기를 막아내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올 시즌엔 불혹을 훌쩍 넘긴 베테랑 투수들이 각 구단의 필승조로 돋보이는 활약을 하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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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투수 김진성(2025.3.23). |
| ⓒ 연합뉴스 |
방출 후 은퇴까지 고려하던 김진성은 우여곡절 끝에 2021년12월 LG로 이적했는데 이는 김진성은 물론이고 LG에게도 큰 축복이 됐다. 김진성은 2022년 67경기에 등판해 6승3패12홀드3.1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2023년 80경기에 등판한 김진성은 70.1이닝을 소화하며 5승1패4세이브21홀드2.18의 뛰어난 성적으로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
김진성은 작년에도 71경기에 등판해 3승3패1세이브27홀드3.97로 홀드 부문 3위에 오르며 LG의 핵심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4.45로 올라가면서 주춤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서 2.1이닝2실점(평균자책점7.71)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LG는 작년 FA시장에서 불펜투수 장현식과 김강률을 차례로 영입하며 김진성의 노쇠화에 대비했다.
하지만 장현식과 김강률이 나란히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현재 LG 불펜을 지탱하고 있는 투수는 1985년생, 만40세의 노장투수 김진성이다. 김진성은 올해 28경기에 등판해 1승2패1세이브14홀드3.71의 성적으로 조상우(KIA 타이거즈,13개)를 제치고 홀드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록 김진성의 구위는 예전 같지 않지만 정면 승부를 즐기는 강심장과 연투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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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투수 우규민(2024.8.28). |
| ⓒ 연합뉴스 |
LG와 삼성을 오가며 선발과 불펜투수로 모두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던 베테랑 잠수함 우규민은 2023년 56경기에서 3승1패13홀드4.81의 성적을 기록한 후 삼성의 35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2023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kt 위즈의 지명을 받았다. 이미 삼성 시절 노쇠화가 진행된 만큼 많은 야구팬들이 우규민의 은퇴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kt에서 박경수와 박병호, 배정대, 김상수 등 옛 동료들과 재회한 우규민은 작년 45경기에 등판해 43.1이닝을 던지며 4승1패1세이브4홀드2.49의 뛰어난 성적으로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커리어 3번째 FA자격을 얻은 우규민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2년 총액 7억 원에 kt와 재계약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적 당시 은퇴를 걱정했던 우규민에겐 매우 의미 있는 계약이었다.
작년 45경기에서 4홀드를 기록했던 우규민은 올 시즌 단 9번의 등판 만에 작년과 같은 시즌 4홀드를 따냈다. 비록 4번째 홀드 이후 12경기 연속 홀드를 챙기지 못하고 있지만 4월 18일 키움 히어로즈전 패전 이후 최근 11경기에서 9.2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도 43.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가 단 4개에 불과했던 우규민은 올해도 18.1이닝 동안 볼넷을 단 2개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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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G 투수 노경은(2024.9.25). |
| ⓒ 연합뉴스 |
202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41경기에서 12승5패1세이브7홀드3.05의 성적으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크게 기여한 노경은은 2023년부터 전문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2023년 76경기에서 83이닝을 소화한 노경은은 9승5패2세이브30홀드3.58을 기록하며 홀드 부문 2위에 올랐다. 그렇게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연 노경은은 만40세였던 작년 프로 데뷔 22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77경기에 등판해 82.2이닝을 던진 노경은은 8승5패38홀드2.90의 뛰어난 성적으로 최초로 2년 연속 30홀드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고령 홀드왕에 등극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노경은은 SSG와 계약기간 2+1년 총액25억 원에 계약했다. 첫 FA였던 2019년 1년의 공백을 가진 끝에 2년 총액 11억 원에 계약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두 번째 FA 계약이었다.
프로에서 23년째, 만 41세 시즌을 맞은 노경은은 올해도 나이가 무색한 활약으로 SSG의 필승조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팀 내 최다 경기에 등판했던 노경은은 올 시즌에도 SSG에서 가장 많은 27경기에 등판해 2패2세이브8홀드1.63으로 SSG 불펜의 핵심 필승조를 맡고 있다. 실제로 SSG 이적 후 4년 간 노경은의 성적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외엔 어울리는 표현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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