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트럼프 관세전쟁 다음은 G3 대타협, 차기 정부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힘을 잃고 있다. 처음엔 중국 등을 불살라버릴 태세였는데, 이제는 지루한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계기는 미국 내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이었다. 국채를 팔아 구멍 난 재정을 메워야 하는 데 금리가 솟구치고, 유권자 상당수의 재산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정치인 트럼프가 견디기 쉽지 않았을 터다. 실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마저 미루고 스스로 자신하는 1대1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실토할 정도다. 흐름이 다자간 대타협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엿보인다. 트럼프 일부 참모가 제시한 ‘마러라고 합의(제2의 플라자 합의)’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침 백악관에서 대외정책을 담당해본 리처드 새먼스 스위스 국제개발대학원 선임 펠로가 ‘세계경제 다시 균형잡기(Rebalancing the world economy: Right idea but wrong approach)’란 보고서에서 다자간 협상 가능성을 제시해, 중앙일보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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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는 19세기식 처방
1대1 협상 대신 G3 타협안 부상
미 정부 재정적자 줄여나가고
중국은 재정 풀어 소비 늘려야
」

“관세로는 불균형 해결 못 해”
Q : 브루킹스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의 부제, ‘바른 생각을 하지만 잘못된 접근’이 눈에 들어온다. 무슨 뜻인가.
A : “이참에 세계 경제를 다시 균형 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옳다는 의미다. 기자도 알다시피 세계 경제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그 상태가 아주 심각하고 오랜 기간 이어졌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란 8~10개 주요 나라들 사이에 무역 불균형이 발생하면 환율이 변동해 균형을 스스로 찾아가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율적인 균형 회복이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Q : 트럼프 경제참모 가운데는 다자간 협상으로 ‘마러라고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관세로 압박해 1대1 협상으로 불균형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전술이 고질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A : “관세로 압박해 이끌어낸 1대1 협상이 완전히 터무니없지는 않다. 불균형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표피적인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전술이다.”
Q : 표피적 문제만을 해결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A :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현상 자체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다. 이면에는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내수 억제 등 거시경제적 불균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는 관세로 해결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19세기 이전 처방을 과도하게 쓰는 것과 같다. 미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숨지게 한 주치의의 피뽑기 처방처럼 비과학적이다.”
“중, 내수를 10% 이상 늘려야!”

Q : 관세 말고 다른 방법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하거나 해결한 적이 있는가.
A : “1975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슈미트 서독 총리의 주도로 파리 근교 랑부예에서 미·영·일·독·프·이가 참여한 G6 회의가 열렸다. (71년 달러 금태환 중단과 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글로벌 불균형을 진단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10년 뒤인 85년에는 랑부예 G6 가운데 이탈리아가 빠진 G5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플라자 합의에 이르렀다. 또 세계 경제 엔진인 미국이 금융위기에 시달리던 2009년에 열린 G20 회의에서 중국의 재정확대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에 합의한 것도 좋은 예다.”
Q : 이번에는 어떤 나라가 다자간 협상에 참여할 수 있을까.
A :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으로 이뤄진 G3 사이 대화와 타협 가능성이 크다. G3 회의가 열리면 재정과 통화, 경제개발 정책 등이 들어간 포괄적인 패키지에 합의해야 한다.”
Q : 재정정책은 어떤 방향이면 좋을까.
A : “중국과 한국 등 무역 흑자국의 내수를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내수를 현재 수준보다 10% 이상 늘리는 정책을 쓰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현재 중국 GDP 기준 최종 소비지출은 56% 수준이다. 이는 인도의 71%나 브라질의 82%보다 한참 낮다. 중국이 재정 확대 등으로 내수 비율을 70% 가까이 올린다면 대미 무역흑자 등을 상당 부분 줄여나갈 수 있다.”
“달러 가치 10% 이상 낮추는 공조 필요”

Q : 미국과 유럽은 어떤 재정정책을 약속해야 할까.
A : “미국은 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계획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재정이 축소되면 미 내수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줄기 마련이다). 또 유럽은 요즘 국방비를 늘리고 있는데, 재정의 다른 부분을 긴축하는 조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Q : G3 통화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A :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재 가치에서 10~15% 정도 떨어뜨리는 통화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다.”
Q : G3의 대화와 협상 자리가 마련된다면 한국의 자리는 어디일까.
A :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캐나다처럼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캐나다의 새로 선출된 총리인 마크 카니가 적극적으로 불균형 완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새먼스=미국인이다. 미국 보스턴 근교의 터프츠대에서 경제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백악관 대외경제정책 특별보좌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으로 일했다. 2001년 이후 세계경제포럼(WEF) 부회장을 지냈다. 국내에 있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소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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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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