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만 되면 '은행 압박'…공약은 풍성한데, 부담은 금융권 몫?
은행권, 이미 3년간 2조원 규모 '상생금융' 진행중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 제외 공약도…"금융시장 왜곡 우려"

21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서민·소상공인·청년을 위한 금융 공약을 내놓자, 은행권에 다시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름은 '상생금융'이지만, 실상은 정치권이 은행을 복지 파트너로 지목하며 준조세 부담을 전가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다.
27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로나 정책자금 채무 조정·탕감 ▲저금리 대환대출·수수료 부담 경감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 제외 등을 주요 금융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지원단 설치와 전문은행 설립을 공약했고,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에 대한 생계 방패 특별융자 등을 제시했다.
또 대학생 생활비 대출을 확대하고 청년 재직자의 도약장려금·도약계좌·저축공제 가입 연령 상한을 높일 계획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만 19~34세 청년에게 최대 5000만원을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든든출발자금'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공약의 재원과 실행 주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대선 때마다 여야 후보 캠프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계획조차 없다"며 "은행권 입장에서는 역풍을 맞느니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은행권은 2023년 2조원 규모 소상공인 대상 이자환급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해 향후 3년간 총 2조1000억원 지원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 시즌2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요구가 커질수록 이 같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겉으론 국민 지원이지만, 결국 실행 주체는 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적 복지를 민간 금융사에 떠넘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나면 금융공약 이행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 부담은 정권과 상관없이 은행권에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을 제외하겠다는 공약은 은행권의 수익성과 대출 시스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면 대출 자체가 손해 보는 구조가 될 수 있어,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 회피, 금리 상승, 신용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이 직접 금리 산정 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원칙에 위배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금융 소비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책금융이 필요한 건 맞지만, 정치권이 표심 확보 수단으로 금융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작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나 디지털 전환 같은 중장기적 논의는 실종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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