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농민들 항의에... 교차통행 방식으로 전진교 통행 허용
[노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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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로와 농사짓는 농부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을 하는 트랙터 뒤를 백로류가 따라다니고 있다. |
| ⓒ 노현기 |
꽃이 조밥 같다고 조팝나무, 수북한 쌀밥 한 사발 같다고 이팝나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꽃이 밥으로 보였을까? 조팝나무와 이팝나무가 한창인 이 계절은 보릿고개였다. 겨울을 보내고 보리를 수확하기 전까지 집에는 쌀 한 톨 없는 철이다. 너무 배고파 보릿고개라고 했던 이 계절에 피는 꽃이다. 두 꽃 모두 모내기 철에 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핀 찔레꽃을 먹고 울었다는 그 꽃도 지금이 제철이다.
지금 보릿고개는 없어졌다. 그럼 농부들은 지금 배부를까? 아니다. 옛날처럼 굶지는 않지만 피땀 흘려 일해서 얻은 쌀 한 공기 값은 3백 원이 안 된다. 이마저도 지금은 수매가가 더 떨어졌다. 어느 정권이든 제대로 된 농업정책이 없는 것을 두고 전환식 파주농민회 공동대표는 "농사꾼은 흉년이어도 폭삭 망하고, 풍년 들어도 망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나도 모내기를 하는 게 농부이기에 넘기기 힘든 보릿고개에도 모내기를 하고 콩을 심어야 한다.
모내기를 하러 갈 때 농부들은 차 3대를 몰고 가야 한다. 이앙기를 실은 트럭, 트랙터나 트랙터를 실은 트럭, 모판을 가득 실은 트럭. 이앙기와 트랙터는 하루 종일 논에서 일하고 모판을 실은 트럭은 못자리를 낸 논에서 하루 수차례씩 모판을 실어 날라야 한다.
민간인통제구역에서 농사짓는 민북출입농민들은 모내기철과 추수철은 점심 때우기도 힘들다. 장단반도 임진강변에서 농사짓는 마정3리 농부 김씨는 모내기철과 추수철은 빵과 우유로 점심을 때운다고 한다. 장단반도는 식당도 없고, 농막도 못 짓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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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농부들 폭우속 절규 국방부의 전진대교 강제통제에 항의해 파주농민단체들이 지난 5월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 노현기 |
"모내기철인데..." 철책선 넘나드는 임진강변 농민들이 뿔난 이유
폭우 뚫고 전진교에 모인 농민들... "농지 차량 출입 금지 풀어야"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어진 뒤, 5월 26일부터 육군1사단이 교차통행 방식으로 전진교 통행을 허용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연천, 철원 등 접경지역 농민회들은 25일까지 통행금지를 해제한다는 답변이 없으면 국방부 앞으로 가서 시위를 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파주농민회와 전국농민회는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육군 보병1사단(1사단)이 지난 4월 22일부터 출입을 전면 통제해 파주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거센 항의를 받은 전진교 차량통행을 오늘 5월 26일부터 허용했다. 육군 보병1사단은 지난 22일 공문(군수참모처-389)을 통해 '5톤 미만 차량 시속 30㎞ 이하 속도로 한쪽 차선만 여는 방식으로 통행을 허용한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파주시 민, 관, 군 정례협의회'가 지난 2025년 5월 15일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파주농민회는 '최소한 중량과 속도를 제한하고 교차통행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 후 국방부 건설사업단과 협의한 결과, 1사단이 이 같은 내용을 22일 오후 공문으로 보낸 것이다.
김상기 파주농민회 사무국장은 이전에 논란이 된 바 있는, '전진교와 통일대교는 국방부 재산으로 1사단이 농민들을 배려해 출입을 허용한 것'이라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1사단이 협의회 자리에서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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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품은 논 모내기철 마정벌판 논은 온 산천과 생명과 하늘까지 품는다. 황금벌판과 자웅을 겨루는 멋진 풍광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구경꾼몫, 농사꾼에게는 피땀의 결과이다. |
| ⓒ 노현기 |
피곤한 몸으로 하루 농사를 끝내고 국밥을 먹던 농부가 마침 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다가 농민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는 걸 보고 한탄했다.
"너무 배고파 꽃도 밥으로 보였던 농부들 형편 좀 알라고 조팝나무 한 다발씩 팍 던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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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밥사발 이팝나무꽃 배고픈 보리고개 쌀밥사발로 보이는 이팝나무꽃이 민북농민들이 일터로 드나드는 통일대교 가는 길에 만발했다. |
| ⓒ 노현기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에도 실립니다.앞서 두차례 기사로 다룬 적 있는 전진교 통행금지 후속기사 성격입니다. 오늘부터오늘부터 농사차량 통행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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