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인권·다문화 공약 왜 사라졌나
[고기복 기자]
21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주민·다문화 인권 관련 정책이 지난 대선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주민 권리와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구체적 공약이 거의 보이지 않는 현상,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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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후보자 공약 이재명, 김문수 후보가 공약서를 제출한 반면, 이준석, 권영국 후보는 26일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
|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노동권 강화와 사회 안전망 확대 등 간접적 포괄 정책을 내세웠으나, 공식 10대 공약이나 선관위 제출 공약서에는 이주민·다문화 관련 정책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이민자 컨트롤타워' 설치, 외국인 아동 보육 지원, 결혼이주여성 체류·귀화 정책 개선 등 포용적 다문화 정책을 약속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주 관련 공약이 논란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 행보를 부각하며 다문화 관련 정책을 제시했던 20대와 비교하면, 아무런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21대 대선은 부자 몸 사린다는 말을 들을법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 '외국인근로자 활용 확대', 즉 외국인고용허가제(E-9비자) 업종과 직무 범위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았을 뿐, 다문화 사회 포용이나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2022년 국민의힘은 이주민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 신설, 다문화가족 지원 강화 공약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던 2022년에 비해 22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다문화 이주인권 관련 공약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대선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혐중, 외국인 혐오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어렵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공약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공약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국내법 모두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차별과 혐오를 공공 정책으로 펼치겠다는 위험한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국내로 복귀하는 해외투자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고용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최대 10년간 유예하고, 출신 국가의 임금을 주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건비 절감과 유연한 외국인 고용을 희망하는 기업 입장만을 대변하며 차별과 혐오를 공공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 특유의 갈라치기를 통해 외국인 혐오와 차별을 선거운동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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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별없는 나라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차별없는 나라를 내걸고 이주민 인권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 ⓒ 민주노동자 공약 QR code 캡처 |
이주민 증가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따라, 이민(외국인·다문화)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행정기관 설치 필요성에 대해 각 정당은 공감하면서도 21대 대선에서 이주인권 이슈는 배제되고 있다.
최근 정치 환경에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후보들은 이주인권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보수적 입장을 택하고 있다. 선거에서 표심을 의식한 전략적 침묵이 공약 실종의 배경이다.
후보들이 경제 성장과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이주인권 등 사회적 이슈는 상대적 후순위로 밀려났다. 각 진영이 경제·안보 등 표에 직결되는 이슈에 집중하는 사이, 이주민 권리와 다문화 사회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중매체에서 이주민이 범죄자나 위협적 존재로 묘사될 때 다문화 수용성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정치권도 이주민 인권 이슈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주민 유입을 사회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정책에서 배제하거나 통제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1대 대선의 이주인권 이슈 실종은 사회의 보수화로만 이야기할 성질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인권 의식이 사회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처럼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구태 정치인은 민주사회에서는 배격되어야 한다.
이주 인권 단체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주민 권리가 정치적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차별적 정책과 혐오 선동은 표현의 자유와 구분되어야 하며, 인권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21대 대선에서 이주인권·다문화 공약이 실종된 배경에는 대중의 부정적 인식, 경제 우선 전략, 미디어 영향, 그리고 이념적 경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민 권리가 정치적 논의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사회적 다양성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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